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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093
#1. 숙모네 마루
숙모 화장실에서 나온다. 씽크에 마늘 다 깐것 한 대야 가득 놓여 있다.
숙모 다가와 보며, 세상에 놀라운데 할머니 목욕대야 들고 들어온다.
숙모 : 어머니...새벽부터 어딜 가셨나 했드니 목욕 다녀오세요?
할머니 : 그랴 잠도 안오고 장마가 질라나 삭신이 너머 쑤셔싸서..(목욕 대야 놓고 올라와 앉는다)....
숙모 : 삭신이 쑤실만두 하시겠어요. 세상에 저 마늘을 언제 다 까신거에요 어젯밤엔 간신히 몇알 시작하신 정도드만...
밤새 안주무신거에요?
할머니 : 둬신가 세신가 깨져서 잠이 영측 안오잖여....나가 아무래두 죽을 띠가 다 되가는거 같어....
자꼬 꿈자리도 너머 뒤숭숭하고 엄니도 자꼬 뵈고.
숙모 : ......
할머니 : 아범 땀신가 혔는디 아범도 맘 잡고 잘 지내는거 같고, 금순이 땀신가 혔는디, 휘성이 둘째 삼촌 말이
금순이도 바뻐 그렇지 별일이 없다니께 금순이 땀시두 아닌거 같고 그렇다믄 남는기 뭐겄어....나가 갈 띠가 된겨.
숙모 : 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어머니는 오래오래 사실꺼에요.
할머니 : 아녀 암만혀두 나가 오래는 못살꺼 같어. 영 이 맴이 뒤숭숭헌기(하는데)
숙모 : 아녜요 어머니는 그 어떤 순간에두 굴하지 않고 웬만하면 하실 말씀 다 하시구 사시는 양반이라 오래오래 사실꺼에요.
할머니 : .....
숙모 : 원래가 할 말씀 못하고 참고 삭히는 양반들이 속병 들구 홧병 들어 오래 못사시지,
어머니처럼 당신 하실 말씀은 듣는사람 심사는 어찌 됐거나 일단지간 하고 보셔야 하는 양반들은,
주변에서 뵈면 명대루 두루두루 오래오래 잘 사시드라구요.
할머니 : .....그러니께 뭐여 시방 이 신새븍부터 니 말의 요지가? 나 보고 웬간허믄 입 좀 닥치구 살어라 이말여?
숙모 : 어머 아녜요 어머니 아녜요...제 말씀은 걱정마시라구요 어머니 무탈하니 오래 사실꺼라구요.
할머니 : 그려 고맙구먼...고마운디 그란걸루 따져 꼽자믄 에미야 말루 벽이 똥칠하구두 모잘러
사다리 타구 천정 오를때까정 오래오래 살꺼 같어.
숙모 : ......
할머니 : 아 에미두 워디 할말 참는 사램이간, 은근슬쩍 뭉게감서 시엄씨 앞이구 워디구 속이 말은 다 꺼내놔야 직성이 풀리는디.
숙모 : ......
할머니 : 그람 우리 둘다 다정히 손 붙잡고 함 오래오래 살아보자고? 이?
숙모 : 저 오늘 좀 일찍 나가 봐야거든요....(쩝 일어난다)
#2. 대문 앞
금순 문 열고 나온다.
금순 대문 닫고 돌아서면, 기운이 하나 없다. 간밤의 과음으로 얼굴 초췌하고 속은 쓰리고 괴롭다.
금순 걷는다.
#3. 주택가 일각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점포 앞 간이 의자(혹은 파라솔)에, 숙모 앉아있다.
그러다 초조한 듯 일어나 모퉁이 내다보고 서성이는. 숙모 금순을 기다린다.
숙모 다시 앉으려는데, 금순 모퉁이 돌아나온다.
숙모 반색하여 일어난다.
금순 다가오다 숙모를 본다. 금순 다가와선다.
금순 : 작은엄마?
숙모 : 너 기다렸어...혹시라두 너 놓칠까봐 아까부터 기다렸어.
금순 : 왜요 작은엄마 무슨 일 있어요?
숙모 : 일은 무슨 일이겠어...일단 여기 좀 앉어봐(하며 잡아 앉히다 끙끙) 너 술 마셨니? 술 냄새가 난다.
금순 : (아차 싶어 얼른 입을 가린다).....
