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왕국 유다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시드기야 왕 열째 해, 즉 남왕국 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기 1, 2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1절). 바벨론의 군대는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있고, 예레미야는 궁중에 있는 시위대 뜰에 갇힌 상태였습니다(2절). 예레미야가 계속하여 남왕국 유다가 바벨론의 손에 넘어갈 것이며,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갈 것이라고 예언하자 시드기야 왕은 예레미야를 잡아서 가둔 것입니다(3절~5절). 그렇지 않아도 바벨론의 침공으로 인해 어려움과 두려움에 빠져 있는데, 계속하여 유다는 바벨론에 의해 멸망할 것이며 시드기야를 비롯하여 유다 백성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갈 것이라는 말하는 예레미야가 못마땅했을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유다가 갈대아인(Chaldean, 바벨론을 의미하는 표현)과 맞서 싸우더라도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고 전하였으니 유다의 왕인 시드기야의 귀에는 무척이나 거슬렸을 것입니다.
남왕국 유다의 멸망이 코앞에 닥쳤다는 것을 예언하게 하신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뜬금없는 말씀을 하십니다. 자기의 사촌인 하나멜(Hanamel)이 와서 아나돗(Anathoth)에 있는 자기의 밭을 사라고 할 테니 그 밭을 사라는 것입니다(6절, 7절). 하나멜은 예레미야의 숙부인 살룸(Shallum)의 아들로 사촌 형제였고, 아나돗은 예레미야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나라가 곧 멸망하려고 하는 때에 땅을 산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왕궁에 있는 시위대 뜰에 갇혀있는 예레미야에게 밭을 사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요즘으로 한다면 망해가는 것이 뻔한 기업의 주식(株式)을 매입하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땅(기업)을 무를 권리가 예레미야에게 있다는 것도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십니다. 기업을 무른다는 것은 가난 등의 여러 사정 때문에 자기의 소유를 유지하기 힘들 때 친척 중 가장 가까운 자가 그 땅 등을 매입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것을 고엘(גֹּאֵל) 제도라고 합니다. 고엘은 구속자(救贖者, Redeemer)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하나멜이 예레미야를 찾아와 아나돗에 있는 자기의 땅을 사라고 요청하였고, 예레미야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 땅을 은 십칠 세겔에 구입합니다(8절, 9절). 은 1세겔은 11.4g의 은으로, 1세겔은 그 당시 노동자의 4일 품삯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그러니 17세겔은 노동자의 68일 품삯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4년 현재 최저 임금이 시간당 9,860원이니 하루 여덟 시간으로 계산하여 일당 78,880원을 68일로 환산하면 약 536만 3천 8백 4십 원 정도입니다. 하루 15만 원 정도로 환산하면 1천만 원이 조금 넘는 액수입니다. 금액으로 보았을 때 그다지 넓은 땅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레미야는 땅 값을 지불하고, 매매 증서를 써서 증인을 세우고, 증서를 봉인(封印)하였고(10절), 봉인한 매매 증서와 봉인하지 않은 매매 증서를 가지고 사촌인 하나멜과 매매 증서에 증인으로 도장을 찍은 증인들과 시위대 뜰에 앉아있는 유다 사람들 앞에서 바룩(Baruch)에게 주어 토기에 잘 보존하라고 부탁합니다(11절~14절). 매매 증서를 토기에 잘 보관하라는 것도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임을 강조합니다(14절). 바룩은 예레미야의 서기 역할을 하면서 비서처럼 함께한 사람입니다. 그 당시 매매 증서 등은 두 개를 만들어 하나는 봉인한 채로, 하나는 봉인하지 않은 채로 보관하였는데, 봉인하지 않은 것으로 그 내용을 확인하는 데 사용하였고, 사실 확인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땐 봉인한 매매 증서를 열어 그 내용의 사실 여부(與否)를 확인하는 데 사용하였었기에 두 개의 매매 증서를 만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아나돗에 있는 하나멜의 땅을 구입하게 하신 것은 유다가 다시 회복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15절). 전쟁을 앞두고 있을 때, 더구나 나라가 곧 멸망할 위기에 처했을 땐 땅 등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예레미야가 사촌의 땅을 구입하는 퍼포먼스(Performance)을 행하게 하심으로 그 땅을 구입하는 것이 무용(無用)한 것이 아니라, 회복된 이후에 다시 그 땅을 팔 수 있을 정도로 유용(有用)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를 유다 백성에게 전하신 것입니다. 바벨론에 의해 곧 멸망하게 되지만, 그것으로 유다 왕국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회복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레미야의 땅 구입을 통해서 보여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유다 왕국의 멸망을 말씀하시면서도 회복의 메시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유다 백성이 하나님을 거역하고 죄를 지었기에 하나님의 징계로 바벨론에게 멸망하고 포로가 되지만, 하나님은 유다 백성을 영원히 버리신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보여 주신 것입니다. 실낱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유다 백성을 사랑하고 있으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의로우신 하나님은 우리의 죄를 간과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죄의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회개하고 돌이키면 언제든 우리를 회복시켜 주실 것임을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과 회복의 길은 우리에게 열려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의 은혜를 누리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 구원의 은혜를 우리 주변 사람들도 누릴 수 있도록 예수님을 전하는 자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