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하는 벌초지만 금년엔 구르메원정 (횡성~여주 종주) 일정과 겹쳐 원정을 함께 하지 못했다.
자전거를 함께 타지 못한 건 몹시 서운한 일이지만 향후 일년간의 운빨을 위해서는 벌초를 빠뜨릴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선산이 위치한 단양군 대강면 덕촌리에서 칠십 평생 농사 지으며 살아 오신 고모님 왈, 해도 해도 이런 더위는 일생 처음이다!
소백산과 월악산 사이에 자리잡은 덕촌리 골짜기는 한여름에도 저녁만 되면 청랭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 아니던가?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곳이 열대야에 시달렸다고하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온난화야 벌써부터 재배 농작물의 변화로 농사꾼들에게 감지되던 터였다. 콩이 웃자라 알맹이가 실하지 않고 키만 멀쑥허니 큰다든가, 안동이나 예천 등지가 사과의 주산지이던 것이
소백산을 훌쩍 넘어 단양에서도 사과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10년도 더 된 것같다.
여하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문명으로 인해 지구별에 사는 온갖 생명체들은 돌이킬 수 없는 멸망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앗,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도다리의 일기 원고 청탁에 쫒겨 아무 생각 없이 지껄이고 있는 게 아닌가!
벌초야 매년 하는 행사라 별스런 것이 없지만 금년은 폭염 끝에 도래한 선선한 날씨 덕분에 능률 좋게 진행되었다는 점.
그리고 벌초후 일가 형제들이 묵을 숙소를 소선암 휴양림으로 정해, 야외 테이블에서 삼겹살도 굽고 친지가 미리 잡아 둔 국내산 쏘가리로 매운탕도 끓여 먹는 등 친척 집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 행사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소선암 휴양림 가까이엔 오토캠핑장도 있고 휴양림 뒤로 3키로 채 못되는 두악산 트레킹코스도 있어 관심 있는 구르메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깔끔한 휴양시설이다.
펜션에서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실컷 들이키며 하룻밤을 보내고 난 뒤 오늘 오후 2시 대의 열차를 타고 청량리로 돌아 올 예정이었으나 부산에서 날아온 부고 메일!
우중에 말머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180도 돌린다.
서울은 날씨가 개안은지 인생무상 장무상과 해공 등이 라이딩을 나왔고 하키 등 어제 원정팀들은 80~100키로가 넘는 주행거리를 신고해 쌌는다. 도다리도 어김없이 누에호수를 돌고 비 맞으며 들어간다.
인생에는 무슨 의미라는 것이 있는가?
없다. 우리는 피투성적인, 즉 이 세상에 갑자기 확 내던져진 존재인 것이다.
해와 달과 별, 지구도 빅뱅설이 맞다면 어느 순간 펑하고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후 일정한 리듬으로 운행하고 있을 따름이다.
구르메들도 오늘과 다름없이 내일도 천체들의 운행을 본받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그저 성실하게 자전거를 운행할 따름인 것이다.
누적주행거리
도다리 6,945 (28)km-0725B6K,MSG6000
하키 3,508 km-0720B3K
경화이 3,295 km-0806B3K
해공 3,286 (62)km-0814B3K
무공 2,174 (52)km-0806B2K
먹토 2,156 km-0624B2K
RSG선달 1,957 km-0412B1K
상저이 1,673 km-0412B1K
돌불 1,114 km-0821B1K
옥돔 1,111 km-0730B1K
여행 845 km
선사 829 km
병후이 532 km
굿맨 491 km
뽈라구 409 km
홍의 397 km
창모 163 km
마루 158 km
합계 31,041 (142)km
첫댓글 (플루메리아)
홍장군 벌초 한다꼬 욕봤제? 나도 9.5-7 부산갔다가 한산도 벌초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