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당일과 첫째날..
어스름 저녁의 잿빛하늘이 당장이라도 비뿌릴것처럼 심상치 않더니 신사역출구로 나서는데 굵은빗줄기가 마구 쏟아진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채비하고 길나서니 비가 많이도 온다
매도 먼저 맞는다고 어차피 올 비라면 오늘밤에만 내리고 내일부터는 안왔음 좋겠다
출발전 머릿속 창고를 대충 정리한터이니 내리는 빗물로 말끔하게 헹구기나 하고 가야겠다
곪은상처는 빨리짜내야 새살이 돋듯 하늘도 무거운 비구름 빨리 내려놓고 내일은 밝고맑은햇살 비춰주시길 빌어본다
밤12시에 출발하기 전부터 오던비가 자며깨며 가는내내 그치지않고 동해시에서 아침식사하고 삼척을 지날때까지
끊임없이 오더니 버스가 근덕을 한참지나 원덕부근에 오니 그제야 조금씩 잦아드는것 같다
이제는 더이상 뿌릴비가 없는지 산행들머리인 두천리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얼굴에 안개비만 살짝 스치고 간다
예정시간보다 일찍도착하여 마을회관에서 양치와 고양이세수하고 정자에앉아 할머니가 끓여파시는 다슬기차 마시는데
울진군 숲해설가 오시고하여 간단설명과 몸풀기 후 오늘구간인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십이령옛길)으로 출발한다
냇가에 놓여진 징검다리를 건너자 아담한 누각 안에 행상우두머리의 은공을 기리는 비 두개가 나란히 있다
울진내성행상불망비 인데 그 앞에서 숲해설가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내용을 읽어보니
행상접장 정한조와 행상반수 권재만의 은혜를 잊지말자는 내용이고 돌로만든 비가 아니고 쇠로 만들었으며
돌로만든 대부분의 비에 새겨진 글이 음각이라면 울진불망비는 양각으로 그 내용이 씌어져있다~ 한다
십이령길은 예전에 선질꾼(행상)들이 쪽지게지고 울진과 봉화를 왕래하며 장사하러다니던 첩첩산길 구간이라니
풍진세상에 질곡있는 사연도 많았는가보다
우두머리들에 대한 진심어린 고마움의 표시가 따뜻한 마음이 담긴 두개의 비로 남아 지켜주고 있다
우리들의 어버이였을 이름모를 상인들의 고된 발자취를 더듬으며 나 역시 세월을 밟고 지나간다
산길로 들어서니 보부상여장군과 십이령대장군 두 장승이 어서와서 자연의 품속으로 안기세요~ 하며 반긴다
바릿재 전후로는 오르막경사 구간에 금강소나무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는데 여러 다른 나무들과 조화롭게
잘 어울려 있는것이 숲속의 질서정연함과 조화로움에 조용한 평화가 느껴진다
금강송의 곧고 길게 뻗어올라간 자태는 하나하나 기품이 넘쳐나고 군락을 이룬 금강송숲은 고요한 도도함으로
파장을 만들어 온몸의 오장육부를 짜릿한 진동으로 흔든다
식물도 정신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니 나 또한 겸손한 마음으로 가슴을 열어놔야 할것같다
계곡물이 차갑다는 찬물내기 쉼터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다
산에오면 집에서보다 화려한?점심을 먹곤 했는데 소박한 비빔밥에 담백한 시래기된장국도 뒷맛이 개운한게 깔끔하다
이번 금강송숲길 트레킹은 식사준비가 없어 번잡하지않고 단촐한게 남성회원은 물론 여성회원분들이 한결 수월하다
새도 쉬어간다는 조령(샛재)을 넘자마자 조령성황사라 이름붙은 행상들 안전기원을 빌던 성황당앞에 서니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는 금강소나무들이 즐비하게 서있는데 번호가 매겨져있고 하얀띠 노란띠로 필요에 의한 표식을 해놨다
가장크고 두꺼운 금강송은 여자 세명이 팔을 마주잡아야 할 정도로 밑둥이 두꺼워서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중에는 보호수도 씨앗용도 있지만 약간 못나게 컷기때문에 훌륭한 목재감이 아니라 베여지지않고
천수를 누리는 중~이란다 금강송 한번씩 끌어안고 인사 나누며 내려간다
샛재부터는 봉화군에서 나오신 숲해설가님 안내받으며 내려간다 샛재에서 너삼밭재,저진터재로 이어진 길은
내리막 구간이 많고 짧은 임도구간을 제외하면 좁은 산길이 많아서 구불구불 아름다운 옛길로 이어진다
어릴적 긴긴 겨울밤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옛날얘기의 배경같아 콧잔등이 시큰해지기도 하여서 일부러라도
천천히 가고싶다 이렇게 예쁘고 정겨운 길인줄 알았으니 다음에 올때는 필히 싱글 면해서 와야겠다 ㅋㅋ~~
자연숲길 오롯이 감상하며 내려가다 보니 아무리 가물어도 젖어있는곳이라 해서 불리어진 저진터재까지 왔는데
소광리까지 칠백미터 남았다는 팻말이 보인다 볼일이 급하긴해도 거반 다왔다니 너무 아쉽지만 내일을 기약한다
오늘의 종착지인 십이령주막에서 막걸리 몇잔으로 아쉬운마음 달래고 숙소로 향한다
사십여명이 네곳의 숙소로 갈리었는데 네곳모두 소광2리인것같다
엎어지면 코닿을듯 가까운 거리인것이 저녁식사후에 산책나갔더니 어두워 얼굴도 안보이지만 두팀이나 만났다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걸 보더니 사세님이 일급수 지역이란다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애벌래일때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다슬기를 파먹고 산다나 뭐라나~ 뽀이하고 샤이니 공주는 알려주니까 알았지 몰랐는데 오늘 알았다
한여름에 왔더라면 지금시간이면 환해서 냇가에서 다슬기 잡으며 재미있는 시간보냈을텐데...
