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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풀어쓴
이현세 만화 《천국의 신화》
동이족의 눈으로 그린 고대 동아시아의 세계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의 만화가 이현세씨가 자신의 만화 인생 20년을 건 《천국의 신화》를 그리고 있다. 100권으로 출간될 예정인 이 작품은 현재 8권까지 나왔다. 성도덕이 발생하기 이전의 혼음․강간 등을 묘사한 일부 장면이 음란성을 띠고 있다고 해서 검찰의 수사를 받는 등 구설수에 휘말려 있지만 동아시아 고대신화를 다룬 원대한 스케일과 풍부한 상상력은 우리나라 만화사의 신기원을 여는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씨가 만화 《천국의 신화》를 글로 풀어 썼다. <편집자>
나는 요동 벌판에서 황풍이 휘몰아칠 때마다 들려오는 선조들의 숨결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 생명의 근원임을 느꼈다.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한반도가 맨 처음 바라보는 곳, 압록강․두만강을 건너가면 기름진 대평원 만주가 있다. 그곳에서 좀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세상에서 가장 넓은 초원 몽골이 있다. 그곳에서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면 바이칼 호수를 낀 채 눈과 얼음에 뒤덮여 있는 시베리아 대평원이 있다. 이 시베리아․몽골․만주 대평원에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역사를 꾸리며 살던 시대가 있었다. 빙하가 엄습하기 전, 그래서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한가로이 흐르던 그 땅에 전설 같기도 하고 꿈 같기도 한 나라 천국(天國)이 있었다고 전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神)들이 세운 나라, 지구상에서 가장 장엄하고 평화로웠던 이상국가(理想國家) 천국(天國)에 천인(天人)들의 이야기, 곧 신화(神話)가 있었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로 차례로 올라가다 보면 우리 모두의 조상이 되실 하늘사람들의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 말이다. 《천국의 신화》를 보다 보면 천국의 천황(天皇)이셨던 환인․환웅․단군 할아버지들을 만날 수 있고, 동서로 2만리, 남북으로 5만리나 되던 넓고도 넓은 천국의 대평원을 질풍처럼 말달리던 하늘군대 천군(天軍)의 천둥 같은 함성을 들을 수 있다.
1. 하늘의 도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봉우리마다 화산이 터지고, 아무 때나 땅이 갈라지고, 하루 종일 번개가 휘둘러대고, 한번 내리기 시작한 폭풍우는 한달이고 두달이고 내리 퍼붓기만 하고, 때로는 일년이 다가도록 붉은 태양이 땅을 뜨겁게 달구던 시절이 있었다.
지구는 아직 무질서와 혼돈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때 혼돈의 세상으로 여신이 내려와 생명을 주기 시작했다. 혼돈의 태극(太極)에서 태음(太陰)이 열린 것이다. 여신은 그 혼돈을 갈라서 밝고 어두운 것을 나누고, 차고 더운 것, 크고 작은 것을 차례로 정해 두었다. 하나하나 쓸모있게 정리를 하다보니 세상은 아주 평화롭게 바뀌었다. 여신 태음(太陰)이 생명을 준 일 중에는 씨앗이 싹을 트고, 그 싹이 자라 줄기와 가지로 자라고, 또 열매를 맺는 차례를 주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차례에 봄․여름․가을․겨울을 맞추어 주었다. 이처럼 세상에서는 모든게 하나하나 질서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게 처음 열린 지구의 모습이었다. 만물이 저마다 제자리를 차지하고 역할을 나누어 맡았다. 두더지는 땅을 파고, 뱀은 땅바닥을 기어다니고, 토끼는 땅을 뛰어다니고, 새는 하늘을 날고, 익룡은 구름 위를 날아다녔다. 그 중에는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종(種)이 있었다. 이빨은 호랑이나 늑대처럼 날카롭지도 못하고, 다리는 말이나 사자처럼 튼튼하지도 빠르지도 못했다. 게다가 몸에는 털도 나지 않아서 추위에 몹시 약했다. 요즘처럼 언어도 문자도 없어 정보를 나눌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맹수들은 가장 순하고 행동이 굼뜬 사람을 쉽게 잡아먹을 수 있었다. 사람이 할 일이라곤 먹이를 채취하거나,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산으로 들로 도망다니거나, 인간보다 약한 짐승을 헉헉거리며 뒤쫓아가 다리를 붙잡는 일 뿐이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천둥․번개가 치면 동굴이나 나무 밑에 모여 벌벌 떨면서 단지 먹을 것만 생각했다.
