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추자도에서 놀멍·쉬멍·걸으멍!
제주
수정일 : 2022.03.10
꽃 내음 가득 머금은 봄바람이 불어오면 엉덩이부터 들썩인다. 유채꽃 핀 제주로 떠날까 싶다가도 혹여나 붐빌까 걱정스럽다면 ‘섬 속의 섬’ 추자도를 권한다.
제주항에서 쾌속선으로 한 시간을 더 가야지 닿을 수 있는 추자도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덕분에 한껏 여유롭게 섬 여행 기분을 내기 좋다. 추자도가 초행이라면 명소만을 골라 엮어 놓은 올레길 18-1코스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추자도는 제주에 속한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다.
‘섬 속의 섬’ 추자도
추자도는 하나의 섬이 아니다. 다리로 연결된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중심으로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가 추자도를 이룬다. 추자도는 제주에 딸린 섬이지만 우도와 가파도, 마라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쾌속선을 타고 한 시간 정도 들어가야 한다는 심리적 거리감 때문에 여행객보다는 낚시꾼이 주로 찾는 섬이었다. 벵에돔, 돌돔, 참돔 등이 많이 잡히는 낚시 명당이라서 그렇다.
‘봄 제주’의 상징인 유채꽃이 추자도에도 만발한다.
사람이 덜 찾는 게 오히려 여행지의 미덕이 된 요즘, 추자도에 가보아야 할 이유는 많다. 손때 덜 탄 자연이
아름답고,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가 곳곳에 남아 있고, 섬마을 골목 벽화는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그리고 제주
올레 18-1코스가 섬 전체를 에두르고 있어서 올레 완주를 꿈꾼다거나 걷기 여행을 좋아하면 꼭 가봐야 할 섬
이다.
추자도 올레 중 봉글레산 노을길 구간. 초입 일몰 전망대서 바라보는 석양이 특히나 아름답다.
추자도 올레길의 시작점은 상추자항이다. 최영 장군 사당을 시작으로 북쪽 끝인 봉글레산을 돌아 아래로 내려와 추자등대까지 가면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잇는 추자교에 다다른다. 추자교를 넘어서면 하추자도다.
하추자도에 들어서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어차피 섬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길이라 어느 길로 가도 된다.
묵리 슈퍼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남쪽으로 가면 신양정과 신양항과 신대산 전망대, 엄바위 장승, 돈대산을 차례로 지나 다시 추자교로 돌아온다.
추자도 올레길은 총 길이 18.2km로 느린 걸음으로 8시간 가량 걸린다. 지형상 가파른 길이 있어 다른 올레길에 비해 난이도가 있어 무리해 하루에 완주하기보다는 하루 정도 머물며 ‘꼬닥꼬닥(제주 방언으로 서둘지 말고 천천히)’ 걷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추자도 민박집에서 차려내는 아침 식사는 별미 중의 별미다.
추자도의 숨은 비경, 나바론 절벽
깎아지른 절벽이 바다를 향해 벌떡 서 있는 나바론 절벽은 ‘나바론의 요새’란 옛 영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험한 지형이 난공불락의 요새 같다는 의미다. 조망 포인트는 용둠벙 전망대이고, 나바론 절벽 위를 걷는 2.1km 길을 ‘나바론 하늘길’로 만들어 놓아 걸어볼 수도 있다. 길이 가파르지만 걷는 내내 다이내믹한 바다 풍경이 떠나질 않는다.
추자도 풍경의 하이라이트인 나바론 절벽
제주도 최북단의 추자 등대
제주해협을 오가는 선박들의 밤길의 안전을 책임지는 추자 등대는 낮이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그림 같은
풍광을 선사한다. 상추자도의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어 이곳에 오르면 추자군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추자 등대에는 등대산 전망대가 꾸며져 있다.
최영 장군이 추자도에 왔다고?
추자도에서 최영 장군 사당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영 장군과 추자도의 인연은 이렇다.
고려 공민왕 23년인 1374년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로 가던 최영 장군은 심한 풍랑을 만나 추자도에 머물렀다. 이때 장군은 섬 주민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쳤고, 덕분에 삶이 좋아진 주민들은 사당을 짓고 매년 봄, 가을로 봉향을 하게 됐다. 추자도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여행 정보
추자도(올레길 18-1코스)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추자면 대서리 19-1(추자도 제주올레 공식 안내소)
- 문의: 064-740-6000
- 홈페이지: www.visitjeju.net/kr
여행 팁
추자도에도 제주올레 공식 안내소가 있다. 올레길에 대해 능통한 사람들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고, 다양한 자료도 얻을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점심시간은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설과 추석 당일은 휴무다. 길 곳곳에 화장실은 많지만, 식당은 추자항 인근에 몰려있다. 도시락이나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해 걷도록 한다.
글: 강미숙(여행작가)
사진: 제주도청 제공
※위 정보는 2022년 3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