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우주* / 김보나
별을 취미로 관측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건
저물녘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자란다는 뜻이었다
델타
내 것이 아닌 별의 이름을 부르며
나는 궁금해했다
아름다운 것을 빌지 않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유성우가 약속된 밤이었다
바람에선 짠 냄새가 났다
밤하늘은 점점 가까워지고
망원경을 사이에 둔 별과 내가 대적한다
너는 너무 부드러워
그런 말을 한 게
비밀경찰이라면
나는 금서를 만들었단 이유로
잡혀가고 싶었어
델타
어쩌다 살아남았는데
살해되지 않으려면 뭘 더 해야 해
춥지 않느냐고
누가 물어서
기후를 예감하는 밤
몰래 걸음걸이를 연습했다
살아 있으면서
무중력을 걷는 보법을 알고 싶어서
입술을 깨물면
계피 냄새가 났다
주머니를 뒤지면
언제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작은 구름이 녹아 있었고
끝없이 녹아내리는 구름을 쥐고 걸었다
알고 있다
어떤 아름다운 일들은 종종 밤에 일어나고
나는 그 기억의 주인이 아니다
* 데이바 소벨, 『유리우주』, 양병찬 옮김, 알마, 2019
— 계간 《문학과 사회》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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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나 시인
1991년 서울 출생. 성신여대 교육학과 졸업.
2022년 〈문화일보〉신춘문예 시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