사람은 아직 사람이 아니라 가장 약하고 겁많은 짐승에 불과했다. 굴 속에 숨어 벌벌 떨던 그런 사람이 오늘날처럼 가장 지혜로운 동물이 되어 지구를 지배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토록 약한 동물이었던 인간이 오늘날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손을 쓸 줄 알았기 때문일까? 두발로 걸을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물론 손을 쓰고 두발로 걷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정도는 원숭이나 침팬지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 두뇌가 컸기 때문일까?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하드 디스크가 크다고 좋은 컴퓨터라고 말할 수는 없다. 중앙연산장치(CPU)나 소프트웨어가 훌륭하지 않으면 하드 디스크는 아무리 커도 소용이 없는 것처럼 인간의 두뇌도 쓰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 인간은 신을 만나면서부터 똑똑해지기 시작했다. 신을 만나면서 인간의 눈은 이제 먹을거리에서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 절대자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게 부족했고, 그 부족한 것을 메우고 구하기 위해 자꾸 생각하고 도전하고 무엇인가 조금씩 해냈다. 그래서 어느 민족이고 그 민족의 신을 갖게 되면서 그들만의 문명을 이룩하기 시작했다. 신을 숭배하기 위하여 과학이 발달하고 무기가 발달하고 철학과 지식이 향상되었다.
오름족과 내림족
어느날이었다. 만물을 낳은 여신(女神)은 스스로 뱀의 먹이가 되어 죽었다. 그대신 뱀이 여신을 삼키자 여신은 마치 두꺼비처럼 뱀의 뱃속에 알 세개를 낳았다. 이것은 태극에서 음양이 나오고, 거기에서 천지인(天地人) 사상이 나오는 과정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렇듯 태극이라는 알에서 부화된 까마귀 세마리가 하늘로 올라갔다. 신에게 세상의 소식을 알리러 날아간 것이다. 그래서 그뒤부터 까마귀는 신의 심부름꾼, 즉 하늘의 사자(使者)라고 불리게 되었다.
까마귀 세마리가 땅에 돌아와서 사람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고, 또 그들로부터 여덟명의 자식이 태어났다. 천지인(天地人)에서 나온 여덟명의 자식, 그것은 동양철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팔괘(八卦)를 상징한다. 이 여신의 후손들은 점점 늘어나서 큰 부족을 두개나 이루었다. 그런데 두 부족의 족장들은 이상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오름이라는 족장(太陽男)이 다스리는 부족은 열심히 밭을 갈아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걸 좋아했다. 뭔가 자꾸 만들어내 부족민들이 윤택하게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는 창조하는게 좋아. 일하는게 좋아"
그런데 다른 한 부족의 족장 내림(太陰女)은 성격이 정반대였다. 오름족이 가꾸어 놓은 것을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고 있다가 추수하면 가져가버리고, 오름족이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것을 일부러 부숴버렸다.
"만날 늘어놓기만 하고 벌여놓기만 하면 뭘 해. 사람은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해야 해"
시간이 갈수록 오름은 창조와 시작을 특징으로 가졌고, 내림은 파괴와 수렴을 일삼았다. 오름과 내림은 낮과 밤을 나누어 가졌고, 그런 식으로 밝음과 어둠, 여름과 겨울, 기쁨과 슬픔, 아름다움과 추함, 높고 낮음을 갈라버렸다. 그러다가 오름과 내림은 반목하고 질시하기 시작했다. 오름은 내림을 가리켜 "창조할 줄도 모르면서 파괴만 일삼고 어두운데 처박혀 사는 더러운 년"이라고 비난했고, 내림은 오름을 가리켜 "잔뜩 떠벌리기만 하고 매듭 하나 짓지 못하면서 영광은 혼자 다 차지하려는 놈"이라고 비난했다. 마치 전기를 음극과 양극으로 나누어 놓았지만 서로 만나지 않고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아무 쓸모가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두 족장을 따르는 부족들간에 시비가 일었고, 머지않아 큰 전쟁으로 옮겨 붙었다. 이 싸움으로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었다. 하늘님이 이 싸움을 중지시킬 때까지 죽고 죽이는 전쟁은 그치지 않았다.