숙모 : 세상에....무슨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이 아침까지 이러구 술냄새가 팍팍 나? 너 시부모님들 다 어디 가셨어?
금순 : .....아뇨....
숙모 : 근데 시부모 모시구 사는 애가 이러구 과음은 하구 다니는거야? 너 니 할머니 아시면 어쩔려구?
금순 : ....이제 안그래요....아버님 어머님두 처음이니까 한번만 봐주신다구 하셨어요.
숙모 : (보는).....거봐.....그러길래 왜 그런 결심은 해가지구....하기사 니 속이 속이겠니 지금?
금순 : .....
숙모 : 죽은지 알았던 엄마가 버젓이 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두 눈이 뒤집어질 일인데,
거기다 그 돈을 들구 나타나 신장을 내놓으라니 그럼 죽어두 용서가 안되지 원망이 바다를 이루구...
근데 그 엄마 위해 신장을 떼줘?...(가방 연다).....말이 안되지 안돼....내가 오늘 오길 잘했지.
암만 생각해두 내가 이돈을 쓸 일이 아니다 싶어(하며 봉투 꺼내려면)
금순 : 작은엄마...(막는다)....저 이미 결심했어요.
숙모 : 금순아.
금순 : 저 다시는 이 일로 고민하구 힘들어하구 싶지 않아요, 저 사실은 너무 힘들게 결정한거에요 작은엄마...
(말만 해도 벌써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숙모 : (보는).....
금순 : (말을 다시 꺼내는 것도 힘들다).....다시는 반복하구 싶지 않아요....그래서 이제부터 제가 하구 싶은 일은.....
이 일을 몰랐던 시절로 빨리 돌아가구 싶어요....그래서....진짜 할 수만 있다면.....
신장 떼주구 수술에서 깨어나는 순간 이 모든 기억이 다 지워졌으면 좋겠어요.
숙모 : (안스러워 보는)......금순아....
금순 : ....작은엄마 말씀대루........저 그분..........(마른침 삼킨다....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용서 안되요.
숙모 : ......왜 안 그렇겠니?....그러엄....되면 그게 사람이니?
금순 : (한마디 한마디가 힘들다).....그래서.....정말 많이 힘들었는데.....그래서 더 깨끗하게 잊어드릴려구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응징이.....그거밖에는 없드라구요.
숙모 : (아휴)......
금순 : (잠시 허공 보며 다스리고) 그런데.....그건 그거구.....그렇다구 몰라라 해서....(잠시 감정 누르고)....
끝까지 몰라라 해서 만약 잘못 되시기라구 하면....그땐 그것도 제가 감당하기는 힘들꺼 같애요. 그래서 그래요.
숙모 : .....그래 금순아....나두 사실은 그 생각으로 너한테 얘기한거야....
금순 : 예 작은엄마...그러니까 제 뜻대로 해주세요....(감정 수습하고 애써 좀 웃으며) 그래서 어제 마지막으로
다 털어 버릴려구 술 마신거에요.....야구장두 갔었어요 야구장 가서 미친 듯이 막 소리두 지르고,
생각날 때마다 중간중간 야구장에 대구 막 욕두 하구 그랬어요. (빙그레)...
근데두 시끄러우니까 바루 옆에 사람두 무슨 얘기 하는지 못알아 듣드라구요.
숙모 : (측은지심 만발한 표정으로) 잘했어....아후....그래두 금순아.
금순 : .....작은엄마.....삼촌이 저 키워주셨잖아요?....작은엄마 작은아빠 안계셨으면 할머니 혼자 저 못키우셨어요.
저 그거 잘 알아요.
숙모 : ....그거는 그렇지...
금순 : (좀 웃으며)....그럼요....근데 제가 삼촌한테 이정도도 못해드려요?....죽어두 받기 싫은 돈이지만...........
꼭 갚을꺼니까............괜찮아요 삼년 안에만 꼭 갚아요 작은엄마....(너무 속상해서, 다시 목이 아리게 메여서)
숙모 : (그런 금순 보다)......정말....그래두 괜찮겠어?
금순 : .....예....그렇게 해주세요.
숙모 : (살피다)....그래 그럼 니 뜻이 정 그렇다면...(그래도 영 캥기지만).....고맙다 금순아.
금순 : ......
숙모 : .....근데 금순아....너 왜 할머니두 뵈러 안오고 피해?
