2017. 5. 12. 쇠날. 날씨: 미세먼지가 나쁨이다.
아침열기-봄방학 채비-아카시아 꽃튀김-점심-방학 공부 확인-양지마을 신문 배달- 다 함께 마침회-교사 회식
[아카시아 꽃튀김과 마을신문 배달]
봄 방학을 하는 날이라 챙길 게 많다. 어제 밤에 편집을 마친 양지마을신문 7호를 복사기에 걸어놓고 방학 동안 풀 수학 익힘책을 만든다. 숙제없는 방학을 꿈꾸지만 현실을 숙제가 많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숙제로 어깨 주물러드리기, 발 씻어드리기, 설거지, 청소, 빨래, 선생이 선물로 준 엽서에 글써 보내기 같은 방학 과제도 있지만, 날마다 조금씩 풀라고 만든 셈 익힘책이 제법 두껍다. 아이들 놀라는 얼굴이 떠올라 웃음이 나는데 잘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또 숙제는 안 하는 재미가 있지 않은가. 아이들마다 알맞게 해오리라. 미세먼지가 나쁨이라 아침 산책을 가지 않는다. 교실 아침열기를 하며 방학 계획을 물어보니 아이들마다 다 다르다. 길게 어딘가를 가는 어린이들도 있고, 학교마치고 모둠살이에 참가하는 어린이들도 있다. 책상 정리를 해서 미리 가방에 넣을 것들을 넣고 조금 길게 방학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째는 3학년 어린이들이 기자로 처음 참여한 마을신문을 같이 읽어보았다. 저마다 취재해 글을 쓴 기사와 다른 소식을 같이 읽는데 역시 웃음보따리들이 터진다. 마을신문 어린이 기자단이 신문을 모두 읽으며 오타를 찾아내고 함께 편집을 하는 셈인데 나중에 보니 오타가 또 있다. 다음에는 더 미리 편집하는 시간을 갖고 꼼꼼히 살펴야겠다.
아침 10시에는 낮은 학년이 모두 모여 아카시아꽃을 따러 간다. 본디 1,2학년과 3학년이 따로 아카시아꽃 튀김 계획이 있었는데 함께 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나쁨이라 학교에 사놓은 입가리개를 잠깐이라고 쓰고 우면산 들머리에서 아카시아꽃을 따왔다. 아카시아꽃 냄새가 좋다. 예전에는 개똥산 무덤이라 부르며 놀았던 곳인데 지금은 관리를 하지 않아 아카시아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있다. 아카시아꽃을 따서 맛도 보고 소쿠리에 적당히 담아 교실로 들어왔다. 씻어서 물을 빼는 동안 높은 학년 단오 씨름 예선 구경을 한다. 민주와 예준이가 단오잔치에 맑은샘학교 높은 학년 대표로 뽑혔다. 예선이지만 온 힘을 다하는 어린이들에게 적당히는 없다.
11시 아카시아꽃튀김을 한다. 부침가루 반죽에 아카시아꽃을 잘 담궈 기름에 넣는 걸 차례로 해본다. 튀기는 소리가 시원하다 했는데 아이들은 비오는 소리같단다. 선생이 맛을 먼저 본다니 모두가 부러워한다. 두 번씩 아카시아꽃에 튀김옷을 입힐 때쯤 따듯한 튀김을 차례로 먹는다. 높은 학년에게 배달까지 했다. 아카시아꽃이 필 때 우리 아이들은 맛있는 아카시아꽃튀김과 아카시아꽃 발효액을 떠올리겠다.
낮 공부 시작하자 알찬샘은 봄학기 되돌아보기와 봄방학 동안 할 방학숙제 이야기를 나눈다. 봄학기 동안 함께 공부한 것들을 어린이들이 꼽아보는데 정말 많다. 졸업잔치, 여는잔치, 학교살이, 어린이장터, 장애인복지관, 고물상, 발효 술빵과 찐빵, 양지마을신문 만들기, 텃밭농사(토종 모종내기와 씨뿌리기, 풀매기, 밭 작물 심기), 열기구실험, 쑥뜯기와 봄음식만들기, 원형직조, 열채만들기, 나무목걸이 만들기, 숲속놀이터 움집 만들기와 밧줄 걸기, 밧줄매듭 놀이와 해바라기 밧줄놀이, 발효항아리 관찰과 태양광발전기 기록 날마다 하기, 봄자연속학교, 우면산오르기, 양지마을 벼룩장터 펼침막 색칠하기, 날마다 피리 불고 노래부르기, 구구단 선그리기, 양지마을 자율방범대 체험, 세월호추모, 후쿠시마 6주기, 보건소 이 닦기 교육, 가정방문, 기후학교 두 번, 성교육, 마을공원에 나무 심고 풀매기, 날마다 아침걷기와 밀 관찰, 수학의 날, 빗물저금통 만들어 설치하기, 아카시아꽃튀김, 설장구, 택견, 헤엄 이야기가 모두 나온다. 칠판에 부르는대로 적고 나시 정말 많다. 저마다 가장 기억나는 공부를 돌아가며 발표하는데 참 골고루다. 교실과 학교 안팎, 나라 곳곳에서 일과 놀이로 잘 배운 봄학기다.
봄학기 되돌아보기를 마치고 양지마을신문 배달을 나간다. 미세먼지가 보통으로 바뀌어 입가리개를 하지 않고 나갔는데 쓰는 어린이들도 있다. 이제 정말 미세먼지가 생활에 영향을 크게 주는 일상이 반복되는구나 싶어 씁슬하다. 세 모둠으로 나누어 마을 곳곳에 신문을 배달하고 들어와 토종오이와 참외 모종을 텃밭에 심고, 어제 심은 고구마순에 물을 줬다. 어린이 둘이서 짝을 지어 물조리개에 물을 받아 텃밭에 다녀온다. 비가 오지 않면 큰 일이다. 물 주고 들어오니 청소시간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봄학기는 새학기 적응과정과 새학기 밑그림을 하나둘 완성해가는 때라 어느 때보다 시간이 휙 가는 느낌이다. 봄방학이 있어 한 숨 돌리며 봄학기를 되돌아보고 여름학기를 계획할 수 있어 좋다. 우리학교는 학교 시작부터 4학기제로 철마다 알맞게 방학을 잡아 학사일정을 그렸는데, 아이들과 살아볼수록 알맞다 싶다. 지나치게 덥고 추운 여름과 겨울에 방학을 길게 하는 때도 필요했지만 지금은 특별하게 한 때를 긴 방학으로 할 까닭이 없기도 하고, 어린이들과 선생들 호흡을 잡아가는데 4학기제가 아주 쓸모가 있다. 3개월마다 교육활동을 다시 되돌아보며 나오는 성찰과 계획이 다음 학기를 살찌우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쉼, 배움, 성찰과 계획이 어우러진 봄방학 연수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