메밀꽃 옆에서 이름모를 풀벌레소리와 함께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따뜻한 말과 행복한 시간을 함께 나누었으니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매김 하겠지
여독을 달래줄 조촐한 술자리가 빠질수는 없는지라 토종닭이 볶아졌고 감자는 짤려서 볶음탕으로도 가고
갈려서는 빈대떡으로 재탄생한다
소주와 맹물로 맥주와 주스로 건배를 여러번하여 화기애매했던 대화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꾸어간다
하늘채 민박에 계시던 두분의 여회원님까지 합세하여 재미있게 놀았다 노래까지 부르며...ㅎㅎ
둘째날은...
아침밥 맛있게 먹고 커피와 과일로 후식하고 하룻밤 같이한 회원님들과 새벽에 장독에서 된장꺼내시어 아침상
차려주신 이장님 안주인 모시고 단체사진 찍고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으로 출발한다 잘먹고 잘자고 갑니다~
오늘은 어제 내려온길을 되밟아 가서 저진터재와 너삼밭재 지나 소광천 갈림길에서 오백년송 있는곳으로 간다
어제 내려왔던 길이라 약간 지루했는데 어느재에선지 남자회원님의 구수한 노래로 분위기 갑자기 좋아진다 ㅋㅋ~
털보님~ 노래 잘~들었습니다 귀가 즐거워지니 발걸음 가벼워지고 웃음꽃 이야기들 만발한다
화전민터 뒷자락으로는 개인사유지가 있는지 현대식 건물이 보이는게 옥의 티고 어디에서 짓고있는지 박물관을
신축 하는것 같은데 염려스럽다
필요에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는 말아야 한다는 법정스님의 말씀과 예전 화전민들의 삶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래도 아름다운길은 계속 이어지고 숲속의 작은길을 샤인님과 흉금을 터놓고 살아온살아갈 이야기들로 빼곡히
채우며 걷다보니 어느새 오백년이상 되었다는 금강소나무가 앞에 우뚝 서있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모두들 마음에 새기고 사진기에 담기 바쁘다
비대칭의 못난 모양으로 자랐기에 오늘날까지 살아남아서 찾아오는 모든이들의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니
과연 반듯한 모양의 쓰임새 있어보이는 금강송보다 낫지 싶다
완벽함보다는 빈틈이 엿보이는 가득보다는 모자란듯 날카로움보다는 무딤을 배우고 간다
원점회귀로 돌아가는 길에 맛난점심과 막걸리 고맙게 먹고 여러군데서 얻어온 커피까지 한모금씩 한다
입이 즐거우니 마음도 즐겁고 더이상의 호사는 없지싶다 ㅋㅋ~
내려가는길 냇가에 무지개빛 물이 흐르고있어 신발벗고 발담궈 행복색으로 물들인다
맑은공기에 실려온 솔바람 맞으며
싱그런 풀내음 얼굴에 부비대고 들이켜
솔향기 그윽하게 마른알탕 하니
풀먹여 꾸깃꾸깃한 옷
다듬잇돌에 방망이질 한것처럼
주름진 얼굴 곱게 펴지고
금강소나무 내뿜는 숨결 바리바리 받아
시름 상처로 얼룩진 가슴깊이 실어 보내니
화롯불인두로 솔기 다리듯
마음속 구김 말끔히 펴진다
일박삼일 행복한시간 같이보내신 모든님들 이번여행에서는 건강함을 담아가셨으면 합니다
산행내내 비가 안와서, 모든님들 안전하게 돌아와서 감사합니다 그린보이 드림
첫댓글 어쩜 이리도 후기글이 맛깔날까요?
리얼감도 만땅....정말 가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아침일찍 행복 가득 담고 갑니다...
이 땅을 사랑하신다면 꼭 거쳐야 할 코스인것 같아요~
산길이지만 힘든산행이 아니라 감성이 살아나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느끼러 다녀오십시요~ 감사합니다^~
그 날을 다시한번 산뜻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멋진 산행기 잘보고갑니다
나열만 해 놓은것 같아서 쪼끔 거시기 했습니다 ㅎㅎ
다녀오지 않으신분들 쉽게 이해하시라구요...
지명이나 호칭에 얽매이면 예쁜산길이 안보일까봐서요~
같은 버스에 타고도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다음에 꼭 인사드릴께요^~ 답글 | 수정 | 삭제 | 신고
정말 감성적인 후기네요~ㅎ잘 보고 갑니다~^^
마음맞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소나무숲길을 다정하게 걷고
그 숲에서 같이 숨쉬며 마음을 나누었기에 행복하였습니다~~
루비나님 가슴에도 여여쁜 색갈이 물들여졌으면 해요^~~
좋은자리 또 만들어 보아요^^~
그린보이님 가심팍이 초록으로 물들었네요~ 이제서야 제빛깔을 찾은듯시푸요 ㅎㅎ
그동안 넘칼라풀혀서 쪼매헷갈렸는디~ㅋㅋ 다녀온지가벌써?~ 늦게서야봤네요 ㅠ 뽀송뽀송하게그려주신덕에
다시한번 소나무숲싱그런향기속으로 푹빠져봅니다ㅎㅎ 금수강산 금강소나무 삼천리화려강산~ 오염되지않은 우리땅에서산다는게 얼마나 큰축복이고행운인지요~멋져보이!그대 알라뷰!~~~ㅋㅋ
ㅋㅋ~ 넘 이뻐하시니깐두루 쑥스럽네요^^~
제주도 잘 다녀오시고요~ 담에 뵙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