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짠 밥 11개월 째입니다.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성악설이 인간 본성이라는 것을 재차 확신하게 되었어요. 지갑을 놓고 간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갖다 줬더니 음료수 한 캔으로 고맙다며 때우려 했고, 며칠 전에는 휴대폰을 놓고 간 손님에게 전화 걸어서 가져다 준다고 했는데 그 새를 못 참고 전화를 20통이 넘게 해대니 환장하겠더라고요. 한편, 카카오는 어떤 기준으로 상벌을 책정하는지 11개월 동안 내게 6번이나 불량 블루로 찍어 '강콜 정지'를 먹이니 니미럴 늙은 빌런은 억울해서 뒈질 지경입니다.
-
하루도 쉬운 날이 없는 이 아사리 판에서 사건사고 없이 하루를 마감하고 보니 신에게 감사라도 해야겠어요. "밥을 먹어 말아" 갈등하다가 뜨끈한 설렁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집 앞 식당에 들어갔어요. 코 앞에서 식당 주인이 노숙자 아제랑 속삭이고 있었어요. 내막인 즉 설렁탕 값이 없다고 해서 그냥 가라고 하는데 한사코 가질 않는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
만 원이 필요하니까 별도로 만 원을 주면 가겠답니다. 별 거지 같은 남의 일입니다. 빨리 집에 가야 하는데 염치 없는 인간을 오늘만 2번을 만나서 도저히 그냥 못 가겠더이다. 내가 이집 서방도 아닌데 노숙자 아제를 강압적으로 밀쳐서 밖으로 내보내고 고 홈 했습니다. 예에 공! 오늘도 힘들었지. 아비가 다 안다. 예주는 학생들 끌고 부천까지 가서 연합 시험 치르고 오느라 고생했고 에스더는 공주 체면에 험한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 쓰느라 욕 받다. 그래서 인생은 콩밥이고, 작정하고 만난 고난은 행복 아니겠냐?
2024.8.11.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