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단상 100/봄날의 사흘]"역쉬" 전라고 6회 만세!
# 4월 18일(월요일) 12시, 임실 오수면 우천네 자갈마당. 1975년 3학년 2반 친구 3명이 형수 2명과 점심을 가졌다. 바람 한 점 없는 봄날, 햇살조차 따사로웠다. 메인디쉬는 실가리 붕어조림과 엄나무순 된장무침. 서브 메뉴는 데친 두릅순과 엄나무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미국에서 잠시 귀국해 노후 정착지를 탐색중인 황의찬 친구와 남원에서 활동하는 서예가이자 국궁인 이종대 부부 그리고 필자. 47년만에 3인의 회동, 화제가 그칠 새 없었다. 얼마나 즐거웠으면 오찬의 여운이 5시까지 갔을까? 대낮인데도 차수 변경까지 하여 오수면 소재지 음식점까지 진출, 우족탕을 먹고 찢어졌으니.
# 4월 19일(화요일) 오후 3시 30분, 임실 옥정호 근처 엘드가아파트에 체류중인 황의찬 친구가 필자를 픽업하러 왔다. 4시 남원 이종대 친구 부부를 2차 픽업, 5인이 달려간 곳은 여수 신덕해수욕장 주변 자연산전문 ‘소치횟집’. 오후 5시 30분 일행 모두 도착. 오늘의 호스트는 남해화학 임원인 사촌 정안준 친구, 이름하여 3학년 2반 ‘미니반창회’. 알고보니 사촌과 미국친구는 유난히 각별한 사이, 또한 사촌과 근봉도 서울에서 부부만남이 몇 차례 있었다한다. 저녁후 영빈관에서 못다한 환담을 나눈 후 10시 40분 여수발 남원행 무궁화호를 타고 3인은 올라오다.
# 4월 20일(수요일) 오후 6시. 오수면 구홧뜰(국평) 마을의 ‘주말이장’ 소천 형관우(3반) 친구가 우리마을 이장과 나를 초대했다. 봉동에서 라일락 다섯 그루를 구입, 자기집에 심으러 온 길이었다. 여기에서도 마당잔치. 귀한 육사시미를 3팩이나 사왔으니, 어찌 입맛이 당기지 않을 수 있으랴. 게다가 라일락 한 그루를 선물했다. 참으로 고마운 친구이다. 전라북도 전라고 6회 동창회장, 특별한 ‘성실남’으로서 의욕을 갖고 출발했건만 코로나시국으로 2년간 동창회 모임 등 활동이 잠정휴업상태였다. 이제 곧 기지개를 펴리라.
# 4월 21일(목요일) 오전 10시. 대문앞에 웬 클랙션 소리. 깜짝 놀라 문을 여니 서울에서 지암 이병운(7반) 친구과 강우성(1반) 회장이 아닌가. 반가움에 버섯발로 달려가 반겼다. 지암은 꽃게장을 직접 담가 아버지를 드리라며 갖고 왔다. 그 차로 곧장 향한 곳이 남원 아영면의 ‘산사나이’ 고룡 맹치덕(4반). 11시 도착. 순천에서 달려온 우당 김택수(5반) 친구가 벌써 와 기다리고 있었다. 운봉의 벽곡 장상수(4반) 친구가 최근 큰 질환으로 서울에서 투병중이다. 지난해 야산에 심어놓은 두릅단지에 가 두릅순을 뜯자고 의견일치를 봤다. 솔찬히 많이 뜯은 후 점심을 인월 흑돈집으로 향했다. 이 집은 허영만의 식객에 나온 소문난 맛집으로, 고추장 소고기 쌈밥정식(1인 15000원). 앉자마자 사장에게 선금계산을 한 지암. 거한 점심. 소생을 집에 내려준 후 곧바로 상경, 가는 길에 고산 우거지민물잡탕을 먹고 갔다던가. <벗길맛>(벗따라 길따라 맛따라의 약칭)의 원년 멤버들답다.
아무튼, 연 나흘 동안 전라고6회 친구들과 날마다 어울린 이 좋은 봄날의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은 따져보자면 지난 주 금요일(15일) 저녁, 임실-남원 동문모임이 남원시내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토속식당에서 거하게 있었다. 주인은 김영호, 이 친구도 6회. 임실 청웅의 정정모(7반) 친구가 절친인 강우성 회장과 함께 그날도 나를 캡처, 남원에 도착하니, 서울에서 내려온 고룡 맹치덕과 김종진(6반) 친구, 운암에서 온 황의찬 부부, 이종대 친구 부부, 모두 열 명이 코다리찜을 시켜놓고 만찬을 거하게 했다. 2차는 주천면의 근봉 집. 와인 한 잔(재미교포 황의찬 부부 초대)과 함께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밤늦게 귀가했다.
거의 일주일을 고등학교 친구들과 자리를 함께 했으니, 이런 모임이 어디 흔할까? 너무 재밌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지낸 일주일이다. 참, 우리는 친구복들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서로 친구들 배려하기에 바쁘다. 어찌나 마음씀씀이들이 이쁜지, 날마다 만나도 절대로, 조금도 질리거나 지치지 않는다. 흔한 말로 “만나면 좋은 친구”. 오늘 딴 두릅믕치는 내일이면 서울에 기다리는 몇몇 친구에게 한 주먹씩이라도 나눠주느라 바쁠 회장과 지암 친구. 어찌 고맙지 아니할까. 60대 후반 초로의 일상이 우리 친구들로 인해 매우 즐겁다. 이만한 낙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단지 하나, 걱정되는 것은 운봉의 농부 벽곡의 돌연한 투병소식이다. 하루빨리 쾌유하기만을 비는 마음이다. 이래서 ‘전라고 6회 만세’다. 모두 모두 고맙다. 잘 주무시라.
첫댓글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라..
우천과 남녁벗님들!
이 시국에 참 인생들 잘 살아온 분들 일시다.
이젠, 기지개를 필것 같다는 저자의 말에 ^제발^ 딱 들어맞기를 기대하면서
벗님들의 건강을 기도드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