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에게 매매…아버지에게 받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증여세 납부 때문으로 추정
[비즈한국] 지난 1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자신이 소유했던 한남동 땅을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161억 원에 매각한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오른쪽)이 지난 1월 한남동 땅을 161억 원에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에게 매각해 눈길을 끈다. 사진=신세계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정유경 총괄사장으로부터 한남동 부지 2필지(1140㎡, 344.85평)를 지난 1월 31일 161억 570만 원에 매입했다.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는 1㎡당 834만 1000원(2017년 1월 기준)으로, 전 면적의 공시지가를 환산하면 95억 874만 원이다. 일반적으로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1~2배 사이에서 형성되므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 간의 매매는 적정한 수준으로 보인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 부지를 매입한 건 1994년 9월. 정용진 부회장은 2012년 12월 정유경 총괄사장이 매입한 부지의 출입로인 도로 2필지(228㎡, 68.97평)를 대한주택공사로부터 14억 8653만 원에 매입했다. 두 사람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1978년 12월에 매입한 부지까지 총 5개 필지에 단독주택을 건설할 계획으로 2014년 11월 용산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사는 2017년 9월 완공됐으며, 소유자는 정용진 부회장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부터 한남동 부지(노란 선 부분) 2필지(1140㎡, 344.85평)를 1월 31일 161억 570만 원에 매입했다. 사진=다음 지도 캡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소유한 단독주택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2049.28㎡, 619.91평)다. 사진=최준필 기자
정 부회장이 소유한 단독주택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2049.28㎡, 619.91평)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지하 1층(1006.52㎡, 304.47평)은 주차장 및 공조실, 지상 1층(623.35㎡, 188.56평)과 지상 2층(419.41㎡, 126.87평)은 단독주택이며, 건물 내 승강기 1대가 설치됐다.
2011년 5월 플루티스트 한지희 씨와 재혼하면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신혼집을 차린 정 부회장이 한남동으로 거처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월 정 부회장은 백현동 단독주택의 지상 1층(20.36㎡)과 부속건물 1층(46.85㎡)을 증축했다.
한편 정유경 총괄사장이 토지를 매각한 것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취득에 따른 증여세 납부 때문으로 보인다. 정 총괄사장은 4월 24일 아버지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널 150만 주를 증여받았다. 이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이 0.43%에서 21.44%로 늘면서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정 총괄사장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945억 원대로 추정되는데,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면 5년에 걸쳐 납부할 수 있다. 정 총괄사장은 증여 시점으로부터 3개월 내인 7월 24일까지 160억 원을 먼저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증여를 앞두고 정재은 명예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이 증여세 납부를 위한 ‘가족회의’를 통해 토지거래와 주식 증여의 큰 그림을 그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재벌그룹 오너 일가 중에서는 증여세를 가장 많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2006년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6800억 원 규모의 신세계 주식을 증여받았고, 이듬해 증여세 명목으로 3400억 원대의 주식을 국세청에 납부한 바 있다.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토지 매매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부회장, 총괄사장 개인적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하기 힘들다”는 입장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