"이로써 나는 음과 양이라는 우주의 법칙을 너희들에게 알려주겠다. 너희들 오름족과 내림족은 강의 양 언덕처럼, 수레의 두 바퀴처럼 언제나 동시에 존재하지 않으면 안된다. 수레가 하나요, 강이 하나요, 부모가 하나인 것처럼"
그제서야 하늘님은 음양(陰陽)의 두 극단에 오행(五行)이라는 조화의 지혜를 내려 주었다. 다섯 가지 하늘의 질서는 차례대로 오행을 움직여서 만물을 조화롭게 했다.
하늘님은 오름족과 내림족이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화합할 수 있도록 사자를 내려 보냈다. 그 분이 곧 환인(桓因)이다. 하늘님의 사자인 환인은 나이를 먹기도 하고, 때가 되면 죽기도 했다. 환인은 제 1대 안파견 환인으로부터 마지막 7대 지위리 환인까지 3301년간 존재했었다고 한다. 나이를 평균내면 400세가 넘는다. 이때의 주요 무대는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없지만 지금의 시베리아, 몽골, 만주가 중심지였다고 한다. 지금은 빙하에 뒤덮여 쓸모없는 땅이 되어버린 시베리아 지대, 그리고 사막과 스텝 지역으로 변한 몽골 일대, 겨울이 일년의 반이나 되는 만주에서 그 자취를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러나 시베리아 얼음속에서 발견되는 매머드 등 열대성 동물이나 수목의 흔적은 한때 그곳이 인류가 살기에 아주 쾌적한 환경이었고 기후가 온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2. 땅의 도
그러나 아직까지 땅은 위험하고 거친 곳이었다. 천국과 천국 근처에 자리를 잡은 몇몇 천족(天族)의 나라를 벗어나면 이 세상은 아직 혼돈에 싸여 있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수많은 짐승이 가득했지만 사람들은 그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고 불을 만들고 연장을 만드는 원시 문명에 머물러 있을 뿐 아직 세상을 다스리지는 못했다. 부모자식간도 없었고, 형제남매간도 없었다. 어제도 없었고 내일도 없었으니 시간도 공간도 없었다. 그냥 오늘 하루 죽지 않고 먹을 걸 먹고 나면 만족했다. 사람이 죽으면 바위나 나뭇가지에 버릴 뿐 장례(葬禮)도 없었다.
그때 천국의 사람(天人) 중에 복희와 여와라는 남매가 있었는데, 두 사람은 이러한 땅의 참상을 보고 천국이 아닌 곳에서도 하늘의 은혜를 입을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는 큰 뜻을 품었다. 그래서 환인의 허락을 받고 인간세상 교화에 나섰다. 복희와 여와는 그들을 따르는 천족 무리를 이끌고 황토인들이 짐승처럼 살고 있는 중원을 향해 대이동을 시작했다. 그 옛날 하늘 사람들에게 환인이 내려왔었듯이 복희와 여와는 거친 땅에서 살아가는 황토인들을 향해 용을 타고 황하를 건넜다.
그들은 지금의 하남성 부근에 진(陳)이라는 나라를 세웠다. 그런데 그때 복희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복희와 여와,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무리들을 태워 황하를 건너게 해준 용마의 등에 난 무늬가 있었다. 그 무늬에서 복희는 천리(天理)와 지리(地理)를 깨우쳤다. 복희 팔괘는 당시 천지자연의 운행질서를 보고 만든 것으로,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돕고, 그 다른 하나 역시 또다른 하나를 돕는다는 상생(相生)의 이치를 담고 있다. 팔괘의 등장으로 복희 시대의 인류는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어, 그물이 고기를 잡아들이고, 썩은 퇴비가 식물을 기르고, 수컷과 암컷의 교미로 새끼가 생긴다는 자연 법칙을 이해하기 시작한 듯하다. 자연의 온갖 사물을 인간의 의식 세계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복희의 팔괘는 인류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복희는 이러한 팔괘를 그려 날씨 같은 자연의 조화를 터득하여 생활을 이롭게 했으며, 그 이치를 응용하여 고기잡는 그물도 발명하였다.
