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포수 강태율이 지난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도끼배트로 티배팅을 하고 있다. 롯데 제공
- 스프링캠프 이색훈련 눈길
럭비공 주고받으며 몸풀기
배드민턴 치며 유연성 강화
냉수마찰·산타기 등은 옛말
체계적·과학적 훈련법 도입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지난 1일부터 국내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올 시즌에 대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화 투수 임준섭이 8일 경남 거제하청구장에서 웨이티드볼로 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 제공
프로야구 초창기엔 냉수마찰, 겨울 등산 등 무모한 해프닝이 연출됐다. 그러나 요즘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법이 인기다. 특히 올해 스프링캠프에선 투구, 배팅, 주루 등에서 독특한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KT는 럭비공을 애용한다.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훈련 중인 KT는 럭비공을 주고받으면서 달린다. ‘럭비공 러닝’은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 몸을 풀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럭비공은 떨어지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잡기가 쉽지 않아 단조로운 달리기와는 달리 흥미를 유도한다. 순발력과 민첩성까지 향상할 수 있다.
홍주성 KT 트레이닝코치는 “럭비공의 무게는 1.5㎏이고, 럭비공을 주고받다 보면 갑자기 빨라지거나 급정지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근육의 긴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무산소성 운동 효과를 지닌다”고 귀띔했다. 홍 코치는 “야구에선 순발력이 무척 중요하고, 특히 야수는 타구에 빠르게 반응해야 공을 잘 처리할 수 있다”면서 “럭비공 훈련으로 실전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상황 대처력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 거제에 머물고 있는 한화는 웨이티드볼로 불리는 컬러공을 투수 훈련에 활용하고 있다. 공의 색상마다 무게가 110∼3000g으로 다르다. 무게감이 있기에 투수가 몸 꼬임 현상 등을 잘 느낄 수 있다. 짧은 거리에서 다양한 무게의 공을 던지거나, 앉은 자세에서 공을 잡고 뒤로 공을 던진다. 이 과정을 통해 어깨를 단련할 수 있다. 또 뒤로 공을 던지면 투구와 반대되는 방향이기에, 몸의 근육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본인이 깨달을 수 있다. 한화의 메이저리그 출신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가 웨이티드볼을 적극 추천했고, 투수 전원이 매일 컬러공을 던지고 있다.
KT 하준호(왼쪽)와 박시영이 9일 부산 기장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럭비공을 주고받으며 러닝훈련을 하고 있다. KT 제공
이동걸 한화 불펜코치는 “웨이티드볼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사용하는 공”이라면서 “웨이티드볼을 던져 공이 나가는 방향을 확인, 자신의 몸이 얼마나 꼬여 있는지를 느낄 수 있고 이로 인해 투구 정확도와 잘못된 피칭 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투수 장민재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웨이티드볼 훈련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몸, 어깨가 잘 풀리기에 좋고, 로사도 코치가 올바른 방식으로 정확하게 던지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 열심히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도끼배트’로 공을 때린다. 도끼배트는 색상에 따라 무게가 다르다. 웨이트볼과 비슷하다. 배트 스윙 스피드 향상을 위한 도구인데, 특히 손잡이가 마치 도끼 손잡이처럼 대각선 형태로 만들어져 힘을 전달할 때 낭비가 덜하고, 효율적인 발사각을 유지할 수 있다. 라이언 롱 롯데 타격코치는 “각기 다른 무게의 도끼배트를 사용하면 근력에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다”면서 “무거운 배트의 경우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스윙을 최대한 간결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이대호가 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롱 코치는 “반면 가벼운 배트는 자신의 손 스윙 스피드를 직접 느낄 수 있어 손 스윙 스피드를 향상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롯데 포수 강태율은 “기본적으로 배트 스피드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도끼배트로 훈련한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라켓은 거의 모든 구단이 사랑하는 아이템. 배드민턴 라켓 훈련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오래전부터 활용했다. 배드민턴 라켓을 휘두르는 건 투구폼과 비슷하기에 투수들의 어깨 유연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 배드민턴은 특히 유산소 운동이기에 지구력 보완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LG,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훈련 중인 SK 등이 배드민턴 라켓으로 지구력과 유연성을 기르고 있다.
또 테니스공은 야구공보다 반발력이 뛰어나 수비 훈련에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