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를 죽인 절름발이 서자(庶子)
신풍 장씨(新豊張氏)의 서자 중에 어려서 몸이 날랬던 자가 있었는데, 일찍이 고양이를 쫓아 담을 뛰어넘다가 칼날을 밟아 그만 절름발이가 되었다. 병자호란 때 온 집안 식구가 피난을 갔으나, 그는 따라갈 수가 없어서 도성 안에 숨어 있었다. 마침 설이 임박한 때였으므로 부잣집 부엌에는 남기고 간 음식이 가득하여 굶주리지 않을 수 있었고, 낮에는 눈에 띄지 않는 깊숙한 곳을 골라 숨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오랑캐 두 놈이 먹을 것을 약탈하기 위해 뜰에 뛰어들었다. 뜰에는 김칫독을 줄지어 묻어 두었는데 태반은 비어 있었다. 오랑캐들은 김치를 허겁지겁 배불리 먹고 갈증이 나자 동치미 국물을 마시려 하였지만 국물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퍼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손을 땅에 짚고 머리를 독 속에 넣고 마시니, 시원하고 새콤한 것이 입맛에 맞아 - 이 맛을 누가 알랴. - 벌컥벌컥 마셔 댔다.
절름발이는 문틈으로 이 광경을 엿보고 있다가 손바닥이 근지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갑자기 문을 뛰쳐나가 덮치니, 오랑캐들은 모두 독 속에 거꾸로 처박혀 그대로 젓이 되고 말았다. 난리가 평정된 후 두 오랑캐의 귀를 잘라 바치니, 조정에서는 그에게 무공(武功)으로 벼슬을 내렸다.
절름발이 서자도 적을 죽일 수 있는데, 절름발이가 아닌 서자 홍계남(洪季男) 같은 자는 그 공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