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白手)는 맨손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실업자(失業者) 를 뜻하는 백수건달과 같은 말이죠.
100세 장수 시대인 요즘 세상에는 백수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자의던 타의던 백수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수도 급수가 있다고 하네요.
1급에 해당되는 백수를 동백이라고 합니다.
동네만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백수를 말합니다.
2급에 해당하는 백수는 가백입니다.
가정에만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명 불백이라고도 합니다.
누가 불러 줘야만 외출하기 때문이죠.
불쌍한 백수라는 뜻으로 불백이라고도 불립니다.
3급은 마포불백이다. 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입니다. 정말 앞이 안 보이는 백수입니다.
며칠 전 어느 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 십 년 같이 살면서 같이 늙어왔는데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집을 나가 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가 마포불백 입니다.
그런데 좀 나은 백수가 있습니다.
바로 4급 백수 화백입니다.
말 그대로 화려한 백수를 말합니다.
젊었을 때 돈을 좀 챙겼기 때문에 한 주일에 골프장을 두 세 번 다니는 백수를 일컫습니다.
화백은 왼쪽 손이 하얗습니다.
골프 장갑을 왼손에 끼기 때문이죠.
그래서 좌백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도 백수는 백수입니다.
그보다 조금 더 나은 백수가 있습니다.
바로 최상급 무백(舞白)입니다.
춤추는 멋진 할배 할매를 무백이라 합니다
그런데 요즘 반백이란 말이 돌고 있습니다.
백수들의 반란이란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반백의 반란꾼 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가장 성공적인 ‘반백’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10일 오후 미국 조지아주 (Georgia)에 있는 작은 마을 플레인스(Plains)는 미 전역에서 온 유명인 들로 떠들썩 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테드 터너 CNN 창업자,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와 트리샤 이어우드 부부가 인구 고작 700명의 이 마을을 찾았습니다.
이곳에 사는 가장 유명한 사람,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의 결혼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행사는 지금은 박물관이 된, 80년 전 부부가 다녔던 공립학교 '플레인스 고교' 건물에서 열렸습니다.
올해 96세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93세인 부인 로잘린 여사는 손님 350여명을 직접 맞이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카터 전 대통령은 1976년 대선에서 승리해 39대 대통령을 지냈지만, 80년 혜성처럼 나타난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카터는 단임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는 다른 길을 가면서 퇴임 후 더 빛난 대통령으로 기록됐습니다.
카터는 한 번에 수십만 달러씩 받는 고액 강연이나 기업 이사회 활동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2018년 WP 인터뷰에서 “백악관 생활을 경제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죠..
그는 퇴임 후 거액을 손에 쥐는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을 비난하지 않는다'면서 "부자가 되는 것은 결코 내 야망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카터 부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집짓기 운동인 '해비타트'(Habitats) 활동과 전 세계를 누비며 저개발국의 민주적 투표 참관인 봉사, 질병 퇴치, 인권 증진 활동에 전념했습니다.
이 때문에 로버트 스트롱 (Washington and Lee University) 교수는 그를 퇴임 대통령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사는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 이라고 불렀습니다.
퇴임 후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청렴함입니다. 카터는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와 부부가 50년 전에 지은 집에 살고 있습니다. 백악관 생활을 마친 뒤 자신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살던 곳으로 돌아온 유일한 전직 대통령이죠.
부동산 거래사이트 '질로우(Zillow)'에 따르면 현재 시가는 21만3000달러(한국 돈으로 약 2억5000만원)로 미국 집값 평균 이하라고 WP가 전했습니다.1961년 지은 방 2개짜리 농장 주택입니다.
그마저도 네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국가에 기부해 박물관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부부는 사후에 이 농장 한쪽에 묻히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야 관광객과 방문객을 유치해 마을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카터가 사는 마을은 의류부터 공구, 식료품까지 한 곳에서 파는 잡화점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이 가장 큰 상점일 정도로 소박합니다. 이 상점마저도 카터 전 대통령이 '유치' 했습니다. 철도역은 하나 있지만, 도로 신호등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 카터 부부는 토요일 저녁마다 손잡고 약 800m 떨어진 이웃집에 걸어가 종이 접시에 담은 소박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데, 그가 전직 대통령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차이는 비밀경호국 요원 3명이 몇 걸음 떨어져 걷는다는 점 뿐입니다.
이같은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 덕분일까요? 카터 부부는 미 대통령 부부 가운데 가장 오래 해로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이날 축하행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로잘린 여사를 향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카터가 펴낸 [아름다운 노년]이라는 책엔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에 대한 혜안(慧眼)으로 가득합니다.
이 책은 반백들(백수의 반란)을 위한 좋은 교과서 입니다.
<퍼온 글>
© jeremybezanger, 출처 Unsplash
첫댓글 잼있게 즐감하고 갑니다...감사합니다
고달푼 우리의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