금순 : (보는)......
숙모 : .....너 니 엄마 일루 할머니두 원망스러워?
금순 : ......
숙모 : 할머니....맨날 니 걱정뿐이셔. 엊그제는 기어이 니 시댁까지 갔다가 대문 앞서 휘성이 작은 삼촌 만나서
너 잘 있다는 얘기 듣구 오셨나 그리곤 잠잠해지셨어......너 할머니한테두 그래?
금순 : ....아녜요 작은엄마......(하다)....사실은....며칠은 좀 그렇기두 했었는데.....
지금은 아녜요....저 지금두 할머니 너무 보구 싶은데요?.....할머니가 저 어떻게 키워주셨는데요.
숙모 : .....
금순 : ......할머니가 제 걱정 많이 하세요?
#4. 숙모네 마루
할머니 현관문 닫고 마늘을 한자루 들고 들어온다.
할머니 마루에 마늘 올려다 놓고 씽크의 빈대야를 들고 다가와 올라선다. 할머니 마늘을 끌어온다.
금아 : (문 열고 나와 화장실 가며) 할머니....마늘을 또 받아 오셨어요?
할머니 : 그람 놀믄 뭐햐 놀믄. 기계가 움직일 띠 한푼이라두 벌어 모여야지.
금아 화장실 들어가면, 문 열리고 금순 들어온다.
금순 : (밝게 웃으며) 할머니.
할머니 : 오미.
금순 : 할머니...(얼른 다가와 올라와 앉는다)
할머니 : 오미 워쩐 일여 이시간에 미용실 가야허는 시간 아녀?
금순 : 응 맞어 맞는데 가는 길에 갑자기 할머니가 너무 보구 싶잖아.
할머니 : 월래...(좋아서)....
금순 : 할머니이....죄송해요 내가 그동안 너무 바빠서 전화두 못했어....
할머니 우리 작은 아주버님한테 찾아와서 나 잘 있냐구까지 물어보셨다며?
할머니 : 그랴...하두 진화두 없구 혀도 받지두 않고 와 보도 않구 혀서.
금순 : 할머니이....죄송해.
할머니 : 알믄 되얐어 알믄.
금순 : 할머니이...(짐짓 어리광 잔뜩 피우며 할머니를 안는다)....
할머니 : 오미 월래 월래....
금순 : (할머니 꼬옥 안고, 울컥 치밀어서).....
할머니 : 얼씨구? 지은 죄를 알기는 아나비네. 바쁘믄 을매나 바쁘다구 진화 한통두 않구 나가 내심 을매나 괴씸혔는지 알어?
금순 : (얼른 목소리 다듬어).....예 할머니 잘못했어 다시는 안그러께.
할머니 : .....그랴. (툭 금순 등짝 한번 때려주고 쓰다듬는다)....그러구 바뻤어?
금순 : (계속 안겨서, 얼굴 안보이게).....예 진짜 바빴어요.
할머니 : (흐뭇하게 등을 쓰다듬다) 오미?...워쩌 이러구 등판이 말렀어? 오미....뼈다구가 다 만져져어?
참말루 살이 다 내리게 바빴나 비네....
금순 : (할머니 가슴에 안겨서, 수많은 말들을 묻고 싶지만)......그렇다니까.
할머니 : (안되겠는....떼어내서 얼굴 본다)....오미 시상에 월굴두 반쪽이구....파마 마는기 그라구 고상스랍구 심든겨?
금순 : (얼른 표정 수습하고)......(짐짓 어리광 피듯 크게 고개 끄떡인다)
할머니 : 오미 시상에 워쩐댜 핼미가 쫓아가서 해주구 싶어두 그랄수두 없구....
워짜믄 좋아 핼미가 뭐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남?
금순 : (묻고 싶고 하고 싶은 많은 말 삼키고, 다시 짐짓 크게 가로젓고).....
할머니 : 워쩌까 시상에....원래가 이 일이 그라구 심들어?
금순 : 그러엄. 세상에 공짜가 있나. 특히나 우리 일은 진짜루 날루 먹을 수가 없거든.
#5. 거리 공중전화부스
숙모 들어온다. 숙모 가방을 열어 메모지 꺼낸다. 공중전화카드도 지갑에서 꺼낸다.
숙모 카드를 넣으려다 또 망설여지고 갈등되서 멈춘다.
