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와 낙엽>
북한산, 삼천사에서 부왕동암문을 향해 오르는 어느 한적한 바윗길.
이른 봄, 무심코 편편한 바위 위를 흐르는 가는 물길을 건너는데, 자못 심각한 대화가 들렸습니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주위를 살피다가 그 대화의 주인공들을 찾았습니다.
올챙이 세 마리.
잠시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였습니다.
왼쪽 올챙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왜 아직 다리가 안 나올까...?"
중간 올챙이: "나도 나도~"
오른쪽 올챙이: "근데... 왜 어른이 되고 싶어?"
왼쪽 올챙이: "어른이 되면 간섭 안 받고 사랑할 수 있잖아~"
중간 올챙이: "맞아 맞아~ 마음껏 노래 부를 수도 있고..."
오른쪽 올챙이: "그래. 나도 그래. 나는 마음껏 이 산 전체를 돌아다니고 싶어~"
올챙이 세 마리 모두: "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그때, 바닥에 누워있던 낙엽이 부스스 일어나며 말을 합니다.
"나도 너희들처럼 봄날, 연둣빛 새싹으로 세상을 만났을 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단다."
올챙이 세 마리, 귀를 쫑긋 세우고 다음 말을 기다립니다.
"여름이 되고 드디어 바라던 짙푸른 청춘 잎이 되었지. 바람이 불어오면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비가 내리면 사색하는 시인이 되었단다. 당연히 사랑도 했지. 바람도 비도, 잠시 내가 매달린 가지에 앉았다 가는 새도... 모두 다 사랑을 했단다."
올챙이 세 마리, 눈을 가늘게 뜨고 낙엽의 젊은 날을 상상해 봅니다.
"가을이 왔어. 원치 않았지만, 나는 빨간 중년잎이 되었단다. 이젠 바람도 비도, 그리고 둥지를 찾아 떠난 새도... 모두 그리움이 되더구나. 나는 그 가을이 다 가도록 그리움의 병을 앓았단다. 그리고 점점 파리하게 탈색되어 갔지."
올챙이 세 마리. 이젠 자못 심각한 얼굴로 귀 기울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나는 팔랑팔랑 땅으로 떨어졌단다. 슬플 줄 알았는데... 이상했어. 나는 어디선가 풀려나는 기쁨을 느꼈으니 말이야. 땅에 닿았지. 아주... 정말 아주 편안했단다. 내 몸 위로 눈이 덮이던 어느 겨울날... 나는 깊이 잠이 들었지."
올챙이 세 마리. 눈만 말똥말똥, 낙엽의 다음 말이 궁금합니다.
"어느 날, 졸졸졸... 얼었던 계곡물이 다시 흐르는 소리 들리더구나. 나도 다시 깨어났지. 그리곤 이렇게 흐르다... 멈추다... 땅이 되어가고 있단다."
왼쪽 올챙이: "너무 슬퍼요..."
중간 올챙이: "어른 안 되고 싶어..."
오른쪽 올챙이: "여기서 우리랑 오래 같이 살아요..."
낙엽: "너희들 슬프고 겁먹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란다. 지나고 보니 말이야... 그 매 순간들이 참 소중했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되더구나. 새싹일 땐 새싹인 대로... 청춘일 때도... 중년일 때도... 그리고 땅에 닿았을 때도..."
올챙이 세 마리 모두: "그럼 어떻게 살면 돼요?"
낙엽: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애써 기다리지도 말고, 지나간 것을 붙잡으려고 애쓰지도 마.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된단다. 너희들은 지금 너희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모를 거야. 저 봐~ 저 눈 큰 아저씨 너희들을 사진에 담으려 애쓰고 있지 않니. ㅎㅎ"
저 또한 낙엽의 말을 듣느라 활짝 열어둔 귀를 그대로 열어둔 채, 다시 산 길을 걸어 올랐습니다. 입가에 자꾸 웃음이 맺혔습니다.
산에 오르면 늘 뭔가를 배우게 됩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동화 한 편에 마음이
맑아지는 새벽입니다.
올챙이들과 낙엽의 대화가 참으로
마음에 와닿습니다.
낙엽이 하는 말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애써 기다리지 말고.."
지금 제 마음 같습니다.
마음자리 님, 아름다운 동화 감사드리며
잘 읽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이것도 인연인가...
저는 그 길을 사랑하고, 봄에 오르면 개구리
알과 그게 부화된 올챙이를 눈여겨 보았답니다.
마음님처럼 뜻깊은 동화는 쓰지 못했지요.
낙엽이 떨어지면서 '풀려나는 기쁨(느낌)'...
알 것 같아요 ! ^^
인연 맞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자주 갔던 그 길을
걸으시며 제 댓글까지 기억해주시고.. ㅎㅎ
감사합니다.
겨울산이 언 비탈을 녹이고
개울물 소리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흐르는 것이지요.
바싹 마른 나무잎이
물위에서 떠 내리지 않고
마지막의 생을 즐긴다고 해야 할까요.
그 밑에는
올챙이들이 숨쉬고
세 올챙이는 넓은 세상이 보고파
다리 나오기를 기다리는가 봅니다.
펄쩍 저쪽편으로 뛰고 싶어서...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글 잘 보았습니다.
이곳에는 기온이 높아 벌써 나무들에 연두빛 새싹들이 돋아납니다.
연한색 작은 풀꽃들도 땅에 납작 붙어
봄을 알려줍니다.
열심히 봄을 알려주는 그들의 속삭임에
귀기울이고 싶어요. ㅎ
올챙이에게 들려주는 낙옆의일생
너무 슬프면서도 깊은 깨달음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흙이 되지만 자연의 이치대로
선순환되어 후대에 도움이 됩니다
눈큰 아저씨는 이모든것을 지켜보는
관찰자로 보입니다
산에 가면 정상에 오르는 것은 뒷전이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줍는 재미로 슬슬 걷곤했어요. ㅎ
저 눈 큰 아저씨 너희들 담으려고
애 쓰고 있잖어ㆍ
아하
마음자리님 눈이 크시구나!
작은 미물에서 조차 인생을 관조하는
마음자리님 글을
꼭 읽어봐야하는 건데ᆢ
서서히
꽃이 시들어 가면서
호박이 커간다는 걸
호박 딸 때마다 봤으면서도
지난 가을엔
가슴이 쿵! 내려 앉았지요
잘 읽었습니다 ㆍ
삶을 관조하는 면에서는
윤슬님이 저보다 저만치나
높은 곳에 계신 분입니다. ㅎ
제가 윤슬님 글 읽다가 숨이 턱
막힌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ㅎ
돌아보면 모든 것이 스승입니다. 나도 산에 가면 늘 겸허를 배우고 옵니다.
낙엽과 올챙이 우화 잘 읽었습니다.
그렇지요!
둘러보면 모든 것이 스승입니다. ㅎ
올챙이와 낙엽의 대화가
재밌습니다.
아이들도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지요.
막상 어른이 되고 보면
별것도 없는데 ㅋㅋ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어요.
영혼이 맑아지는 글
재미나게 잘 보았습니다.
마음 속에 어릴 때와 젊을 때와
중년일 때가 공존하다 보니 ㅎㅎ
저도 막 헷갈립니다.
내가 지금 몇살을 살고 있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