한편 여와도 미개한 황토인들을 교화하기 시작했다. 여와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食人)과 약탈 등으로 짐승처럼 살아가던 황토인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땅에서 생명을 구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래서 안심하고 양식을 넉넉히 구하고 오래 저장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그래서 양식 때문에 서로 죽이거나 다투지 않도록 했다. 또한 암컷․수컷 밖에는 구분하지 못하던 황토인들 사이에 부부의 관계를 세우고, 무리에 섞여 있던 데서 부모와 자식, 형제를 떼어내어 가족을 세워 주었다. 결혼의 법도를 가르쳐 부부의 도리를 세우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과 형제간의 우애를 알게 했다. 무리를 가르고 나누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군신 부모 부부 형제 친구의 '관계'를 가르쳤던 것이다.
그로부터 사람은 마침내 인간이 되었다. 사람을 뜻하는 한자 인(人)에 간(間)이라는 글자가 더 붙은 것은 간, 즉 사이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인간(人間)의 간(間)을 세운 것은 복희와 여와의 공이었다. 복희와 여와로부터 비로소 짐승이 아닌 인간이 생기고, 인간이 생기면서 신도 생겼다.
"이제야 황토인들은 동물이 아니고 인간이 되었도다"
그래서 오늘날 복희와 여와가 교화했던 땅인 중국에서는 두 사람을 천지를 창조한 신이라고 높여 부른다.
그로부터 복희와 여와의 자손이 15대에 이르도록 천국의 개척지인 진(陳)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렸다. 그러나 15대 무희씨를 마지막으로 복희의 직계 후손이 끊기자 환인은 새로운 제후를 찾았다. 그가 바로 신농(神農)이었다. 신농은 천국에서도 이름난 농업학자이자 식물학자이자 의학자였다. 진나라에서는 아직 농경과 의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인께서는 신농을 보내어 그 기술을 황토인들에게 가르치라고 했다. 신농은 진나라의 염제로 부임하자마자 황토인들에게 맞는 농사법과 약을 차례로 발명해냈다. 파종법과 농기구를 발명하여 본격적인 농경 문화를 열게 된 것은 오로지 신농 덕분이었다.
신농은 복희와 여와와는 또다른 방법으로 황토인들에게 천국의 문명을 전했다. 그런 다음 환인의 명령으로 진나라의 제위를 이어 받아 복희와 여와가 개척한 진나라 수도를 산동성 곡부(曲阜)로 옮겨 땅의 도를 실천했다.
신농의 위대성은 농업에 혁명적인 기술을 보급했다는 사실에 있다. 그는 비료를 사용할 줄 알았다. 풀을 썩힌 퇴비를 주면 농작물이 더 잘 자라고 소출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이 농사법은 오늘날까지도 널리 쓰이는 중요한 농경 기술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신농은 땅을 깊이 갈면 이듬해에 또 농사를 지어도 괜찮다는걸 알았다. 원래 농사를 지었던 땅에 같은 씨를 또 뿌리면 곡식이 잘 자라지 못한다. 거름이 다 빠져서 식물이 먹을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농은 땅을 깊이 파서 뒤섞으면 새 흙이 돼 또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그때에는 땅을 깊이 팔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신농이 직접 따비며 쟁기를 만들어 밭을 갈도록 했다. 게다가 소나 말을 길들여 농사에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한 곳에 오랫동안 살면서 같은 땅에서 해마다 농사를 지어먹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인간은 산과 들을 헤매지 않고도 스스로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백성들이 한 자리에 정착해서 산다는 것은 문명 발전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정착 농업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문명과 문화가 축적되기 시작했다.
염제신농은 살기어린 그 땅에 농업혁명을 일으켜 바야흐로 인간 본위의 세상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리고 황하에서 양자강 유역까지 땅을 갈고닦아 인간이 살기에 알맞도록 조화를 일으켰다.
3. 인간의 도
인간의 도(道)는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다.
