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생태역사문화연구소 인문학강좌
6월 4일에 진행한 2강과 7월 2일에 진행한 3강 자료 사진을 함께 올립니다.
파주 강의실까지 가는 데 2시간 소요되지만, 전철에 앉아서 가니 파주의 시심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마음에 남는 시편을 다 옮길 수 없으니 아쉬운 대로 몇편 함께 읽어 봅니다.
우리는 시어를 덜어내는 데 마음을 가장 많이 써왔습니다.
세상의 다양한 어휘목록에서
나만의 시어를 선택하고 나만의 방법으로 시어를 조합하고 나만의 방법으로 시어를 배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절제할 수 있을 때 여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마지막 4강에서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너는 햇빛을 좋아하니 높이 높이 자라렴
나는 네 그늘을 좋아하니 아래에서 좀 쉬었다 갈게.
우리의 공기가 너의 잎과 나의 몸속을
조용히 오고 가는 시간.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하나 둘 이해할 수 있다면
머릿속은 나뭇잎처럼 반짝이고
가슴속은 더욱 시원해지겠지.
- 김민정, 〈휴식〉
민정 씨의 샘물 같은 詩心이 참 고마웠습니다.
올해도 이산 저산 푸르게 만들겠네
도토리 두 볼 가득 물고 간 귀염둥이
봄까지 찾지 못해서 아기 나무 되지요
청설모 아니고요 청서가 이름인데
꼬리로 붓 만들던 옛 기억은 이제 그만
도토리 다 가져가면 겨울이 무섭대요
무서운 가짜 뉴스 청서를 잡겠어요
다람쥐 잡어먹는다는 그 누명만은
제발 좀, 벗겨주세요/ 평화 사랑 청서 드림
- 김선희 정빈, 〈청서〉
청설모의 이름이 '청서'라는 걸 알려준 김선희 정빈은 생태역사문화연구소 사무국장으로 단체사진 속에도 얼굴이 없습니다. 정빈이 온몸으로 파주를 감당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7월 2일에는 파주문협회장을 지내신 장기숙 시인을 은사로 모시고 시조를 공부하는 새내기 이정은 시인도 참석했습니다.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아 열심을 보이고 있네요. 이정은 시인은 <<시조미학>>으로 지난해 등단했습니다.
파주에서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법원에 근무하시는 홍승표 선생과 김선희 정빈 부부, 김준관 선생과 오수연 부부, 최광식 선생과 이영숙 부부.
이런 만남은 처음이기도 하고 참으로 아름답고 고마운 풍경입니다. 잊지 못할 겁니다.
아들딸 낳아 출가시키기까지
어머니 모시고 살던 집에서 이사를 간다.
난간 잡고 걸을 나이 되고 보니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옮기자는 말을 따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뒷산이 있어 좋았다.
가게가 지척이고 친구들이 가까이 있고
세를 주고 간다지만 다시 이곳에 와 살아볼 날이 있겠는가.
이 집에 들어올 때 얼마나 좋았던가.
애들이 태어나고 크는 것
흥성한 어머니 생신 잔치
두서없이 이것저것 옮기다가
핀잔만 듣는다.
언제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오래된 집을
불편하다고 옮겨 가자니
여기저기 아픈 나를
버리고 가는 것만 같다.
-마원일, <학령산을 떠나며>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 창가에서 세 번째 앉은 분이 마원일 선생입니다. 마음에 가라앉은 사연을 찬찬히 풀어 놓았습니다. 좋은 시를 쓰신 賞으로 삼계탕을 내셨습니다.
어젯밤 내린 비로 깊어진 강물에
하얀 돌다리 가뭇없이 잠겨버려
그 다리 건너려던 아이들 망청하니 서 있다
칠간다리 아래 색색으로 피던 튤립은 지고
무성한 갈대밭에 바람 불어
오색 바람개비 돌아가는 강언덕
갈대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키를 넘는 초여름 댓잎에 얼굴이 간지러워
두 팔로 훠이훠이 가르며 간다
사잇길 지나 강변 버드나무 그늘 아래
살랑이는 바람 맞으며 땀을 들인다
노란 금계국 지천으로 피어 유혹하지만
댓잎 헤치며 휘적휘적 돌아가는 길
아기 오리 엄마 따라 두둥실 한가로운 오후
샛강 갈대밭에 그림처럼 내가 간다
-오순희, <샛강 갈대밭>
아래 사진, 오른쪽 창가 첫번째 앉으신 수필가 오순희 선생입니다. <<나는 아직도 세상이 궁금하다>>(늘봄, 2021). 아름다운 수필집, 고맙습니다.
이 사진에서 V를 그린 분은 오수연 씨의 부군입니다. 어머니의 발에 대한 감동적인 시를 쓰셨습니다.
십 년을 살았다
되돌아봐도
이렇게 오래 살던 곳이 있었을까
눈을 감고도 생각에 잠겨도
발길이 먼저 찾아오던 이곳
이제는 떠나야 한다
수많은 후회와 미련은 두고 갈 수 있을까
옮겨지는 이삿짐엔
또 다른 설렘 실을 수 있을까
- 오수연, 〈이사 가는 날〉
첫댓글 애정 담뿍 담아갑니다. ^^
7월 16일 종강에는 두마리아 시인께서 참석하신답니다.
종강일에는 정빈과 함께 한 사진 하나 남겨둡시다.
법원 커플 이야기를 지금 올렸습니다. 부부가 이렇게 함께 글쓰기에 오신다는 일은 처음입니다.
방금 이 특별한 이야기를 덧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분 남성들의 사랑과 우정이 고맙고 아름답습니다
감사한시간을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내안에 숨죽이고 있던 울분들을
표출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멋진 표현이나 특별한 상상력도 좋지만, 더 소중한 것은 진솔과 진정입니다. 진솔하고 진정어린 마음을 잔잔하게 표현해도 좋은 시가 될 수 있습니다. 긴 시는 길어서 좋고 짧은 시는 짧아서 좋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표현해야 합니다. '울분'이라고 했는데 왜 그런 울분이 쌓였는지 찬찬히 이야기해봅시다.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와~홍성란 선생님 ~^^
파주에서 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열정 가득한 파주분들과 즐겁게 강의 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건강한 모습으로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