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김영만 아저씨 인기에 30대 직장인도 색종이 사러 문방구로

[강헌]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에 사는 회사원 박모(35)씨는 퇴근길에 문방구를 찾았다. 평소라면 갈 일이 없는 곳이지만, 색종이를 사려고 일부러 들른 것. 박씨는 “그동안 색종이를 살 일이 없었는데 아마 20년 만에 처음 사는 것 같다”고 했다.

박씨가 구입한 색종이는 회사에서 필요한 비품도, 초등학생 조카의 미술시간 준비물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색종이를 산 이유는 무엇일까. 박씨는 “TV에서 종이접기 아저씨가 나오더라고요, 국민학교 다닐 때 TV보면서 종이접기를 따라하던 생각이 나서 다시 접어보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국민학교라는 명칭은 지난 1997년 초등학교로 바뀌었는데, 박씨는 ‘국민학교’때 종이접기 방송을 본 기억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는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 중에서도 색종이를 사서 만들기를 했다고 자랑하는 일이 있다”고도 했다.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원장이 방송에 출연해 종이접기를 선보이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종이접기의 아저씨’. 김영만(65)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원장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박씨처럼 어린 시절 종이접기를 따라 했던 20~30대 직장인이 종이접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모(35)씨는 “어릴 때 종이접기 아저씨를 따라 한다고 손바닥과 방바닥에 풀 범벅을 해가며 무엇인가를 만들던 기억이 난다”며 “병아리 메모지 꽂이, 걸어다니는 지네 같은 별 것 아닌 작품들이었는데, 아저씨를 보면서 다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김 원장은 1988년 KBS ‘TV유치원 하나둘셋'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종이접기를 가르쳤다. 이후 방송에서 한동안 모습을 감췄는데 20여년만에 다시 TV에 출연해 종이접기를 선보인 것이다. 김 원장이 방송에 복귀한 첫날인 지난 18일, ‘김영만’이라는 이름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 원장은 방송에서 성인이 된 시청자를 향해 ‘코딱지들’이라며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일부 시청자들은 “‘코딱지’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찡하다며 눈물이 날 것 같다”고도 했다. ‘종이접기 아저씨’와 색종이가 20~30대 성인들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다.

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색종이가 성인들에게도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키덜트 문화의 확산이라고 평가한다. 키덜트란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다.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말인데, 어린시절 즐기던 장난감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20∼30대의 성인을 뜻한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키덜트 현상에 대해 “성인들이 놀이의 소재를 다방면에서 찾다보니 예전에 친숙했던 장난감을 떠올리는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키덜트 문화가 경기침체와 경제난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있다. 돈 안 드는 취미생활이 주목받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평론가는 “집밥 요리, 종이접기 등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의 인기는 아이템이 특별하거나 출연자의 능력이 탁월해서 나오는 결과는 아니다”라며 “젊은이들이 외부 활동을 줄이고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나오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