염제신농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황토인들은 겨우 먹고 사는 생명의 목표만을 이루어냈다. 천국(天國)을 벗어나면 인간의 세상은 아직 없었다. 백인이건 흑인이건 아직도 짐승에 쫓겨다니면서 짐승을 쫓아다니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탄생과 생식, 그뿐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그들은 살아갈 뿐이었다. 사냥하고 먹고 자고, 또 사냥을 나가고 먹고 자는 것만 되풀이했다.
그때 지상에 땅의 도가 펼쳐졌음을 확인한 환인은 마침내 신들의 나라가 아닌 인간들의 나라를 세울 뜻을 세웠다. 인간들을 이롭게 할 인간의 나라(弘益人間)가 필요했다. 환인은 생각했다.
'신들의 나라가 아닌 인간들의 나라를 세워야 한다. 이제 때가 되었다. 나는 하늘로 올라가야 하고, 인간은 땅에 남는다'
그래서 아들 환웅을 불렀다.
"인간의 도(道)를 펴는 세상이 되게 하라. 그러니 네가 직접 네 왕국의 터를 잡아라"
환인의 아들 환웅은 천국이 아닌 인간의 세계로 가야 했다. 마침 마지막 환인의 아들 환웅도 인간들의 세상을 몹시 갈구하고 있었다. 인간들도 하늘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환웅은 누구보다도 연민이 깊은 사람이었다.
환웅은 백만리에 이르는 남순(南巡) 대장정에 올랐다. 인간들의 세상으로 더 깊이 들어가 자세히 관찰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인간의 세상을 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웅은 망망대해 같은 사막을 건너면서, 바다를 건너면서, 산을 넘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버지 환인께서 하늘을 열고 이 땅에 내려오신 까닭은 무엇인가? 하늘은 왜 아버지 환인을 세상으로 보내셨을까? 인간의 삶을 직접 돌보신 적이 없으면서도 땅을 순하게 고친 것은 무슨 까닭인가?"
환웅은 마침내 깨달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신들의 세상이 아닌 인간들의 세상을 열기 위한 것이었음을. 식물의 세상도 아니고 동물의 세상도 아니고 이 땅에는 인간의 세상이 열려야 했던 것이다. 환웅은 천국의 서남쪽 지방을 두루 순시한 남순(南巡) 백만리를 통해 아버지 환인의 뜻을 깨달았다.하늘은 순행(順行)하고 땅은 기름지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 무지하다. 인간의 세상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환웅은 하늘의 도와 땅의 도가 미친 진나라, 한반도, 미몽(迷夢)을 헤매는 백인들의 땅 유럽, 반인반수(半人半獸)처럼 사는 인간들의 땅 양자강 이남까지 두루 순시하면서 천족의 나라를 세울 만한 땅을 찾아 보았다. 서쪽은 사막이 너무 넓고 땅이 척박했다. 남쪽은 너무 더워 정신을 맑게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북쪽은 너무 추워 활동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동쪽으로 길을 가다가 환웅은 천국(天國)을 본받아 큰 나라를 세울 만한 터를 발견했다. 그곳이 바로 백두산 천지가 있는 요동 벌판이었다. 백두산 서쪽으로 천리 평야 만주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서기가 넘쳐흐르는 그곳에 환웅이 뜻을 두었다.
그러나 그 순간 하늘은 천재지변으로 답했다. 대홍수가 일어났다. 천지개벽이 또 한번 일어난 것이다. 시베리아는 얼음이 밀려들어 사람이 전혀 살 수 없는 얼어붙은 땅 동토(凍土)가 되었다. 몽골은 겨우 풀이나 자라는, 겨울이 너무 긴 땅이 되었다. 그래서 목축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남은 곳은 환웅이 발견한 땅 만주, 그리고 발해만에서 양자강에 이르는 옥토 지대 뿐이었다. 그날을 알고 때를 기다려온 환인은 천국의 시대를 마감하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환웅에게 인간의 도(道)를 땅에 베풀라는 유언을 내렸다.
"인간의 세상을 열어라"
이제 신들의 나라가 아닌 인간의 나라를 환웅이 세워야 했다. 그때 대부분의 하늘 사람들은 환인을 따라 하늘로 오르고 천인(天人) 3000명이 환웅을 따라 인간의 세상으로 내려갔다. 그 가운데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가 환웅을 호위했다. 그리고 환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인(天符印)을 받아 조화의 기운을 스스로 부리게 되었다.
