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지난해 여름 ‘앙숙’ 루이스 반 할 감독의 누 캄프 복귀와 더불어 바르셀로나와의 남은 계약을 상호 합의 하에 해지한 후 AC 밀란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던 브라질 수퍼스타 히바우두가 프리미어쉽의 리버풀을 다음번 행선지로 희망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물론 스페인에서 장기간 활동했으며 이탈리아까지 경험한 히바우두가 자신의 마지막 여행지로서 프리미어쉽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또한 히바우두가 올 시즌 밀란에서 바르셀로나 시절과 같은 ‘팀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가 되지 못하면서 다소간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는 까닭에, 또 한 차례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 것도 사실. 히바우두는 지난해 여름 토튼햄 핫스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같은 프리미어쉽 클럽들과 접촉한 적도 있었으나, 결국 자연스럽게도 ‘거함’ 밀란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히바우두 본인은 이 기사에 대해 곧 “나는 그와 같은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근거없는 조작 기사”라며 반박했다. 자신은 밀란에서 현재 매우 행복하며 밀란 이후의 미래에 관해 언급한 일이 전혀 없다는 것. 어찌됐건 히바우두에 관한 스토리는 여기까지.
(히바우두의 밀란에서의 미래가 어찌될 것인가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이 글의 초점은 리버풀에 맞춰진다. <뉴스 오브 더 월드>의 기사가 나온 이후 리버풀을 이끄는 보스 제라르 훌리에 감독은 히바우두 영입에 대하여 단호히 ‘부정적’인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훌리에 감독의 요점은 팀의 득점 창조력을 높여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기는 하더라도, 히바우두 유형의 선수는 자신의 ‘영입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훌리에 감독은 소위 ‘위험 부담’을 내포한 스타일의 선수, 정상급 고액 연봉의 선수, 30줄로 접어든 선수를 마땅치 않게 여기고 있으며, 히바우두가 바로 이 모든 조건들을 빠짐없이 충족시키는 스타일의 선수라는 이야기다. 훌리에 감독은,
“히바우두 같은 선수의 영입도 시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은 내가 일을 진행하는 방식은 아니다”
“내 말을 오해하지 말아라. 히바우두는 환상적인 선수다. 하지만 그러한 영입은 제한된 활약 기간에 비해 금전적으로는 큰 소비가 요구된다. 나는 이런 종류의 위험 부담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을 데려와 그들에게 리버풀의 정신을 이해시켜가는 일이다. 내가 팀의 중심부에 마이클 오웬, 대니 머피, 스티븐 제라드, 에밀 헤스키, 제이미 캐러거와 같은 영국계 선수들을 두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훌리에 감독의 선수 영입에 대한 관점이 일단 건전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더라도, 그러나 리버풀은 전문적인 측면 공격의 부재라는 확연한 단점은 물론, 창의적인 어시스트, 미드필드의 득점 가담력 등의 연관된 부문들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들에 있어, 리버풀이 현재 프리미어쉽 내의 적수들인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캐슬, 첼시에 모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들은 지나친 것으로 들리지 않는다. 최근 들어 마이클 오웬과 (라이트윙으로서 자리를 잡은) 엘-하지 디우프의 올라운드 플레이가 살아나고 스티븐 제라드와 대니 머피가 자신들의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올 시즌 매우 고달팠던 시절에 비해서는 한층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는 리버풀이지만, 이는 문제들의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있는 것.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앤필드에 굵은 족적을 남기며 선수 생활의 끝부분을 멋지게 장식했던 ‘스코틀랜드 레전드’ 개리 맥칼리스터(코벤트리 감독 겸 선수), 그리고 누 캄프에 이어 앤필드에서도 결코 자신의 100%를 펼쳐보일 기회를 부여받지는 못했던 ‘핀란드 레전드’ 야리 리트마넨(아약스)은 소위 ‘축구 대국’이 낳은 스타들은 아니었지만, 알찬 실력만은 널리 인정받았던 창의적인 스타일의 재능들. 하지만 이들이 사라지고 나서 리버풀은 결과적으로 이들에 상응할만한 무기를 갖추지 못한 셈이 되었다.
지난 여름 훌리에 감독이 유럽 축구계에 닥친 재정 한파에 비추어 만만찮은 거금을 소모하면서 스카우트전에 나서고 있었다는 사실을 회고해 보면, 이것은 다소간 아이러니컬하다. 훌리에 감독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 포워드 엘-하지 디우프, 수비형 미드필더 살리프 디아오, 공격형 미드필더 브루노 셰루라는 프랑스리그, 월드컵, UEFA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모두 어느 정도의 검증을 마친 세 명의 젊은 재능들을 데려오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 새로운 얼굴들은 적어도 올 시즌에 한해서는 모두 기대치에 미달(다만 시즌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라이트윙 임무에 정착한 디우프가 비로소 자신의 재능 발휘를 시작하며 팀 공헌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다소간의 위안)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영입에 돈을 먼저 써버렸던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되어 정작 가장 시급한 부문으로 여겨졌던 전문적인 '날개' 영입을 후일로 미루었던 것이야말로 훌리에 감독의 중요한 ‘실착’으로서 지목될 법하다. 11월 초,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좌절을 신호탄으로 리버풀이 겪은 장기간의 슬럼프는 ‘1950년대 이후 최악’의 것으로 기록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앤필드를 사랑하는 일군의 팬들은 자연스럽게도 훌리에 감독을 거세게 비난했다.
