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에 워낙 바쁜 일이 많아 글을 한동안 쓰지 못했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1.
시즌이 종료되었다. 여느 때처럼 미니 트레블을 달성한 지난 시즌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우리 선수들에 대한 상위 클럽들의 러브콜이 줄을 이었다.
먼저 두 시즌동안 빼어난 득점력을 보여주었던 Giloy는 마침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던 옥스포드에 안착했다. 바스 시민들이 가장 아꼈던 이 사나이에 대한 사랑은 바스에 있었던 그의 옛 집에 락커로 된 낙서들을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어느하나 그의 이적을 아쉬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 그를 떠나보냈다.
뒤이어 강력한 수비력을 자랑하던 주전수비수들 역시 제각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났다. Kearney는 애크링턴으로, 핵심수비수였던 Soley는 각각 코벤트리로 이적했다. Taundry의 이적제의는 워낙 뜻밖이었으나 상위클럽인 브리스톨 시티의 제의였기에 거부했다간 선수의 불만을 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른쪽 풀백 Regan은 노츠 카운티로 떠났는데 그는 떠나기 전 날 클럽하우스를 찾아와 코칭스텝과 선수들에게 이별선물을 해주고 갔다. 에버튼에서 출발한 축구인생이었지만 제대로 재능을 인정받지도 못한 채 하부리그를 이리저리 전전했던 그를 알아봐준 나와 클럽에 대한 보답인 듯 했다.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클럽을 맡은 이후로 전통적으로 주목받은 선수들은 대부분 미드필더였다. 이번시즌도 예외는 아니였고 핵심선수 들의 이적이 또다시 불가피하게 되었다. 팀의 에이스 미드필더였던 Langley는 레스터로 떠났다. 애초에 챔피언쉽을 주름잡던 선수가 컨퍼런스에 잠시 소풍을 왔다는 느낌일까. 그에게 맞는 옷은 확실히 상위리그임에 틀림이 없었다. Sinclair 역시 챔피언쉽의 브리스톨 시티로 이적했다. Taundry가 먼저 가있기 때문에 외로울 일은 없을 듯 하다. 젊은 그의 재능이 아쉬웠으나, 우리 유스팀에도 그에 못지않은 유망주들이 있다. 머지않아 더 높은 무대에서 서로 마주치길 기대해본다.
2.
이렇게 주축선수들을 떠나보내고 나니 또다시 남는건 후보선수들이었다. 이제 이들의 성장을 고대해야만 한다. 진짜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리그2에서의 첫번째 시즌이기 때문이다. 나는 빈 자리를 자유계약선수들로 채웠고 주전들과의 경쟁을 부추겨보기로 했다. 애초에 선수들에게 플래툰을 적용시키겠다고 선언하였으므로 그들 역시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막상 영입된 선수들의 클래스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감지했는지 죽기살기로 훈련에 매달리는 선수들이 많았다. 플래툰 시스템에서 가장 원하던 결과다.
특히 지난시즌 후보로 전전했던 Caton의 성장세가 놀랄만했다. 주전공격수였던 Giloy의 그늘에 가려 출전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이 어린 포워드는 팀의 공격을 주도할 수 있을만한 재능으로 성장했다. 한동안 그를 지켜볼 생각이다.
2군에서 실력을 갈고닦고 있던 Joe Martin의 일취월장한 실력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왼쪽 수비수자리가 Taundry의 이적으로 텅 빈 마당에 그의 성장이야 말로 한줄기 빛과 같은 것이었다.
Lawrie Wilson은 이미 지난시즌 오른쪽 풀백자리에서 Regan과 플래툰을 경험한 바 있다. 그는 충분히 주전으로 도약할만한 재능이 있었으나 Regan의 존재감이 너무 커 주로 교체로 기용을 했었는데 이번시즌부터 본격적으록 그를 활용할 방안이 생겼다. 불만 하나 표시 안하고 묵묵히 그 자리에 있어준 결과였다.
선수들의 영입과 플래툰과는 상관없이 주전자리에 안착한 선수들도 있다. 지난시즌 팀의 공격을 이끌던 왼쪽 미드필더 Hunter는 이미 많은 팀의 관심을 받고 있었으나 끝까지 남아있게 되었고(어느 누가 지난시즌 33도움을 기록한 그를 원하지 않을까!) 신성 Helland는 이제 18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팀 내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허풍일지도 모르겠지만 리그2의 득점왕자리는 이미 따놓은 당상이 아닐까. 지난 겨울에 자유계약으로 영입했던 만능수비수 Jorgensen은 충분히 팀의 중앙수비를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느린 발이 걸림돌이지만 발재간이 뛰어나며 아직 19살 밖에 되지 않은 선수이기에 미래는 충분히 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꿈을 꾸었다. 나는 한마리 바다거북이 되어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저 멀리 상어가 보인다. 그리고 나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콰직- 상어가 무는 그 순간.
식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이게 무슨 징조일까. 좋지 않은 꿈이라는건 확실하다. 승승장구했던 지난 2년을 시기하는 신의 질투심인가. 아니면 한낮 지나가는 꿈에 불과한 것일까.
마침내 몇시간이 지나지않아 고향에서 들려온 부음. 정정하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급히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내려갔다. 동생내외가 상주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지난 이틀간 조문객을 받은 동생의 얼굴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응당 맏아들이 했어야 하는 일을 혼자서 해낸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죄스러움과 더불어 동생에게 너무나 큰 빚을 지게 되었다.
사고를 낸 사람은 트럭운전수로 사고 당일날 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와 지나가던 아버지를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치어버렸다고 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 그에게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정이 들었다. 트럭운전수는 집안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하루에 12시간이 넘게 운전을 한다고 했다. 자식은 둘이 있고 둘 다 초등학생. 고향은 김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을 치어죽였음에도 오히려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다. 동생내외도 처음엔 불같이 화를 내었다가 딱한 사정을 듣고 화를 가라앉힌 참이었다.
처음 영국 땅을 밟았던 나의 시작과 어찌 그리 닮은 배경인가. 타지에서 아이 둘을 끌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아버지의 모습.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봐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나도 애 키우는 아버지인데 그쪽 사정 모를리는 없잖소. 법이 판단해줄 문제지만 우리는 이미 마음으로 당신을 용서했어요. 육개장이나 한그릇 잡숫고 가세요. 아버지가 주신 이승에서의 마지막 선물이오"
--------------------------------------- 13부에서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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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기다리고있었는데! ㅋ ㅋㅋ~잘봐써요
마지막... 감동이 짠하네요.. 그나저나 네이버 cm동에 전술 올리신거 맞나요?ㅎㅎ 추천되게 높던데요 ㅋㅋ
아 ㅠㅠ 다시 써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쭉 프리미어 리그 갈때까지 써주셔야 합니다.
올만에보네요 ㅋㅋ 담편도 기대기대 ㅋㅋ
아 정말 기다렸습니다 ㅠㅠ
아오..ㅠㅠ 사고 낸 사람이 하필이면 저랑 같은 김해네용..;; ㅎㄷㄷ;;; 아오~
드디어 나왔구나 이제 계속 꾸준히 쓰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