환웅은 백두산 아래로 가서 천족이 살아갈 새 나라 신시(神市) 배달(倍達)을 세웠다. 환인이 세웠던 천국을 환국(桓國) 또는 한국이라고 부른다. 그에 비해 환웅이 세운 천국은 배달이라고 불렀다.
이제부터 천국의 신화는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환웅이 배달 나라의 수도 신시를 열었다고 해서 단군신화가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아직 단군이 태어나려면 천년도 더 있어야 한다. 1대 환웅을 거발한 환웅이라고 하는데, 이때가 기원전 3898년이었다. 이분으로부터 마지막 환웅인 제 18대 거불단 환웅까지 배달 천국은 1565년간 동아시아를 다스렸다. 그러므로 단군을 낳게 될 거불단 환웅이 천제의 제위에 오르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한다.
4. 용과 봉의 탄생
환인이 하늘로 돌아간 뒤 천국(天國)은 1세 환웅 거발한에 의해 배달나라로 새 출발했다. 그 무렵, 복희와 여와, 그리고 신농에 의해 개화된 황토인들의 나라 진(陳)에는 후천 상극의 악기(惡氣)가 감돌기 시작했다.
환인 시대에는 오로지 상생(相生) 만이 있어 세상은 평화로웠다. 환인은 하늘의 도 즉, 천도(天道)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 아래에서는 누구도 기꺼이 순응하였다. 복희는 미개한 황토인들을 교화시켰고, 신농은 그들에게 농경과 의술을 가르치면서 인간의 문명을 일으켰다. 그 모든 것이 순리에 따라 아름답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환인이 귀천(歸天)한 뒤에는 그렇지 않았다. 환인의 아들 환웅이 천국 배달을 세웠지만, 그 무렵 삼위산(三危山)에는 음신(陰神) 서왕모가 세상에 악을 퍼뜨리기 위해 비밀 왕국인 서이제국(西夷帝國)을 세웠다.
악의 탄생, 그것은 배달나라에 대항하는 서왕모(西王母)와 천국에서 축출된 늑대 인간 반고의 치밀한 계획하에 뱀의 몸뚱이로 태어났다. 그가 바로 훗날 배달의 제후 중 하나인 황제(黃帝)이자 황토인들의 시조로 알려진 공손씨 헌원이다.
동아시아의 상고사에 등장하는 악의 트로이카 서왕모, 반고, 공손씨 헌원
서왕모는 '陰(내림)의 신화'에서 보인 어둠․파괴․갈등․탐욕․분열․투쟁의 신이다. 반고는 천족에게 버림받은 광야의 늑대로서 공손씨 헌원에게 악을 가르치는 스승이었다. 반인반수(半人半獸)인 반고의 소망을 대리 성취하고 서왕모의 악을 세상에 펴야 하는 공손씨 헌원의 전신 이무기는 잔인할 것, 냉정할 것, 철저할 것을 뼈저리게 체험한다. 하늘높이 솟구치는 붉은 피, 댕강 잘려나간 머리와 처절한 비명소리를 즐기면서 이무기는 흉칙한 몰골로 자라난다. 축축한 습지에 배를 깔고 기어다니는 짐승으로, 가장 사악하고 교만하고 잔인하고 징그러운 뱀으로 그는 서왕모로부터 받은 악기(惡氣)의 힘으로 어느새 온갖 하등동물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그리고 그 즈음, 훗날 아들 이무기에게 죽을 운명도 모르는 채 그의 아버지 소전은 부족을 이끌고 차례로 이웃 부족을 점령해 나갔다. 그 공로로 소전은 진(陳)의 천군(天君) 염제 유망으로부터 유웅국의 제후에 제수되었다.
서왕모, 반고, 이무기가 진(陳)을 향해 칼을 갈고 있을 때, 염제 유망은 천도를 잃고 혼돈에 빠져 있었다. 상극의 시대에는 전쟁에 시달려도 망하지만 전쟁을 잊은 나라도 망할 수 밖에 없는 법. 진나라의 평화는 너무 고요하고 너무 깊었다. 이 오랜 평화로 천군이 나른해지고, 백성들이 게을러져 있을 때 황토인에 의한 사상 최초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뱀처럼 간교하게, 늑대처럼 포악하게, 그리고 서왕모의 잔인함으로 하늘의 도를 넘보았다.