숙모 : .....아냐 아냐 더이상 갈등하지마. 여기서 더이상 갈등하면 결국은 못해....그래....눈 딱 감고 빨리 해치워 해치워야 돼.
안그럼 평생 못해.....(꿀꺽...눈 감고 괴롭다......다시 결심한 듯 눈을 뜨고 카드를 집어넣는다.
후...심호흡하고 메모지 보고 떨리는 손으로 꾹꾹 버튼 누른다)......여보세요....김진구씨 핸드폰이죠...
안녕하세요. 저 나상도씨 부인인데요.....(다급하게) 여보세요 아녜요 끊지 마세요 아녜요 사정 할려구 전화드린거 아니구요
돈 마련했어요. 돈 마련해서 합의해 주십사 하구 전화드렸어요......예 돈 마련했어요 합의해 주세요.
#6. 미용실
스텝들 오픈 준비하고 있다.
금순 문 열고 들어온다. 금순 활기차게 인사를 한다.
금순 :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나오셨어요......(다가오다 혜미를 본다) 선배님 일찍 나오셨네요?
혜미 : (손걸레질 하다) 짱나지 않니? 무슨 날이 이렇게 더워.
금순 :그럼 여름이 그렇죠 여름이 시원하면 그게 여름이에요 그럼 미친거지?
혜미 : 뭐야 너. 진짜 왕 짱난다.
금순 : (웃는데).....
윤소란 : (다가오며 그 모습에 픽) 나금순 모처럼 맑음이네?
금순 : 선생님!....나오셨어요...예, 그동안 인상 구기구 다녀서 죄송했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윤소란 : 그래야지. 이번주부터 염색교육 들어가니까 그런지 알구...(가는)
금순 : 예!....(혜미에게) 옷 갈아입구 나올께요.
#7. 입원실
장박 문 열고 들어온다. 영옥 침대에 앉아 있다.
장박 반갑게 다가와선다.
장박 : 잘 잤어?
영옥 : 예 잘 잤어요....당신은요?
장박 : 나두 모처럼 집에서 푹 잘 잤지....당신 서운했지? 깨났을 때 나 없어서?
영옥 : 무슨 소리에요. 당신이 무쇤가?....그리구 나는 당신보다 은주가 옆에 있는게 더 좋은데.
장박 : (빙그레).....고마워....이번에두 잘 견뎌줘서.
영옥 : 나야말루 고맙구....늘 미안해요....은진이는 학교 잘 갔어요?
#8. 커피숍
성란 시완 머그잔 놓고 마주 앉으며.
성란 : (좋아서 몸도 흔들며) 날아갈꺼 같애. 드디어 카페 공사가 끝났다.
시완 : 축하해. 고생 많았어?
성란 : 고마워....자기야 우리 오늘밤 자축하자. 내가 오늘은 근사하게 한턱 쏠께. 원한다면....(장난스레) 방두 잡을 수 있지.
시완 : 아 아깝다...낼 하면 안될까? 오늘은 안되는데.
성란 : 왜애?
시완 : 아버지한테 전화 왔었어 오늘은 일찍 들어와서 다같이 저녁 먹을수 있냐구 해서 그러겠다구 했거든.
성란 : 내 스케쥴 묻지두 않구?
시완 : 너 오늘 일 끝나는거 내가 알았잖아....낼 하자.
성란 : 김 샜어. 싫어.
시완 : 너무한다.
성란 : 너무하는건 너야. 나 한달 넘게 죽도록 일하구 오늘 드디어 끝난 날이야.
이런 날까지 내가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해. 이런 날까지 내가 집에 일찍 들어가구 싶겠어?
시완 : .....
성란 : 도대체 자기 와이프 기분이며 입장은 생각두 않구...그리구 대체 니네집 식구들은 왜 꼭 저녁까지 같이 먹어야 하는건데?
요즘 같이 바쁜 세상 아침 한끼 같이 먹으면 되는거 아냐?
시완 : (보다) 그러면 오늘 같은 날은 그렇다 치구...니가 집에 일찍 들어가구 싶은 날이 있기는 있냐?
성란 : (보는).....
시완 : 너 결혼하구 한번이라두, 오늘은 집에 일찍 가서 가족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기는 있어?
성란 : 왜 그래 갑자기?
시완 : 갑자기가 아냐? 물론 나는 대체로 니 의견을 백프로 존중하구 이해하지만...
