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에 나와서 시간 죽이는 방법 중 하나가 드라마를 보는 방법이지요.
이거이 생산적인게 아니라 좀 껄쩍찌근합니다만..ㅠ.ㅜ
기나긴 시간에 꽈배기처럼 몸부림치다가 발견해낸 돌파구랍니다.
다운 받지 않고 볼수 있는 사이트로 ,<해피코리아>가 있는데..
필요한 드라마나 영화 예능 다 수록되어 있어 제가 즐겨찾는 곳입니다.
헌데...<여자를 몰라>라는 막장 비스므리한 아침드라마가 있는데..
거기 등장인물 중 한사람이 교사로 정년퇴직하고 독서실을 인수받는 스토리가 잇습니다.
유자형 커텐 속에서 열공하는 학생들도 좌악 나오고
제법 독서실 광경을 그리고 있더군요.
비수기 성수기도 언급되고,
만석임에 흐뭇해서 인수인계 받고보니..
넘기는 독서실 주인이 알바생으로 만석을 가장해서 사기친 모양입니다.
저는 독서실이 사양 사업이란 면을 보여주나부다 햇더니..
열람생 중 한명이 구석 자리에서 자살을 한 관계로
그 독서실 입소문이 나빠 만회할 수 없음에...그분이 시름시름 속앓이를 하고 잇습니다.
독서실에 대해 뭐좀 아는 작가인가 하고 날마다 챙겨봤더니..ㅎㅎ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지네요.
그래도 내 하는 일이 저리 나오니 무지 반갑더구만요.
심심하던 차에 이것 저것 챙겨보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도 하나 퍼옵니다.
인터넷에 올려진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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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하철로 출 퇴근을 하면서 문득 차장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화장대 거울이나 화장실의 거울에 비친 모습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 속에 묻혀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영락없는 불혹의 아저씨 한 명이 초점 없이 멍하니 서 있습니다.
많은 사람 속에서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지며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 40살 되면 골프 치고 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가끔 동네 사람들이랑 아직도 당구 치고 다닌다.
웃긴 건, 20년 전에 200 쳤는데 지금 120 놓고 물리고 다닌다.
=>1년 독서실 하고 나면 인테리어비 다 빠지고 들어오는 돈이 다 수익인줄 알앗다.
나 40살 되면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 맡아서 팀원들 이끌고 밤샘 회의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아직도 아침에 출근해서 밑에 직원들 오기 전에 무실 화장실 청소한다.
웃긴 건, 직원들이 화장실 막혀도 날 찾는 거야. 부장은 부장인데...화장실 관리 부장인가 봐.
=>1년 정도 하고 나면 총무두고 편하게 쉬어가면서 여가를 즐길 줄 알앗다.
나 40살 되면 항공사 마일리지 엄청 쌓여 있을 줄 알았다.
사진첩에 몽마르트 언덕 노천카페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한 장 쯤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태국에서 코끼리 엉덩이 만지며 어색한 미소 짓는 사진 한 장이 다야.
웃긴 건, 그 사진도 신혼여행 때 사진이야. 그때 태국이라도 안 갔으면 아직 외국 한번 못 나가 본 거였어
나 40살 되면 우리 집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집처럼 집안에 계단 있는 복층 집에서 사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좁은 집에서 부모님, 우리 부부, 남매..이렇게 여섯 식구가 박터지게 살고 있다.
웃긴 건, 방은 세갠데 남매들이 자꾸 커 간다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형제나 자매를 낳을 걸 그랬어.
나 40살 되면 부모님 엄청 호강시켜 드릴 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 80세 되신 아버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다니고 밤에는 집안에 재활용 분리수거 담당이다.
웃긴 건, 재활용 버리러 나가셨다가 아깝다며 주워 오는 물건이 더 많으셔.
그리고 어머니 아침, 점심, 저녁으로 화투 패 뜨기를 하시는데 똥광이 한 장 없어서 서비스 패를 똥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치셔 웃긴 건, 어느 날 똥광이 있기에 찾으셨나 했는데 여전히 서비스 패가 한 장 보여서 물었더니
이번엔 홍싸리 한 장이 없어졌데
나 40살 되면 우리 남매 남 부럽지 않게 키울 줄 알았어
그런데 두 남매 동네에서 아는 분이 주시는 옷 물려 입어. 물론 다 작아서 못 입는 옷 서로서로 바꿔 입으면 좋은 일인 거 알지만..
