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바꾸기 힘든 습관중의 하나가 식습관이다.
먹는 음식은 바꾸기가 어렵다.
함경도의 음식이 경상도 음식의 아류인 것은, 세종임금 시절 김종서로 하여금 여진족을 물리치고 육진 사군을 개척하여 그 땅에 울진 포항 영덕 등지의 경상도 사람들을 이주시켰기 때문이다.(豊江學說)
19세기 말에 연해주로 이주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조선의 유민 코레스키의 후손들이나, 멕시코 애니깽 농장에 노예로 팔려간 조선의 후예들도 백년이 넘도록 조선땅에서 떨어져 살았으나 아직도 김치를 담궈서 먹고 있다.
내가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나의 조기(또는 굴비) 사랑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올해는 나의 할아버지가 열 두 살의 나이에 증조부 손에 이끌려 평북 개천에서 풍기로 이주한지 꼭 110년이 되는 해이다. 1919년!
정감록의 도참사상을 믿고 풍기로 낙향하여 정안동, 삼가동 등에 정착하여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오셨으나, 유일하게 잊지 않고 간직한 음식이 조기였다.
이곳 강릉을 비롯하여 삼척 울진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문어가 없이는 제사를 지낼 수가 없고, 안동 포항 대구 등지에서는 상어 돔배기가 이를 대신하나, 우리집만은 제사에 조기가 빠지는 법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할아버지의 영향이다. 그러니 우리집의 조기 사랑은 백년이 넘는다.
조기는 1960년대를 마지막으로 연평도에서 사라졌다.
민어과에 속하는 조기는 민어와 마찬가지로 튼튼한 부레를
갖고 있어서 이들이 떼지어 다니면 부레에서 내는 소리가 마치 개구리 울음소리 같기에, 어부들은 긴 대나무 장대를 물속에 넣고 그 소리를 탐지하여 그물을 친다.
요즘도 민어잡이에는 이 방법을 쓴다.
그물을 안강망을 주로 치며 그 수가 많을 때는 권양망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망종류를 다 설명하긴 어려우니 생략)
이렇게 연평도 부근에 대단한 선단이 형성되었기로 이를 파시(波市)라 불렀으며, 지금도 군밤타령에 ‘연평 앞바다에 어허얼싸 돈바람분다’라는 노래로도 남아있다.
그러나 세월이 가고 해수온도의 상승으로 조기떼는 남하에 남하를 거듭하였으니, 지금은 목포 앞바다와 흑산도 부근 그리고 남으로는 추자도 부근까지 매년 늦가을에 잠시 그 어장이 형성된다. 이듬해 2월이면 알배기도 구경할 수 있다. 크기는 작다.
생조기는 탕이나 구이로 주로 이용하고, 그것이 나는 시기가 김장철과 겹치므로, 김치속에 통채로 넣거나 다른 양념과 다져서 넣으면 침치 맛이 참으로 시원해진다. 생새우와도 잘 어울린다.
구이용은 별도로 간을 하지 않고 소금물에 담구었다가 건져서 하룻밤 말린 것을 쓰는데, 건조 숙성시간에 따라 신선한 것과 좀 삭힌 것으로 분류할 수 있는 바, 나는 저온 숙성을 오래하여 거의 썩은 것을 좋아하는데, 아파트 창문을 다 열지 않고는 굽기가 어렵다. 난 그런 홍어맛 나는 조기가 좋다.
이 조기의 아가미에 천일염으로 적당히 간을 하여 엮어 말린 것을 굴비라 하니 전남 영광 법성포가 그 주산지이다.
그러나 희망을 갖지마라!!
법성포에는 굴비가 없다!!
이제 참굴비는, 더구나 팔뚝만한 알굴비는 한 마리에 50만원 정도가 가고, 그 양도 희귀하다. 열 마리 한두름에 300~500만원 한다.
요즘 참조기라고 잡히는 것은 22~23cm를 넘지 않으니, 그런 것은 엮지 않고 그냥 말려서 굴비라고 판다. 물론 엮은 것도 있다.
그리고 시중에 파는 소위 보리굴비라는 것은 모두가 조기와 유사한 부세라는 생선이니, 그것을 굴비라 부르는 것은 그야말로 구미속초(狗尾續貂; 담비꼬리에 개꼬리를 갖다 붙임)하는 격이다. 황금과 구리의 차이다.
염장을 잘한 굴비는 너무 바짝 마르지 않도록 겉보리를 담은 항아리에 보관하였기로 보리굴비라 불렀다.
성인도 시속에 따른다고 이젠 오리지날한 보리굴비는 먹기 글렀다. 귀하고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년전에 정동영이가 대권에 도전하면서 알베기 굴비를 사서
김대중에게 문안인사를 올렸다.
“선생님 좋아하시는 알베기 구해왔습니다.”
그거 안좋아 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 일로 그는 한동안 구설에 시달렸다. 그때 그 굴비의 가격이 열 마리 한 두름에 3백만원이었다.
나도 몇 년에 한번 맛보는 귀물이다.
그러니 이제는 부세를 굴비로 알고먹자.
광주의 ‘홍아네’가 젤로 유명하다.
예약은 필수다. 4명이 한 조.
찻물에 밥을 말아서 굴비를 뜯기도 하고, 매생이 탕도준다. 알토란탕에 절라도 반찬도 정갈스럽다. 떡갈비도 나오지 아마?
잘가개(戌)
사랑해(亥)
새날에 빛나는 해는
어제의 수고가 영근 결실입니다.
강릉에서 豊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