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빛의 세계로 나아가는 통로
이제 문이 가깝다
넘어지지 않아야 곱게 입장할텐데
ㅡ 오정순
〚쪽수필〛
올 들어 수필가 김병권, 고임순, 이숙 선생님에 이어 정명숙 선생님 김남조 선생님 부고가 떴다. 수난의 시대를 거치면서도 정신 흐트리지 않고 작가 활동 하시다가 영면에 드셨으니 그 세월도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도 여전히 빛이 쏟아지는 문을 향해 꿋꿋이 걷고 계시는 노령의 현존 작가 분들을 응원하며 이 글을 바친다.
여기까지 쓰다가 글을 멈추었다.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우선 같아서 청소를 했다. 청소 중에 고마움을 놓치고 사는 사람을 찾다가 성기조 선생님이 생각났다. 마음이 급해져 걸레를 그 자리에 두고 점심 약속을 하고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충정로로 내달렸다.
90세의 노령에도 매일 생의 바퀴를 굴리는 만년 현직인 선생님을 4년 만에 뵈었는데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김 주간이 찻값을 내러 간 사이 셀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보여드렸다.
ㅡ 오 선생은 환한데 내 얼굴은 왜 이럴까.
그리고 며칠 후 시낭송회를 마치고 귀가 하다가 전철역에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빛이 쏟아지는 문에 도달하는 동안 침묵하다가 어제 영정으로 만나 뵈었다.
세상을 촉으로 읽는 사람은 마음이 쓰일 때 행동을 미루면 후회가 따른다.
첫댓글 오정순 시인님은 세상을 잘 살아 오신 것 같아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 답게 살려고 애를 씁니다만
평가에는 마음을 두기 어렵더군요
아무리 노력해도 보는 눈이 고와야 좋은 사람이 되지
잘 살아야 좋은 사람 되지도 않더라고요
의연하게 살기 수련이 필요해요 ㅎㅎ
시사앤피플에 일주일에 한 번 올리시나요?
벌써 20편이 넘었네요...
두 번 올립니다
60편 정도 되면 책으로 묶을 예정입니다
1주일에 두 번씩이나요
가뭄이 없네요.
외로움이나 고독이 나를 누르지 못하게
글과 손을 놓지 않으려고 듭니다
그 덕에 외롬 탈 시간이 없어요
디카시가 엄청 감사하지요
갑자기 이별하게 되는 삶이 너무 슬픕니다 오정순 시인님은 청춘이세요
저요?
그렇게 말해주니까 좋은 걸요
@오정순 글도 청춘 모습도 청춘 많이 배우게 됩니다^^
@원서정 몸은 운동으로 다듬고
마음은 기도로 맑히고
내적 에너지는 글 쓰며 살아요
틈 나면 아들 김치도 한 통 담아주고
남편 손 잡고 나가 스타박스에서 커피도 마시고 그래요 ㅋㅋ
@오정순 저도 그래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원서정 특별하지 않아도 속 편하면 좋습니다
누가 세월을 이길까요. 저 환한 빛이
가까워지고 있을 때의 느낌은 어떨까요.
그저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고 삶을 살아갈밖에..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본능이 떠나고 싶지 않을 겁니다
건강하게 살다가 에너지 제로되어 운신못하면 가는 것
그게 소원입니다 편안한 자연사요 ㅋ
장수가 덫이 되지 않아야 할 터인데 저도 가끔 그런 걱정과 또 편안한 자연사를 소원해보아요.^^
96세 저의 어머니 모습 닮았어요
놀랍게도 최근에는 아픈데도 없다고 70세만 되면 좋겠다 하시네요
아 성기조 선생님
나의 열정을 알아주신 분이십니다
저는 글만 쓰고 누군가가 알아봐주셔서
글 길을 갑니다
그 또한 신기할 일입니다 .
수필시대에서
동인회 탐방으로
캘거리 문협 실어주셨지요
아하 그러셨군요
수필 시대에는 이 한 편의 수필로 연재되지요
고향으로 가는 길 / 성기조
고향으로 가는 길엔
하늘이 높고
흰 구름이 피어 올랐다
흰구름 그 뒤엔
남댕이 푸른 바다가 널렸고
간월도 건너, 안면도
소나무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보리 누름에
살랑이는 바람은
짙은 고향 냄새를 날리고
느르실 논 두렁엔
개구리도 울었다.
인정이 구수하기
고구마 같은데
콩서리 모닥불에 입술도 검고
고향으로 가는 길엔
피어 오른 구름처럼
마음이 부풀었다.
# 영면을 기원드립니다#
예산 분으로 그릇이 크셨지요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덫이라고 느낄때 슬퍼져요^^
건강하여도 생산성 없는 나이는
젊은이에게 덫으로 이해됩니다
놀라울 정도로 냉엄하더군요
세상에 비친 노년이요
스스로 견디고 노력하고
유쾌하게 살도록 자기를 안내해야 할 것 같아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11.08 16:5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11.08 16:59
사진과 언술 잘 어울려요.
엄마가 계시는 끄트머리네요.
싸한 슬픔이 다녀갑니다.
고 성기조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크게 슬프지 않아요
96세까지 안 망가진다는 건 지나친 바람 같아서
엄마만큼 수용합니다
열 안 나고 스스로 이동하시니까
그 만큼만 인정합니다
망가진 뇌는 어쩌지 못하고 세상 만사 누릴 만큼 누리신 분이니
남은 자들의 정성이 언제까지 일지 그것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