공손씨 헌원, 그는 우리 상고사에서 너무나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탄생과 더불어 태음(太陰) 서왕모의 음모가 또한번 시도되고, 마침내 황토인들이 하나의 민족으로 자립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우리들의 나라를 갖지 못하는가? 이 많은 인구가 저따위 늙고 허약한 진나라 하나쯤 못 이길쏘냐!"
그를 부르는 이름 황제(黃帝)란 탁록대전 후에 천국에서 봉한 제후의 이름이다. 진나라의 제후명이 염제(炎帝)인 것처럼 일개 제후를 부르는 대명사이다. 어쨌든 이 헌원은 탁록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투에서 철저히 치우 장군에 의해 진압된 중화족을 대대로 뭉치게 하는 실질적인 중화족의 시조이자 신으로 숭배되고 있다.
공손씨 헌원의 전신이 종종 이무기로 표현되는 것은 그로부터 용을 숭상하는 중화족이 단결했음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다. 즉, 그는 뱀의 형상을 했다고 알려진 복희와 여와를 직계 선조로 끌어들여 스스로 복희와 여와의 후손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그가 곧 용의 중시조임을 중화족들에게 선전했다. 물론 헌원 자신이 천족(天族)의 후손일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 소전이 관계한 여인은 서왕모의 나라에 있던 서이(西夷) 중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황제 헌원이 주장하는 용(龍)의 신화는 오늘날 12억 중국인들을 굳게 결속시키는 상징이 되었으며 천족이 숭상하는 봉황(鳳凰)과는 늘 대립적인 상징으로 전해오고 있다. 하다못해 중국 황실에서 쓰는 용의 그림에는 발톱 다섯개가 다 그려지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네개 밖에 그리지 못하게 할 정도로 용에 대한 집착은 대단했다.
이무기 헌원을 처음부터 끝까지 돕는 것으로 나오는 반인반수 반고는 천족을 배신하고 황토인의 나라를 세우려는 야심가였다.
"나는 인간이 되고 싶다"
반고의 이러한 절규는 사실상 황토인들의 염원이기도 했다.
서왕모(西王母) 역시 참으로 중요한 개념이다. 천국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정의를 수호하는 자부선인(紫府仙人)에 맞서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천국의 주류를 이루는 동이(東夷)에 반대해 맞섰던 서이(西夷)가 곧 서왕모다. 개천(開川)을 할 때 하늘님이 삼위산(三危山)과 태백산(太白山)을 내려다 보셨다는 기록이 있다. 삼위산은 석굴로 유명한 중국 감숙성의 돈황에 있으며, 태백산은 백두산을 말한다고 한다. 삼위산의 돈황석굴 중 한곳의 천장벽화에는 고구려풍의 강렬한 그림이 있는데 우사(雨師)․운사(雲師)․풍백(風佰)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삼위산 주변이 바로 서이(西夷)의 중심지였다고 하며, 이러한 이유로 《천국의 신화》에서는 이곳을 서왕모가 있는 곳으로 정했다. 서왕모는 마침내 황제 헌원을 통하여 그를 황제(黃帝)로 봉한 배달 천국을 배반하고 중화족의 국가를 건설할 것을 조종하여 대규모 전쟁을 유발하는 악마의 후견인이 되었다.
자부선인과 비교하자면, 자부선인은 황제에게 가르침을 주었다는 기록이 보이는 상고시대의 정신적 스승으로 선도(仙道)의 근원이기도 하다. 자부선인의 맥으로 내려온 것이 화랑, 조의선인, 선비 등으로 밝고 큰 대승사상을 닦아왔으나, 서왕모 쪽으로는 오늘날 티벳 밀교가 보이는 것처럼 은밀하고 다소 퇴폐적인 쪽, 즉 소승쪽으로 발전해 왔다. 동이(東夷)와 서이(西夷)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황제가 황토인들을 하나의 민족으로, 하나의 국가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발판은 늙고 지친 천군, 복희와 여와가 기틀을 마련하고 염제신농이 찬란하게 꽃피운 진나라의 마지막 천군 염제 유망이었다. 황제는 노쇠한 천국의 그 허점을 파고들었다.