훌리에 감독은 리버풀 팬들에게 있어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다. 과감한 세대 교체, 그리고 몇몇 알짜 영입들에 성공하며 탄탄한 팀을 구축, ‘황금기’로부터 멀어져 있었던 리버풀을 빠른 기간 내에 궤도에 진입시키며 다시금 트로피를 따내는 클럽으로 만든 ‘공로자’인 반면, 좀 더 높이 날아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리버풀의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정하게 말해, 리버풀의 팬들은 훌리에 감독에 대한 완전한 평가를 위해서는 ‘적어도 약간의 시간은’ 더 인내하는 것이 옳을런지 모르겠다. 훌리에 감독이 트로피들을 쓸어담기 이전의 무려 9년의 세월 동안 이 명문 클럽에겐 ‘딱 한개의 리그컵 트로피’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클럽의 진열장에 훌리에는 지금 두개의 리그컵 트로피들을 비롯, FA컵, UEFA컵, 유러피언 수퍼컵, 채리티 쉴드 트로피를 각각 한개씩 가져다 놓았다. ‘아름다운 축구’, ‘화끈한 축구’를 하지 않아서 도대체 얼마나 문제가 되는가? 트로피를 가져온다면 적어도 그 클럽의 팬들에겐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아름답고 시원스럽게 경기하면서 매번 실족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간단한 예: 올 시즌 리그컵 결승전에서 더 아름답게 경기한 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일 것이다. 하지만 트로피는 리버풀에게로 돌아갔다. 이 대목에서 한번 세계 클럽축구계의 자타가 공인하는 9단급 감독 알렉스 퍼거슨에게 물어보라. “당신은 아름답게 경기하고 졌다는 사실에 정말로 기분이 좋은가?”라고. 그러면 질문자는 아마도 날아올지 모르는 축구화를 피할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의미에서, 더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리버풀의 올 시즌 고난은 팀의 공수의 밸런스, 득점 창조력 등에 있어서의 약점과 밀접한 관련을 맺음이 분명한 까닭에, 훌리에 감독 또한 올 여름 프리-시즌 선수 트레이드에서는 이 부분들에 크나큰 신경을 기울여야만 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어쩌면 다음 시즌은 (올 시즌 한때 퇴진설까지도 나돌았던) 훌리에 감독 본인에게는 물론, 리버풀 클럽 자체에 있어서도 ‘가장 심각한 시험’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태로는 그것은 분명 힘겨운 도전이 될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는 (적어도 현재로선) 리버풀에게 뒤지지 않는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아스날 또한 유럽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수비진의 보강이 예상된다. 그리고 ‘야심의 클럽’ 뉴캐슬의 수비 또한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시간이 갈수록 계속 좋아질 것이다(조나단 우드게이트, 타이터스 브램블이 모두 올 시즌 뉴캐슬을 위해 별로 한 것이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즉, 뉴캐슬은 올 시즌 이 두 명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게다가 역시 추가적인 선수 영입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클럽들이 모두 리버풀보다 공격력에 있어 우위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
그러면 (히바우두와 같은 스타일의 영입에는 뛰어들고 싶어하지 않는) 훌리에 감독 자신은 새로운 선수 영입에 의한 전력 보강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선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우리가 여름에 매우 많은 돈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네다섯 명의 선수가 필요하지 않다. 나의 계획은 한명 혹은 두명의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다”
“올 시즌에 일어났던 일들이 내가 이 팀에게 지니고 있는 믿음을 파괴하지는 않았다. 나는 나의 선수들을 신뢰하며, 우리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말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 팀에 향상되어야 하는 부문들이 존재함을 안다. 올 시즌 때때로 우리는 창조성을 결여하고 있었다”
“디우프, 셰루, 디아오와 같은 선수들은 적응에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것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통상적인 일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베론을 보라. 아스날이 보유하고 있는 몇몇 최고의 선수들을 보라. 그들도 잉글랜드에서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아스날의 팬들도 한때는 앙리, 윌토르 같은 선수들을 조롱한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당시에는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을 보라”
훌리에 감독은 올 시즌 영입된 선수들에 대한 옹호와 더불어 다음 시즌 한두 명의 중요한 보강이 있을 것을 시사했다. 물론 그 대상은 ‘히바우두 스타일’의 영입이라기 보다는 젊은 인재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면 올 시즌 최근에 이르기까지 리버풀과 적어도 한번 이상 연결된 바 있거나 연결되고 있는,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의 면면과 상황, 전망을 살펴보자.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미리 언급해야만 할 것은 리버풀이 올 여름 사용할 수 있는 금전적 한도는 과연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 밀접한 연관을 지닐 것이라는 점. 만약 따낸다면 지난 여름과 같은 어느 정도의 풍족한 상태로 돌입할 것이나, 현재의 순위가 끝까지 이어져 따내지 못한다면 지난 여름에 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 대미언 더프(블랙번/아일랜드): 리버풀의 ‘날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거의 언제나 첫손 꼽혀온 인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퍼스타 라이언 긱스를 빼어닮은 스타일의 정통 레프트 윙/포워드다. 블랙번 측 또한 다가오는 여름에야말로 더프가 팀을 떠나게 될 수도 있음을 시인하고 있는 분위기.