가다 한번씩 곰곰 생각해 보면, 대체 너는 결혼을 뭘루 생각하나 화딱지 나구 이해안될 때 많어.
성란 : .....
시완 : 너 며칠 전에 나한테 독립 자산제 하자구 했지? 그말두 그래....
너 그말 듣기에 따라서 상당히 기분 나쁠 수두 있단 생각 안들어?
성란 : 그게 왜 기분 나쁜데?
시완 : 내가 너보다 수입이 적지 않으니까 망정이지, 그말 듣기에 따라서 얼마나 기분 나쁜 말인데.
성란 : 그게 왜 기분이 나뻐? 각자 능력껏 벌어서 능력껏 관리하구 살자는건데.
시완 : 그러니까 기분이 나쁘지. 능력이 안되는 남편 못믿겠다는 소리 아냐? 그리구 우리가 각자냐구 우린 부부야?
성란 : 니가 나보다 능력이 월등하다 해두 나는 똑같은 소리를 했을꺼야.
그리구 부부가 뭔데? 부부두 헤어지면 남이야. 부부가 왜 무촌인데?
시완 : 뭐?
성란 : 남남이 만나 애정과 신뢰가 지속되는 순간까지만 부분거야. 지금 당장이야 좋아 죽으니까 이 기분 평생갈꺼 같지만
우리도 언제 어떻게 어느 위기를 겪게되고 어떤 문제에 봉착할 지 모르는거 아냐? 사람 일을 어떻게 알어?
시완 : ...너....너 그걸 지금 말이라구 해.
성란 : ....그래....내말이 틀려. 틀리면 틀린 데를 지적해봐.
시완 : 야 하성란!
성란 : 왜 노시완!
시완 : (기막혀).....
#9. 미용실
금순 샴푸한 손님을 안내해 자리로 다가온다. 윤소란 혜미 옆자리에서 파마를 말고 있다.
금순 : 수고하셨어요. 차 한잔 드릴까요?
손님 : 됐어요.
윤소란 : (파마 말다가 장갑 벗으며 다가온다) 금순씨. 왁스 좀 갖다줘요.
금순 : 예 선생님.
금순 제품을 가지러 이동한다.
문 열리고 오미자 은주 들어온다. 금순 다가오다 인사한다.
금순 : 다녀오셨어요..
오미자 : 무슨 날이 이렇게 더워. 나금순 우리 시원한 아이스티 두잔만 부탁해...(은주와 함께 원장실로)
금순 : ....예.
#10. 원장실
노크소리. 금순 문 열고 들어온다.
오미자 은주와 마주앉아 얘기 중이다.
오미자 :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래두 이번 쇼크는 오래 안가구 바루 깨나신거야?
금순 : (다가오다 듣는)......(깨났구나).....
은주 : 예 저번처럼 중환자실까지 가신건 아니니까요...그래두 아빠는 또 반 초죽음 되셨어요.
금순 : (다가와 아이스티 놓는다).....
오미자 : 고마워....(들어 마신다) 음 시원해....말해 뭐해 장박사님 니 엄마 끔찍한거는....
나는 장박사님처럼 자기 부인 위하구 사랑하는 대한민국 남편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니 아버지가 니 엄마에 비해 나이가 좀 많아서 그냥 보기에두 저런 이쁜 부인을 데리구 살려면 (하는데)
금순 : (두잔을 놓고도 저도 모르게 그 얘기 들으며 서 있다).....
은주 : (그런 얘기 금순이 듣는게 싫다) 왜 그러구 서 있어요? 안나가구? 무슨 할 얘기 있어요?
금순 : 아니요...(화끈...목례하고 입구로).....
은주 : (나가는거 보다 문 닫히면) 원장님 스텝들 앞인데요.
오미자 : 어머 쏘리....(조금 마시고 내려놓고)....근데 은주야 너 어제 혹시 재희하구 싸웠니?
은주 : (마시다 본다)....왜요?
오미자 : 아니 아침부터 이녀석이 신경질을 있는데로 부려대잖아.
아무리 내 아들이라두 그렇게 한번씩 성질 부려대면 얼마나 정내미가 삼천리는 떨어지는지 아니.
은주 : .....오빠가 뭐라구 신경질을 부렸는데요?
오미자 : (어? 보다)....뭐....신경질이 신경질이지 그냥 신경질.....
