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억압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잘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견디지 못해 폭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칫 사고가 터집니다. 혼자 다치면 별 문제도 되지 않겠지만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억제력을 갖추어 갑니다. 그렇게 가정에서부터 조직으로 사회로 적응해가는 것입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합니다. 우리는 그 사회와 조직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존중하며 지키려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니 개인의 감정을 일일이 다 드러내며 살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채워지지 않거나 억압된 감정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그 감정이 누적되어 갑니다.
억압된 감정은 남녀노소 누구나 지니고 있게 마련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어떻게 견디느냐 하는 것뿐입니다. 사실 억제력은 매우 유익한 성품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것이 약한 사람이라면, 달리 말해서 쉽게 발끈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가장 가까이 가족부터 힘들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친근해야 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더 견디기 어렵기도 합니다. 쫓아낼 수도, 자신이 도망갈 수도 없으니 말이지요. 그냥 당해야 합니다. 때문에 가족 안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더욱 노력합니다. 반면 내면에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폭발하면 그 파급이 매우 크게 됩니다. 자칫 큰 싸움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라면서 경험했지만 학교를 다니면 당연히 공부해야 합니다. 하기야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부는 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요? 공부는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학생으로 공부하는 당시에는 그것이 장차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해야 하는 것이니까 따라가는 것입니다. 친구가 좋고 선생님이 좋고 학과목이 재미있다면 참으로 운이 좋은 것이고 복을 받은 것이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냥 일과입니다. 그래서 학기마다 연휴와 방학을 기다립니다. 학창시절 방학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
음악의 재능은 있는데 가르치는 것은 클래식뿐입니다. 글쎄 유별나게 그 분야에 특기가 있고 그다지 거부감이 없다면 꾸준히 배우며 실력을 다져갈 것입니다. 그러나 억지로 끌려가다시피 배우는 것이라면 공부보다 더 힘들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듀이’ 선생님과 맞아떨어졌습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고 꼭 클래식을 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가? 자기가 좋다면 좋아하는 방향으로 재능을 발휘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마지못해 악기를 두들기고 있는 아이들에게 억제된 감정을 폭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처음에는 뭐 이런 선생님이 있는가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네 마음을 읽어준 것만도 신나지요.
문제는 학교 책임자인 교장입니다. 큰일 날 일입니다. 학교 명예를 따라 비싼 등록금을 내며 아이들을 맡긴 학부모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학생들을 맡은 교장은 수시로 교내 분위기, 선생님들의 수업 진행, 학생들의 반응 등을 감시하며 수업을 확인합니다. 사실 교장도 학부모 등살에 말 못할 정도로 억압되어 있습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같은 심정이겠지만 우리 아이가 잘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잘 받고 있는지, 교과 내용은 괜찮은지, 전반적인 학교생활은 다른 학교들에 비하여 나은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때마다 열리는 학부모회의는 특히 교장에게 매우 중요하고 그만큼 스트레스 요인입니다. 교장이나 학부모나 선생님이나 학생들 모두가 억압된 감정들을 지니고 사는 것입니다.
클래식만 배우던 아이들이 어느 날 나타난 선생님이 ’락‘을 연주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락’이란 무엇인가?‘ 물어봅니다. ’규칙의 파괴‘라고 가르쳐줍니다. 처음에는 반항하지요.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았어도 익숙한 것에 대한 낯선 것이니 저항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그런 아이들의 감정을 풀어줍니다. 반항하라는 것이지요. 억눌렸던 아이들이 낙원을 만난 것입니다. 맘껏 소리칩니다. 신나지요. 여태 학교를 다녔어도 이런 기분은 처음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재능을 가지고 클래식은 집어치우고 락을 가르칩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따라옵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하나가 되어 하나의 밴드를 조성하고 락 밴드 경연대회에 나갑니다.
놀란 교장과 학부모들이 들이닥칩니다. 그런데 펼쳐지는 광경에 자기도 모르게 어깨춤을 춥니다. 소리 높여 외칩니다. 사실 모두가 억압되어 삶을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런 감정을 풀만한 여유도 시간도 장소도 없었습니다. 그곳은 별세상입니다. 처음 느껴보는 해방감 그리고 기쁨, 한 마음이 되어 즐깁니다. 자기네 아이들에게 이런 재능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을 것입니다. 이 밴드로 학교는 더욱 유명해지리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숨어서 연습할 필요도 없습니다. 따로 연습실과 시간까지 만들어줍니다. 듀이도 쫓겨날 염려 없이 일할 수 있습니다. 영화 ‘스쿨 오브 락’(The School Of Rock)을 보았습니다. 2004년 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