웃긴 건, 내가 사준 옷보다 그 옷을 더 좋아한다는 거야..메이커가 틀리데
나 40살 되면 동갑내기 아내 호강시키며 살 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 아내 몇 년째 맞벌이하면서 시부모 모시고 살고 있어
슬픈건, 아내는 아직도 내가 결혼하기 전에 호강시켜 주겠다는 말을 현재진행형으로 알고 살고 있다는 거야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튕겨 나가듯 지하철에서 내려서 아직도 쌓여 있는 눈을 밟으며 집에 들어왔습니다.
현관문을 여는데 아버지와 아내가 식탁에서 막걸리 한 병과 돼지고기 보쌈을 먹고 있습니다.
"다녀오셨습니까~~" 내복 남매의 인사
"애비야 수고했다 한잔해라" 아버지의 얼큰한 목소리
"자기야, 한잔하고 씻어" 아내의 더 얼큰한 목소리
"홍싸리 찾았다" 어머니의 해맑은 목소리
엉거주춤 식탁 앞에 서서 목구멍으로 시원하게 넘어가는 막걸리 한잔에 불혹의 나이를 시작합니다. ㅎ
첫댓글 헉 전 몇년전 영화 "친구"가 신드롬을 일으킬때 두녀석을 보냈지요..등록 이틀만에 사라지더니 근처 아파트에서 두놈이 손붙잡고 자살을 했습니다..뉴스에 대서특필되고 경찰들오고..우왕 끔찍합니다...책가져가면서 부모들이 울부짖을까봐 미리 책 다 꺼내놓고 소문날까봐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다시 나는군요..전 그때 그녀석들 자리 한달동안 비워두었습니다..그 드라마에 나온다는 자살...그렇게 소문나면 독서실 문닫아야 합니다..저도 한동안 밤에 혼자 청소할때 정말 소름끼친적도 있거든요...제발 사고 없는게 최고지요...
헉??? 학교괴담이 독서실 괴담으로....요즘 근데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술푸고 싶은 세상입니다.~~
저런...ㅠㅠ 가끔 그런 일이 생기진 않을까 하고 걱정해 본 적은 있습니다만...실제 그런 일을 겪으셨군요...그래도 지기님 답게 위기를 잘 넘기셨네요...정말 지기님은 안 겪어 본 일이 없는 것 같아요...그러니 배태랑이 되셨지요~
이 글 읽고 어제 청소 하면서 부터 퇴근할때까지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ㅠㅠ
마음이 찡 합니다.
첨엔 '찡~'했는데..점점 '징~해지는중입니다~
하~ 앞으로 제인생도 저렇게 되는건가요??ㅠㅠ
앞으로라 하신거 보니 젊으신가봐요. 저는 벌써 지나쳐 왔는데ㅠㅠ 부럽습니다. 궤도 수정할 기회가 있으시니..ㅎㅎ
다시한번읽어보니 진짜 찡하네요..40이면 난 이세상에 없을줄 알았는데...이래 살아있답니다..40하고도 열살이나 더 먹고 말입니다..정말 와 닿는글입니다..
근데 나이란게 잘 체감되지가 않습니다. 저는 아직도 삼십대가 제 또래를 지칭한다는 착각에..ㅠㅠ 제대로 제 나이를 실감 못합니다.
드라마 보지 말고.....공부합시당.....ㅎㅎㅎ
독서실 괴담.. 창립 첫해, 두달쯤인가.. 새벽 2시에 문닫고 집에 오는데 휴대폰이 울립니다. '아저씨.." 누구니?, 저 ㅇㅇㅇ 인데요.. 저 여기 독서실인데요. 잠시 깜빡 졸았는데 주위가 깜깜하고 독서실 문도 잠겨 있네요..그래 알았다. 부랴부랴 차를 돌려 독서실로 가보니 문은 열려있고 학생은 가고 없습니다. 다음날 물어보니 비상구 표시 보고 문열고 집에 갔답니다.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학생이 자는 것도 모르고 문닫고 와버렸으니..소문날까 무섭기도 하고., 그날이후 자는학생 철저히 깨웁니다. 요샌 커튼 땜에 더 신경씁니다. 그 학생 대학생이 되어 가끔씩 시험철에 찾아옵니다. 그때 애길 하며 서로 웃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