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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만 단속, 형평성 어긋나" |
중앙일보 2007-05-16 06:52:00 |
15일 서울 잠실 '레이크 팰리스' 아파트 단지 주민센터(관리사무소).
구청의 승인 없이 베란다를 확장한 가구에 송파구청이 대규모의 이행강제금(과태료)을 물린다는 소식에 주민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센터 복도 한쪽에 울긋불긋한 색깔의 글씨로 투쟁구호가 적힌 피켓, 플래카드 등이 여러 개 쌓여 있었다.
'송파구청은 누구를 위한 구청이냐' '구민 편의 무시하는 구청장은 물러가라'.
입주자대표회 조영태 회장은 "구청의 과태료 부과 방침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구청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청은 단호하다.
"아파트 안전 때문에 반드시 다른 주민의 동의를 얻고 안전 규정을 지켜야 합니다. 불법이니만큼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불법으로 베란다를 확장했는데 어떻게 봐 줄 수 있냐"고 반문했다.
송파구청은 구청 승인없이 베란다를 확장한 아파트 입주민에게 철퇴를 내린 것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불법 확장은 안 돼"=건설교통부가 2005년 12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아파트 베란다 확장을 합법화한 것은 너무 많이 퍼진 불법 베란다 확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이전까지만 해도 베란다 확장에 관한 법조항이 뚜렷지 않아 불법 확장이 만연했다.
건교부는 베란다 확장을 합법화하되 안전시설을 갖추고 구청의 승인을 받으라는 단서를 달았다. 레이크 팰리스의 1600여 입주자들은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아 가구당 평균 350만원씩 과태료를 물게 됐다.
송파구는 화재시 위험을 강조했다. 안전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화재시 불이 번져 위층이나 옆에 사는 주민이 위험해진다. 구청은 이런 안전 시설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위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아파트 준공 승인이 나기 전에 미리 설계 변경을 통해 베란다를 확장하면 다른 주민의 동의 없이도 가능한데 주민들이 이를 무시한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건축법에 따르면 입주자들은 베란다 확장을 아파트 준공 승인 전과 후에 할 수 있다. 준공 승인 전에는 설계 변경을 해서 일괄적으로 하면 된다. 문제는 이 경우 베란다 확장 공사비(평균 2000만원)가 분양가에 포함돼 취득.등록세가 80만원 정도 더 나와 입주민들이 꺼린다. 준공 승인 후에 하려면 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레이크 팰리스 입주민들은 준공 승인 후에 베란다 확장을 했다.
◆ "형평에 어긋나"=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구청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34평형에 살고 있다는 주민 A씨(42)는 "지난해 입주한 강남구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도 주민 동의 없이 베란다를 확장한 곳이 있는데 레이크 팰리스만 문제삼는다"고 지적했다.
104.105동 동대표 조용일(63)씨는 "입주 이후에 베란다를 확장할 때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한 법 규정도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체 가구 수가 2678가구인 레이크 팰리스의 입주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시작돼 하루에 보통 40~60가구일 정도로 더딘데 언제 입주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동의를 받느냐는 것이다.
베란다를 확장해 주는 인테리어 업자들의 상혼도 불법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조영태 입주자대표회장은 "처음에는 '불법이긴 하지만 별문제 없을 것'이라던 업자들이 나중에는 '어쩔 수 없게 됐다'며 발을 뺐다"고 말했다. 많은 입주자가 인테리어업자의 말을 믿고 확장 공사를 했다가 이번에 적발됐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법을 현실성 없게 만들어 놓고 처벌하겠다고 하니까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 동구청도 한밭GS자이 아파트 중 구청 승인 없이 베란다 확장을 한 217가구에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김종윤.신준봉.이수기 기자 inform@joongang.co.kr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 레이크 팰리스=서울 잠실의 주공아파트(5층 규모) 4단지를 재건축해 만든 2678세대의 대단지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석촌호수 옆에 있어 레이크 팰리스란 이름을 붙였다. 20~32층 높이의 아파트 35개 동이 들어섰다. 평형은 26.34.43.50평형으로 구성됐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현 시세는 26평형 7억원, 34평형 9~10억원, 43평형 15억원, 50평형 17억~19억원이다. 재건축하기 전인 2002년에 17평형의 시세는 평균 6억원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