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한 해는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현대의 V3와 SK의 돌풍 등 굵직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폭행 사건과 올림픽 예선 탈락 등 불미스러운 일도 줄을 이었다. 다사다난했던 2003년 야구 10대뉴스를 추려본다.
◇이승엽, 단일시즌 아시아 최다홈런 신기록 56호 작성
10월 2일 대구 삼성-롯데전. 2-0으로 뒤지던 2회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삼성 이승엽은 볼카운트 1-1에서 상대선발 이정민의 3구째를 강타해 일본 왕정치의 39년 묵은 단일시즌 아시아 최다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9월 25일 광주 기아전에서 55호를 쏘아올린 이후 침묵하던 그의 홈런포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마침내 빅뱅을 일으켜 감동을 더했다. 그의 신기록은 일본에서도 빅뉴스가 됐다.
◇현대 3년 만에 우승, 그리고 SK 돌풍
현대가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라서며 V3의 워업을 이룩했다. 현대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서 SK와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에이스 정민태가 3승을 따내며 마침내 창단 세번째 우승의 꽃술을 달았다. 초보 사령탑 조범현 감독의 지휘로 새롭게 거듭난 SK는 페넌트레이스 내내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림픽 예선 탈락
드림팀을 구성한 대표팀이 11월 5~7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지역예선 겸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올림픽 티켓 획득에 실패했다. 대만전과의 첫 게임에서 5-4로 어이없이 역전패한 한국은 일본에 2-0으로 맥 없이 주저앉으며 좌절의 쓴맛을 맛봤다.
◇김병현 손가락파문+폭행사건
보스턴 레드삭스 김병현은 10월 5일(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오클랜드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일부 관중이 야유를 보내자 가운뎃손가락을 펴 ‘손가락 욕설 파문’에 휩싸였다. 귀국 후에는 11월 굿데이 이모 기자와 몸싸움을 벌인 끝에 ‘폭력 및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선동열 태풍에 40대 사령탑 득세
선동열은 10월 13일 삼성 수석코치로 안착했지만 그를 감독으로 영입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두산과 LG는 사태수습을 위해 감독이 교체되는 운명을 겪었다. 김인식 감독이 옷을 벗었고 LG 이광환 감독은 2군 감독으로 물러났다. 그 여파로 LG 이순철(40), 두산 김경문(41)이 새 감독으로 부임했고 롯데 양상문 감독까지 합쳐 40대 감독 시대를 열었다.
◇FA대박
마해영이 기아와 역대 최고몸값인 4년간 40억원에 계약하며 시동을 건 뒤 롯데가 정수근과 6년간 40억6000만원의 사상 최장기간, 최고액 계약을 하고 이상목도 4년간 22억원에 영입했다. 이어 진필중이 LG와 4년간 30억원, 박종호가 삼성과 4년간 22억원에 각각 계약하면서 ‘FA 대박’을 터뜨렸다.
◇정수근 김진우 임창용 등 잇따른 추문
두산 정수근은 2월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현지 폭력배들과 만취상태에서 승강이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돼 미국 법정에 섰다. 또 시즌이 시작된 4월 말 기아 김진우도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옆 테이블의 손님을 때려 중상을 입히는 ‘사고’를 쳤다. 그런가하면 5월 초에는 임창용이 부인 이현아씨에게 간통죄로 피소돼 파문을 일으킨 끝에 끝내 갈라서기도 했다.
◇이승엽 ML 포기와 일본 진출
FA 자격을 얻은 이승엽은 미국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했다. 국내 잔류와 일본진출을 놓고 고민에 빠졌으나 결국 2년간 인센티브를 제외한 순수몸값만 5억엔(55억원)을 제시한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 입단했다.
◇김병현·최희섭 트레이드
김병현이 지난 5월 30일 보스턴 레드삭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애리조나에서 선발로 전환했다가 보스턴의 3루수 셰이 힐런브랜드와 유니폼을 맞바꿔입은 뒤 다시금 마무리로 빛을 발하며 팀을 포스트시즌에 끌어올리는 결정적 구실을 해냈다. 플로리다는 10월 26일 1루수인 데릭 리를 시카고 컵스에 넘겨주는 대신 최희섭과 마이너리그 선수 1명을 데려왔고, 최희섭은 플로리다의 주전 1루수를 예약했다.
◇박찬호 부진, 서재응 9승
텍사스 레인저스 박찬호는 허리부상으로 7경기에서 1승3패 방어율 7.58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 뉴욕 메츠의 서재응은 혜성같이 나타나 9승12패 방어율 3.82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알렸다. 정리 | 이환범기자 wh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