은주 : ......
오미자 : (힐끔) 어제 니들 무슨 일 있었지?
은주 : .....(파일 내민다) 이달 급여와 성과 보고서에요...
윤소란은 지난달과 성과가 같은데 비해 박지윤은 20프로나 더 올랐어요.
#11. 몽따지
커피숍 - 숙모 남자1 합의서를 작성하는 중이다. 남자1 다 작성하고 펜을 놓으면, 숙모 남자1에게 돈봉투를 내민다.
남자1 받아서 확인하고, 자신의 인감증명서를 내민다. 숙모 받고/
검찰청 검사실 앞 복도 - 숙모 두리번거리며 다가온다. 숙모 손에 합의서 봉투 들려있다.
숙모 다가와 원하는 방을 찾아서 그 앞에 선다. 숙모 심호흡 한 후 노크한다.
#12. 검사실
숙모 문 열고 들어온다. 직원들 돌아보면, 숙모 꾸벅 목례하고.
숙모 : ....합의서 제출하러 왔는데요.
#13. 검사실 앞 복도
숙모 문 닫고 나온다. 숙모 그제야 모든 긴장이 풀리며, 다리가 풀려서 휘청...
숙모 벽을 집고 선다. 두려움과 허탈감이 한꺼번에 밀려들고, 온몸의 맥이 풀려 한발도 내놓지 못한다.
숙모 : .....다 끝났어..........끝났어....이젠 맞아 죽어두 할 수 없어.....
#14. 구치소 면회실
숙모 앉아있다. 맞은편에 삼촌 다가와 앉는다.
삼촌 : (반갑게) 여보.
숙모 : (기운없이 보는).....여보.
삼촌 : (보는) 왜 그래 당신?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숙모 : (사고를 친 두려움으로).....여보...
삼촌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숙모 : (그래 일 있다. 당신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야...울고 싶다).....
삼촌 : 왜 그래애? 말해봐 무슨 일이야?
숙모 : (보다...아니지 마음 추스린다)....아냐 좋은 일이야.
삼촌 : 좋은 일?
숙모 : 당신 이제 쪼끔만 참어. 나 지금....합의서 제출하고 오는 길이야....나 오늘 피해자들이랑 다 합의 봤어.
삼촌 : (놀라워)...정말이야?....돈이 어디서 나서?
숙모 : ....어...꿨어.
삼촌 : 꿔? 어디서? 누가 그런 큰 돈을 우리한테 꿔 줘?....
숙모 : ......어디겠어...나한테 그런 큰 돈 꿔줄 데야....우리 친정이지.
삼촌 : .....친정이면....작은 형님?
숙모 : ....어....작은오빠네밖에 더 있나....(거짓말이 괴롭다)
#15. 스튜디오
태완 의류 카달록 촬영 중이다. 스타급 여배우를 중심으로 촬영을 하고, 태완은 거의 배경그림이 되는 중이다.
다들 여배우에게 집중한다. 카메라 감독도, 스텝들도.
잽싸게 여배우에게 다가와 의상 챙기고 메이컵 점검하고, 태완은 그저 들러리다.
여배우가 태완을 엉덩이로 깔고 앉고 한컷. 태완은 등돌리고, 여배우에게 등대고 서 있게 하고 한컷.
엎드리고 있으면 여배우가 기대고 포즈 취하고 한컷 등등....
태완 자존심이 몹시 상한다. 그럼에도 꾹 참고 최선을 다해 촬영한다.
저만큼 관계자 두남자 그런 태완을 보고 있다.
#16. 병원 일각
재희(퇴근길)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다.
재희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오다 보면, 저 아래로 장박과 영옥(환자복)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 보인다.
재희 그런 두사람을 바라보는 심정 복잡하다.
두사람 재희가 자신들을 바라보는지 모른채 다정하게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는다.
재희 그런 장박을 보다, 영옥을 본다.
재희 : ......
장박 : .....
영옥 : ......
재희 : ......
두사람 지나쳐 걸어가고, 재희 두사람 시선 따라가 보다, 에스컬레이터 도착하면, 내려서 나선다.
#17. 미용실 앞 (밤)
금순과 스텝들 나온다. 수고하셨어요. 내일 봐. 안녕. 등등 인사하고 헤어진다.
금순 방향 정해 걷는다.
오미자E : 그래두 이번 쇼크는 오래 안가구 바루 깨나신거야?
