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2
집요한 지고환의 추궁에 할 말을 잊은 듯 염치한이 비식 웃었다.
“자. 이제 여기서 그만하자. 영애씨에게 예의도 아니고. 또 꼭 알아서 뭐해?”
“게이였구나. 아니면 레즈비언이었거나. 맞지?”
“그런 건 아니야. 진정한 여성이었다. 그 정도만.”
염치한은이 더 이상 고영애와의 교섭 장면을 사실화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지고환의 반발이 거셌다.
“야! 염치한! 임마! 염치가 좀 있어라.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말든지. 한참 열나게 만들어 놓고 딱 잘라? 니가 인간이냐? 친구 맞아?”
“친구니까 그만 하자는 거다. 만약 영애씨 만났을 때 내가 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치자. 그러면 뭐가 돼?”
“누가?”
“누구긴 누구야? 너 말고 누가 또 있어?”
지고환은 염치한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분명히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친구의 애인을 발가벗긴 상태로 상상한다는 건 도덕적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그러나 지고환은 고영애와의 종결장면에 대한 호기심을 꺾을 수 없었다.
“임마! 상상은 상상 일 뿐이다. 오히려 서로 비밀이 없어야 더 친근할 수 있는 거 아냐? 일종의 의혹 같은 걸 남겨두고 서로 견제한다면 그게 어찌 친구며 친구 애인이랄 수 있냐?”
염치한은 몹시 난색했다.
아무래도 고영애와의 마무리는 말해서 안 될 것 같았다. 이미 고영애는 염치한의 단순한 애인이 아니었다.
두고두고 티가 될 것 같았다.
“서로를 위해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미 영애씨는 내 마음속을 차지한 여자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도저히 말 못하겠다.”
“마음속에 자리하지도 않은 여자라? 웃기는 놈. 그럼 뭐야? 텍품질표시라벨이냐?”
염치한이 경직한 자세로 대답했다.
“고환아. 영애씨는 이제 내 영혼 속에 자리한 여자야. 마음은 변할 수도 있지만 영혼은 변할 수 없잖아.”
“뭐야?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염치한이 지고환을 쳐다봤다.
그의 눈에 굳은 결의가 가득했다. 염치한은 천천히 고개를 꺼덕였다.
지고환은 염치한의 확고한 결심에 감동했다.
드디어 친구에게 기다리던 애인이 아니 동반자가 나타났구나. 감격했다.
“그래? 축하한다. 네 결심이라면 난 무조건 찬성이다. 너희 둘은 축복받은 인간이다. 두 사람을 위해 건배!”
지고환이 술잔을 부딪쳤다.
비로소 염치한이 웃었다.
그러나 지고환의 다음 말에 염치한은 크레파스에 빠져 떨어지는 체공 감을 느끼고 두 눈을 부릅떴다.
“허지만 난 지금부터 너의 친구가 아니다. 따라서 고영애씨도 내 친구의 여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뭐? 무슨 말이야? 그게 무슨 의미야?”
지고환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우리는 불알친구다. 목숨보다 소중한 죽마고우란 말이다. 태어나면서 우리는 불알의 때깔도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그런 우리가 어느 순간 의혹을 갖게 되었다면 우리의 우정과 신뢰는 깨진 거나 다름없지. 나는 이제껏 메주알고주알 치한이에게 까발리며 살았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염치한은 당혹했다.
지고환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지고환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이유를 더 이상 뭉갤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영애를 쪼갤 수 있다면 반쪽을 잘라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염치한이 무겁게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우리는 이제껏 콩 하나도 서로 나눠 먹은 친구다. 오해하지마라! 내가 말할 수 없었던 것은 너무 엄청난 사건이어서 그랬을 뿐이다.”
지고환의 눈빛이 빤짝했다.
허지만 눈빛과 달리 그는 끝까지 내숭을 떨었다.
“관둬라! 알고 싶지도 않다. 또 알아서 뭐하냐? 이제 우리 사이에 금이 갔는데.”
염치한이 천천히 입을 뗐다.
염치한은 혼잣말처럼 두서없이 내 뱉었다.
“나는 그냥 빠지는 줄 알았는데 안 빠지는 거야.”
이번엔 지고환의 눈알이 튀어 나올 듯 부풀었다.
“뭐야? 안 빠져?”
염치한이 고개를 꺼덕였다.
첫댓글 콩한쪼각도 나눠먹는 불알친구
시작이 반인대 모두 까발처 버리지~~ㅎㅎ
..그게 쉽나요?..ㅋ
멋진 밤되세요
지고환에게는 너무 호기심이 크겠슴니다.
말도 못할 지경이랍니다...ㅋㅋ
사나이대 사나인데 딩굴었던 이야기
보다 실감나게 해버려야~~
역시 시원한 김일수님이십니다....ㅋ
제밋게 잘보았슴니다.
고운밤 되세요.
ㅎ
즐거운 수요일되세요
사랑이야기감 했어요
사랑으로 가득한 날되세요
지고환은 염치한 여자친구에게 관심이 엄청 많네요
지고환은 좀 서운할수도 있겠습니다
원래 남의 떡이 더 좋아보이고 커 보이는 법아닌가요?
ㅋㅋㅋ
고운 저녁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