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회사원 최모 씨는 최근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받았다. 바쁜 업무 때문에 계속 미루다가 작년 연말에서야 겨우 받았던 건강검진에 대한 결과였다. 평소 건강에 대해 자신이 있었던 최 씨의 검진 결과는 예상대로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그런데 혈액검사 항목 중 단 하나가 문제였다. HDL-콜레스테롤의 수치가 60㎎/㎗ 이상 돼야 정상인데, 최 씨는 39㎎/㎗밖에 되지 않았던 것.
최 씨의 사례처럼 HDL-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너무 낮다는 판정을 받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교실 박혜순 교수팀이 가정의학회지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1998년 26.3%에 불과했던 ‘낮은 HDL 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2005년에는 45.9%로 나타나 7년 사이에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60㎎/㎗ 이상 되어야 정상으로 분류되며, 40㎎/㎗ 미만인 경우에는 ‘낮은 HDL 콜레스테롤’로 판정된다.
보통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면 몸에 해로운 요소로서 낮을수록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HDL 콜레스테롤은 왜 이처럼 수치가 낮을수록 문제가 되는 것일까?
혈액 오염을 나타내는 대표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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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쌓인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을 청소해 피를 깨끗하게 해주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 60㎏쯤 되는 성인의 경우 자기 몸무게의 약 8%에 해당하는 5ℓ 정도의 피를 지니고 있다. 피는 인체 내의 곳곳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혈관을 통해 60조 개나 되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인체는 총길이 10만㎞의 혈관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모두 한 줄로 이으면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감을 수 있을 만큼 길다.
피는 심장에서 1분에 약 5ℓ씩 뿜어져 나와 약 46초 만에 우리 몸을 완전히 한 바퀴 돈다. 그런데 파이프가 오래 되면 녹이 스는 것처럼 혈관에도 기름기 등의 불순물이 쌓이게 된다. 이와 같은 혈액의 오염 정도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수가 바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다.
간에서 75%, 섭취한 음식을 통해 약 25% 만들어지는 콜레스테롤은 혈류를 타고 스스로 돌아다니지 않고 지단백에 실려 운반된다. 콜레스테롤이 실리는 지단백의 입자가 작은 것을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이라고 하고, 지단백의 입자가 큰 것을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라 한다.
LDL의 경우 콜레스테롤을 혈관벽으로 운반해 쌓이게 하는 반면, HDL은 혈관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거두어 간으로 운반한다. 즉, LDL 콜레스테롤은 입자가 크기 때문에 동맥 내부로 들어가면 외부로 다시 빠져나오기가 힘들어 혈관벽에 들러붙기 쉬운 반면,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쌓인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을 청소해 피를 깨끗하게 해주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때문에 LDL 콜레스테롤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고, HDL 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HDL 높을수록 치매, 암 걸릴 위험 낮아
동맥 내에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이 쌓이면 피가 제대로 돌지 않는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 지방질이 침착된 죽종(粥腫)이 파열돼 혈전이 돼 붙으면 혈관이 갑자기 좁아져 심근경색증과 협심증, 뇌졸중 등의 심혈관질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낮아도 HDL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지 않으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즉, 염증을 가라앉히고 단백질이 산화하는 것을 방지해주는 HDL과 LDL의 두 가지가 균형이 맞아야 혈관이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 올라갈 때마다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확률은 2%씩 높아진다. 그러나 HDL 콜레스테롤이 1㎎/㎗ 늘어날 때마다 향후 10년 안에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3%씩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HDL 수치를 높이는 게 중요한 이유이다.
한편 HDL 수치가 높은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도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 알츠하이머병연구소의 레이츠 박사가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약 1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HDL 수치가 높은 그룹의 경우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치매발생률이 60% 정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HDL 수치가 높을수록 암에 걸릴 위험도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워싱턴-터프츠대 분자심장병학연구소의 연구결과, HDL 수치가 10㎎/㎗ 높아질 때마다 발암 위험이 36%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
최근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에게 유방암이 급증하는 원인이 HDL 콜레스테롤이 낮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 및 국립암센터 등의 공동연구진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과 건강한 대조군을 비교한 결과, HDL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유방암 위험도가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은 폐경기 이하의 젊은 여성과 그 중에서도 비만이 아닌 여성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졌다.
HDL 수치를 높이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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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한두 잔 정도의 술을 마시는 것도 HDL 관리에 도움이 된다. | 그럼 H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제일 우선으로 꼽는 것은 운동이다. 일본 연구진의 연구 결과, 1주일에 최소한 120분 이상을 운동하거나 900칼로리 이상 연소시키면 혈중 HDL 수치가 평균 2.53㎎/㎗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HDL 수치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운동의 횟수나 강도가 아니라 운동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수영, 달리기, 자전거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좋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업의 경우 HDL 수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무직일수록 틈이 날 때마다 일어서서 움직여주는 것이 HDL 수치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담배를 끊는 것도 HDL 수치를 높이는 한 방법이다. 미국 위스콘신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금연에 성공한 사람의 경우 혈중 HDL 수치가 담배를 끊기 전에 비해 평균 2.4㎎/㎗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효과는 평소 피우던 담배의 양과는 무관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 한두 잔 정도의 술을 마시는 것도 HDL 관리에 도움이 된다. 레드와인을 하루에 2잔 정도 정기적으로 마실 경우 약 4㎎/㎗ 정도의 HDL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 마실 경우 HDL 상승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음식 섭취를 통해서도 HDL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식물기름, 견과류 등을 많이 섭취하고, 참치나 고등어 등의 등푸른 생선을 많이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알려진 콩은 LDL을 낮춰주고 HDL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피를 맑게 해주는 미역도 HDL 수치를 증가시키는 식품이다.
마늘의 대표적 성분인 알리신도 HDL 수치를 높여주며, 껍질을 벗긴 닭고기와 저지방 가공유, 치즈, 요구르트, 야채, 과일 등도 도움이 된다. |
첫댓글 등푸른 생선과 콩 등이 HDL 수치를 높여주는군요. 미라누나 건강에 관한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이렇게 골라 먹고 몇년을 더 살수있을까?
- 3년? ㅎㅎ
빨리 죽는건 안무서운데 병걸려 많이 아프다 죽는건 무서워. 그러니 사는동안은 건강에 유의하며 살아야지.
응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