은주E : 예 저번처럼 중환자실까지 가신건 아니니까요.
금순 어쩔수 없이 은주의 말이 떠오른다. 금순 이내 떨쳐내고....걷는다.
#18. 커피전문점 앞 거리 (밤)
야외 테라스가 있는 커피 전문점이다.
재희 책을 하나 들고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있다. 재희 금순을 기다리는 중이다.
재희 금순이 오는 방향을 바라본다. 재희 그러다 잔 들어 마시다 얼른 내려 놓는다.
저만큼 금순 다가오는 모습 보인다.
금순 걸어온다. 재희 책을 보는척하며 금순 다가오는 모습에 집중한다.
금순 가까이 다가온다. 재희 그제야 책 넘기는 척 고개 들다.
재희 : 어?....안녕?
금순 : (걷다 멈춰서 돌아본다).....
재희 : (책 놓고 일어나 다가와 선다)....안녕!....(어색한 동작으로 손까지 들어 보이며 좀 웃는)...
금순 : (빤히 보다, 가볍게 목례한다).....안녕하세요?
재희 : ....지금 퇴근하는거야?
금순 : (빤히 본다).....예.
재희 : 퇴근이 좀 늦었네.....(시선 느끼지만) 나는 오늘 일찍 끝나서....요즘 날이 너무 덥지 짜증나게?
금순 : 여름은 원래 덥죠.
재희 : 그렇지....여름은 원래 덥지....잠깐 앉을래 더운데?
금순 : (어이없이 보다가) 아니요 가봐야 해요. (가려면).....
재희 : 저기 잠깐만.
금순 : (돌아보면).....
재희 : .....잠깐만 앉었다 가....이집 냉커피 맛있어.
금순 : (어이없고 기막혀 보다가)....이보세요?.....지금 장난하세요?
재희 : (보는).....
금순 : (차갑게 보다, 찬바람 나게 돌아서는).....
금순 등돌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걸어간다.
재희 한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서서 부르지 못하고 지켜본다.
재희 : .........
금순 등 돌리고 걸어오며 표정 동요없이 차갑다. 제정신이 들어 생각하니, 재희 하는 짓이 참 기막히고 어이가 없다.
금순 등 뒤의 재희 무시하고, 조금도 동요없이 걷는다.
금순 : ........
재희 : (등 뒤에서 그모습 본다)......
금순 : ........
재희 : ........
#19. 안방 (밤)
노소장 정심 앉아 있고, 시완 성란 마주앉아 있다. 시완 성란 낮의 일로 서로 뚱하다.
시완 노소장 정심 앞에 돈봉투 내놓는다.
시완 : 여기요 아버지.
노소장 : 그래....고맙다....특히 성란이한테 고맙다 이런 큰 돈을 선뜻 내놓고.
성란 : 제 돈두 아닌데요. 시완씨 돈이에요.
정심 : (힐끔)....
노소장 : 그래두 니가 허락해 줬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니가 안된다구 했으면 어림이나 있나....
나두 니 어머니가 허락해 줘서 하는 일인데.
성란 시완 : ......
금순E : 다녀왔습니다.
노소장 : 어 금순이 왔네.
#20. 마루 (밤)
금순 손에 비닐봉투 들고 들어서 있다.
노소장 정심 시완 성란 나온다.
금순 : 다녀왔습니다 아버님 어머니....아주버님 형님두 일찍 오셨네요.
시완 : 제수씨두 일찍 왔네요?
금순 : 예....지은 죄가 있어서....아버님 좋아하시는 매운탕꺼리 사서 얼른 달려왔어요....
어머니 우럭 물 좋길래 두마리 사왔어요. 얼른 저녁 할께요....(가려면)
정심 : 됐어 저녁은 다 해놨어. 차리기만 하면 되니까.
금순 : 벌써요?
정심 : 그거 갖다 넣어 놓고 와 앉어봐. 아버님이 하실 말씀 있으시대.
태완 : (들어선다) 다녀왔습니다.
노소장 : 어쩐 일이야? 저녀석까지 딱 맞춰 들어오고....금순이 얼른 갖다 놓구 오구 너두 와서 앉어봐. 앉자들.
금순 예 주방으로 가고, 노소장 정심 앉는다. 시완 성란도 뒤따라 앉고,
금순 이내 다가와 앉는다. 금순 무슨 일인가 궁금해 보는데.