이무기 헌원과 치우
정점을 향해 치닫는 이무기의 집념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그와 동시대를 살아야 할 그의 천적이 태어난다. 그것도 이무기가 용으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밟고 지나가야 할 대상으로 등장한다. 한 시대, 한 공간에서 마주쳐야 할 대립적인 두 인물의 배경 또한 철저히 대립적이다.
황제 헌원 - 치우
(이무기-龍) (까마귀-鳳)
반고 - 호랑이
(늑대인간) (신선을 모시는 동물)
서왕모 - 자부선인
황토인 - 천족
삼위산 - 백두산
내림족 신화 - 오름족 신화
음(陰) - 양(陽)
악(惡) - 선(善)
상극(相剋) - 상생(相生)
후천(後天) - 선천(先天)
이무기의 탄생만큼이나 처절하게, 그리고 장차 혹독한 운명을 뚫고 용(龍)에 맞서야 할 봉(鳳)이 태어난 것이다. 봉(鳳)이 될 아이는 어머니가 죽으면서 야생으로 던져졌다. 염제 유망의 후비(后妃)들 간에 벌어진 치열한 다툼 끝에 그가 희생된 것이었다. 염제 유망의 어엿한 아들이었지만 그를 기른 것은 따뜻한 천국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백수(百獸)의 왕이자 신선들을 호위하는 호랑이의 거친 품이었다. 이 호랑이는 들판을 서성거리는 늑대떼를 물리치고 아이를 씩씩하게 길렀다. 짐승을 사냥하는 법을 가르치면서 호랑이는 아이에게 용맹스런 무기(武氣)를 전했다.
그 이름 치우(蚩尤), 오늘날 중국에서는 전쟁의 신으로 기려지고, 우리나라에서는 벽돌이나 기와에 도깨비 형상으로 전해오는 안타까운 영웅이다.
어린 용(龍)-반고, 어린 봉(鳳)-호랑이, 그들에게는 상고사 최대의 전쟁, 천족과 황토인 간에 벌어질 전무후무한 탁록대전이 운명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5. 용과 봉의 승천
오늘날 천족의 후예를 구체적으로 분류하기가 매우 까다롭기는 하지만, 대체로 한민족, 여진족, 거란족은 고구려의 후예로서 정통 천족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 몽골족의 경우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중앙아시아 인종들과 섞이면서 딱히 천족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몽골족의 원류는 분명 부여 또는 고구려계(系)다. 그러나 흉노족은 4세기경 150여년간 전유럽을 휩쓸었던 훈족과 같은 민족인지, 그들 모두 천족의 일부였는지 고증할 길은 막막하다.
그래서 현재 남아있는 천족의 후예는 한국, 몽골, 그리고 국가 없이 중국 동북부에 살고 있는 만주족(여진족)이다. 물론 역사적으로는 티벳, 일본, 아메리카 인디언, 일부 중앙 아시아 민족 등을 포함할 수도 있지만 이 문제는 인류학, 유전학에서 좀더 고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황토인의 경우 수차례 정복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천족의 후예들을 그들의 강역에 편입했고, 남방 민족이나 서아시아 민족을 흡수해 최초의 황토인들과 현재의 중국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오늘날의 중국인을 곧바로 황토인이라고 규정하기에는 까다로운 문제가 많다.
다만 중국인의 본류가 황토인이기 때문에 일단 현대 중국인을 황토인으로 비정하는 것일 뿐 그 중국인 속에는 과거 환국 시절, 배달 시절, 조선 시절에 각각 편입된 천족(이때 천족은 무척 다양한 부족으로 분화되기 시작했다)이 매우 많았으며, 고구려와 백제 말기에 약 15만명에 이르는 핵심 요인들이 중국 땅으로 강제 이주당했고, 요나라와 금나라와 원나라, 그리고 청나라가 망하면서 편입된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천족이 중국이라는 드넓은 땅에서 살고 있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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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이다스 동아일보 - 동아일보 매거진 신동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