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년 7월 28일 7월 넷째주 정기법회 (법회소식 1492호)
「법성게」의 깨달음 수행
법문: 승원 스님
의상(義相, 625~702) 조사의 「법성게(法性偈)」는 「일승법계도합시일인(一乘法界圖合詩一印)」이 갖추어진 이름이다. 이 글은 조사의 나이 44세(668년)에 지었고, 내용은 7언 30구 210자의 시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형태는 54각으로 된 도장 모양의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이 글을‘일승법계도(一乘法界圖)’, 또는‘일승법계도인(一乘法界圖印)’이라고 부른다.
「일승법계도합시일인」은 화엄경의 요지를 담은 글이라고 한다. 도장의 형태는 화엄의 삼종세간(三種世間), 일도(一道)로 된 것은 여래의 일음인 일승(一音一乘), 굴곡은 중생의 근기 차이인 삼승(三乘), 사면 사각은 사섭법(四攝法) 사무량심(四無量心) 등을 의미하며, 이 모두는 삼승을 의지해서 일승을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또 글이 법(法)으로 시작해서 불(佛)로 끝나고, 이 두 글자를 중앙에 배치한 것은 법성의 진실한 덕용(德用)이며, 그 본성이 중도(中道)에 있음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의상 조사는 전체를 세 부분으로 구성하였다고 설명한다. 자리행(自利行, 제1구 – 제18구), 이타행(利他行, 제19구 - 제22구), 그리고 수행자의 수행방편(修行方便, 제23구 - 제26구)과 득이익(得利益, 제27구 - 제30구) 등이다.
자리행 18구는 화엄의 깨달음을 나타내는 증분(證分, 제1구 - 제4구)과 깨달음의 연기를 나타내는 연기분(緣起分, 제5구 - 제18구)으로 나누었다.
증분 네 구절은 다음과 같다.
「01.법성은 원융하여 두 모양이 본래없고[法性圓融無二相]
02.모든법이 동함없이 본래부터 고요해라[諸法不動本來寂]
03.이름없고 형상없고 온갖것이 끊겼으며[無名無相絶一切]
04.참지혜로 알뿐이요 다른경계 아니로다[證智所知非餘境]」 (『동명의범』p.118)
법성(法性)은 법의 성품이라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를 법(法)이라고 하였다. 법은 각각의 본성[性]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법은 인연에 따라 생기고 사라지므로 실체가 없고 영원할 수 없다. 그래서 각각의 본성은 차별이 없이 평등하다. 첫 구에서는 법성을 정의한다. 법성은 원융한 것이며, 두 가지 모양이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제법도 부동(不動)하며, 본래부터 고요한 것[本來寂]이라고 하였다.
인연에 따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치는 증지(證智)로만 알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헤아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무엇을, 어떻게 깨닫는가. 연기분 열네 구절이 그 답이다. 의상조사는 연기분 14구를 다시 여섯 부분으로 나누었다. 크게는 진성이 제법을 대상으로 연기하는 본체와 법의 현상을 구분한 것이다. 각각을 구분하면, 1.참 성품이 연기하는 본체(指緣起體; 제5구, 제6구), 2.다라니 이치의 작용(約陀羅尼理用; 제7구, 제8구), 3.현상(卽事; 제9구, 제10구), 4.삼세의 시간(約世時; 제11구-제14구), 5.수행계위(約位; 제15구, 제16구), 그리고 6.총체적으로 자리행을 논한 부분(總論, 제17구, 제18구) 등이다. 이 모두는 자기의 참 성품, 진성(眞性)의 지혜로 이룬다.
「05.참된성품 심히깊어 지극하고 미묘하니
06.자기성품 지키잖고 인연따라 이루더라[眞性甚深極微妙 不守自性隨緣成].
07.하나중에 일체있고 일체중에 하나있어
08.하나가 일체이니 일체가 하나이라[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09.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세계 머금었고
10.일체의 티끌속도 또한 다시 그러해라[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11.한이없이 머나먼 무량겁이 일념이요
12.일념이 한이없는 머나먼 겁이어라.
13.구세도 십세도 서로서로 즉했으니
14.그러므로 잡란없이 따로따로 이루어라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九世十世互相卽 仍不雜亂隔別成].
15.처음발심 하온때가 정각을 이룬때요
16.생과사와 큰열반이 항상서로 함께했고[初發心時便正覺 生死涅槃常共和],
17.이와사가 아득하여 분별할길 없는 것이
18.열부처님 보현보살 큰사람의 경계러라[理事冥然無分別 十佛普賢大人境].」 (『동명의범』p.118)
「법성게」의 자리행은 진성(眞性)을 가진 불자가,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다라니의 이치로써 연기하는 제법의 진실을 알아서, 중생을 여의고 십불보현을 이루는 길이다. 진성을 닦는 불자는 처음 발심하는 순간 정각을 이룬다. 이 순간 생사와 열반, 이치와 현상이 하나가 되어 십불보현이 성취된다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