노소장 : 금순아.
금순 : (보는).....예 아버님?
노소장 : 너 어제 왜 그렇게 술은 마셨냐?
금순 : ....죄송해요 아버님.
노소장 : 죄송하다는 말 들을려는게 아니고, 너 요즘 아주 힘들구 속상한 일이 있지?
금순 : (보는)......
노소장 : 태완이한테 얘기 들었다.
금순 : (그말에 태완 본다).....
태완 : 얘기를 안할 수가 없었어.
금순 : (그래도 그렇지 당장 원망스러운데)......
노소장 : 왜 우리가 아는게 싫어?....너 그럼 언제까지구 우리한테 숨길려구 했어?
금순 : ......
노소장 : 왜 말을 안해? 얼마나 힘들었을텐데 그걸 말 한마디 않구 혼자 끙끙대구 가슴앓이하구......
너 그거 아주 나쁜 버릇인거 알어?
금순 : .......
노소장 : (보다 봉투 내놓는다).....자 오천만원이다.
금순 : (보다....놀라서 노소장 본다).....
노소장 : 시완이 말이 부족하긴 해두 이정도면 작은아버지 합의하시는데 큰 무리가 없을꺼라구 하더라....
이거 내일 작은어머니 가져다 드려라.
금순 : (놀라서) 아버님.
노소장 : 이천만원은 시완이가 보탠거다.
금순 : (그말에 시완 본다)....
시완 : .....
노소장 : 우리가 이돈을 왜 네한테 주는지 알겠지?...만에 하나 혹시라두 니가 합의금 때문에 이식을 결심할까봐서야.
그건 엄밀하게 장기매매나 다름없다. 나는 내 며느리가 그런 일을 하게 할 수는 없다.
금순 : ....아버님.
노소장 : 일단 그런 일 자체를 생각도 못하게 하려는 거니까 아무 소리 말구 받아둬....어서.
금순 : 아버님...(눈물 날 것 같다)......
정심 : 왜 아버님만 찾어 시완이두 보탰다니까.
금순 : (그말에 시완을 다시 본다)....아주버님.....어머니....(그렁해져서)
정심 : ......받어 어서...이럴 때는 고맙습니다 하고 받는거야.
금순 : .....어머니.
정심 : .....놀랬지?....음....솔직히 우리한테두 이돈은 아주 큰돈인데....
그래두 정완이가 살아있다면 절대 너 혼자 이런 일 겪게 하지는 않았을꺼니까....정완이 대신이구...
금순 : (보는)......
정심 : 그리고 한편으론 우리 가족이 너한테 주는 보너스야....
그동안 니가 우리집에 시집 와서 휘성이 낳구 키우면서 열심히 살아준 것에 대한...
금순 : (눈물 난다)......
정심 : 우리가 그걸 왜 몰라?....너 그동안 정말 열심히 애쓰구 수고한거 우리 다 알어. 우리가 모르는지 알았어?
금순 : 어머니....(눈물 나는)
정심 : 자 얼른 받어.....얼른 맘 변하기 전에...(집어서 금순 손에 쥐어준다)....
금순 : 어머니 이렇게 큰 돈을....
정심 : (역시 눈물 그렁해) 그러니까 고맙습니다 하며 받는거라니까.....
금순 : (손에 쥐어진 봉투 내려다 보며 눈물을 뚝뚝 떨군다)......
정심 : 너 때문에 우리두 얼마나 가슴 아픈지 알어?....왜 이렇게 이쁘고 착하구 어린 너한테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러니까 어서 고맙습니다 해....
금순 : ......고맙습니다 어머니....아버님....아주버님....
노소장 태완 : .....
시완 성란 : ......
정심 : (보다가)....그래....(안아준다)....그래....진짜 화나구 속상하다....어떻게 이런 일이 다 생겨 그래....
내가 이렇게 기막히구 분하구 화나는데 니 마음은 어떻겠어.....그래두 금순아.....너 이식은 안된다....어.
절대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두 마...우리는 너 절대 수술 안시킬꺼니까...내가 너 절대 안시킨다.
금순 : .....
정심 : (금순 안아서 다독다독 다독인다).....좋은 날이 올꺼야....너 열심히 살아온거 우리가 다 아는데.....
잘 될꺼야....그럼 잘 될꺼야.
- 93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