그러나 문제는 ‘경쟁’과 ‘가격’이다. 돈이 말라있는 유럽 축구계의 상황에서도 더프에겐 적어도 1500만 파운드의 추정 가격표가 붙어있으며, 여기에 ‘돈 능력’에 있어 명백하게 우위에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장기적인 관점의 긱스의 후계자로서 더프에게 매력을 느껴왔다는 점이 리버풀로선 커다란 부담이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다른 부문의 영입 타겟들을 더 우선적인 영입 대상으로 삼는다면, 리버풀의 희망은 커질 수 있다.
2. 파브리스 페르난데스(사우스햄튼/프랑스): 올 시즌 프리미어쉽에서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쳤던 젊은 신예들 가운데 한 명. 돌파, 슈팅과 세트플레이, 크로스에 모두 재간을 지닌 정통 레프트윙이면서 사우스햄튼에선 줄곧 라이트윙 포지션에서 활약, 활용도 또한 매우 높다. 가격 또한 더프의 절반 수준 내지 이하일 공산이 크며, 실제로 리버풀이 그 수준의 가격을 제시할 경우 사우스햄튼은 쉽사리 거부하기 힘든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사우스햄튼의 역대 최고 이적료 수입은 유럽 시장이 본격적으로 얼어붙기 이전, 딘 리처즈를 토튼햄으로 보냈던 당시의 810만 파운드다.)
3. 스티드 말브랑크(풀햄/프랑스): 역시 올 시즌 프리미어쉽에서 최고 수준의 활약을 선보이는 젊은 선수들 가운데 한 명. 올 시즌 말브랑크의 활약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지난 시즌 풀햄 입단 직후부터 그는 팀 공격의 실질적 플레이메이커로서 성공리에 자리를 잡았다. 창의적인 개인기와 패스, 슈팅과 세트플레이를 갖추고 있으며, 정통적인 날개는 아니지만 풀햄을 위해 측면에서도 자주 활약해 온 인물. 풀햄에선 ‘프렌치 커넥션’을 구축했던 쟝 티가나 감독이 시즌 종료와 때를 같이하여 퇴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풀햄의 프랑스 선수들은 곧 이합집산의 운명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고, 구단주 모하메드 알 파예드 또한 더프의 절반 수준의 가격이라면 말브랑크의 방출을 승인할 공산이 크다. 다만 새로이 임명될 풀햄의 감독이 누구냐가 다소간의 변수.
4. 라파엘 반 데 바르트(아약스/네덜란드): 앤필드와의 가느다란 연결 고리가 여전히 존재하는 네덜란드 축구의 차세대 주자. 왼쪽, 그리고 스트라이커들 배후에서의 지원 플레이가 모두 가능하며, 특히 주무기인 왼발에 의한 빼어난 득점력을 갖추고 있어 리버풀 미드필드의 득점 가담력 보완에 큰 도움이 될만한 인물. 하지만 이 오렌지 영스타의 영입은 현재로선 ‘가장 현실성이 작은’ 스토리다. 우선 아약스 구단과 반 데 바르트 본인 모두 그가 당장 해외로 나가는 것을 추진하지 않는 분위기. 아약스는 클럽의 젊은 영웅을 1년 정도 더 팀을 위해 활약하도록 한 후, 내년 여름쯤 그를 내보내면서 그 때쯤이면 더욱 높아질 법한 거액의 몸값을 챙기고 싶어하는 까닭이다. 아약스는 그 시점까지 반 데 바르트를 잡아두기 위해 현재의 연봉을 크게 인상시켜 줄 계획을 지니고 있는 상태.
그리고 설령 양측간에 문제가 발생, 반 데 바르트가 올 여름 이적을 감행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 행선지는 사실상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라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약관 20세의 이 젊은이를 지켜보고 있는 명문 클럽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 즐비하기 때문이다(물론 근검절약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 유럽 축구계의 전반적 재정 상황을 감안한다면, 지켜보기만 하고 막상 실제로 접근하지는 않는 클럽의 수가 더 많을지도 모르긴 하나). 가격? 지난 시즌부터 반 데 바르트의 가격은 몇 개월이 지날 때마다 계속 상승하고 있는 추세여서 역시 정확한 추정이 쉽지 않다. 지난 겨울 정도 시점에서의 예상액(올 여름 이적이 성사될 경우)은 대체로 1200만 파운드 수준이었지만, 구매자 간 경쟁이 치열해 진다면 액수는 더욱 치솟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