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션윈예술단의 ‘인욕제세(忍辱濟世)’ 공연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http://ko.shenyun.com)
2007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션윈예술단 공연을 설날에 NTD TV에서 본적이 있다.(션윈 공연은 오직 설날에만 방송을 한다.) 이 때가 션윈예술단이 최로로 무대에 올라갔을 때다. 그 때 한 가지 공감 가는 작품이 있었는데 중문 제목으로는 ‘인욕제세(忍辱濟世)’라고 한다. 모욕을 참고 세상을 구원한다는 뜻이다.
이 작품이 마음에 와닿은 것은 참을성이 약하고 체면이 강했던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션윈예술단 사이트에 따르면 이 무용극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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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사찰의 방장 스님이 있었는데 엄격하게 계율을 지켜 많은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인근 마을의 한 아가씨가 몰래 정을 통하다 임신해 그만 아들을 낳게 되었다. 아이 아빠는 과거를 보기 위해 멀리 타향으로 떠나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의 추궁에 겁이 난 아가씨는 방장스님이 아이 아빠라며 거짓말을 했다. 방장 스님은 터무니없는 모함임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주변 백성들은 모두 전에 사람을 잘못 봤다면서 앞다퉈 그를 비난했다. 방장스님은 또 아이를 인계 받아 사찰에서 길렀다.
수년 후 아이의 진짜 아빠가 과거에 급제해 고향에 돌아왔고 자식을 찾았다. 방장스님은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친부모에게 돌려보내주었다.
백성들은 그제야 오해로 방장스님을 나쁘게 생각했음을 알고는 존경을 받거나 모욕을 받아도 흔들리지 않는 방장스님의 수련경지에 몹시 탄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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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것은 션윈예술단이 대사 없이 무용만으로 이 이야기를 잘 전달했다는 것이고 마지막 장면에서 배경스크린이 진동하는 장면이었다. 이 스님의 인내심의 경지에 하늘이 놀라고 존경을 표하는 장면이었다.
옛 사람들은 이렇게 큰 참음의 경지를 표현했는데 사실 현대인들은 매우 조그만 일에도 참지 못한다. 자신에게 조금만 손해가 생기거나, 체면이 조금만 깎이거나 무시당했다고 생각이 들면 화를 벌컥내거나 상대를 압제하려 한다. 최근 ‘땅콩회항’ 사건도 사실 다 참을성이 부족한 원인이다.
진정한 참음은 사실 억울함을 참고 억지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경지가 높아 그 사건 자체에 대해 초탈해야 해낼 수 있다. 남보다 인식과 경지가 높은 사람은 작은 일에 쉽게 화를 내지 않게 된다. 나 스스로도 참지 못할 때는 늘 이 작품을 떠올리며 자신을 반성하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