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장 제사장 취임식
7일 동안의 제사장 위임식 예배가 끝난 후 제 8일째 되는 날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성별된 제사장의 자격으로 자신들과 백성들을 위한 첫 제사를 드렸다. 이 첫 제사에서 아론은 우선 자신을 위해 속죄제와 번제를 드리고, 그 다음으로 온 이스라엘 회중의 정결을 위해 속죄제, 번제, 소제, 화목제를 드렸다.
이때 하나님께서 하늘로부터 직접 불을 내려 번제단 위의 제물들을 불사름으로써 아론이 하나님께 드린 첫 제사를 기쁘게 열납했으며, 이스라엘 온 회중의 죄와 부정으로부터 정결하게 하신 것을 확증하셨다.
아론의 첫 제사는 대제사장이 신적 권위를 가지고 하나님과 백성 사이에 중재자로 출발하는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또한 이로 말미암아 백성들과 하나님 사이에 영적 교제가 원만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 준다.
1. 제사장 아론에 대한 첫 제사의 명령
하나님은 출애굽 제 2년에 이스라엘 민족에게 여호와의 임재를 상징하는 성막을 주시고 아론을 대제사장으로 세우시며 여호와께 대한 제사를 드리도록 하였다. 그 이유는 3가지이다.
첫째, 아담의 범죄로 말미암아 인간과 하나님 사이에 가로막혔던 담을 헐고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통로를 주시기 위함이다.
둘째, 인간의 죄악 때문에 무고히 죽어가는 희생제물을 통해 죄사함은 피흘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진리를 가르치는 동시에 죄의 심각성, 죄의 필연적인 결과는 사망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여 회개시키기 위함이다.
셋째, 장차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완전히 성취될 구속 사역을 예표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구약의 제사 제도는 단순히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경배를 받기 위한 이기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이 아닌 것이다. 도리어 끊임없이 사죄와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제시하면서 그들을 영생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다함이 없는 사랑인 것이다.
‘여덟째 날에 모세가 아론과 그의 아들들과 이스라엘 장로들을 불러다가’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제사장으로 위임 받는 데는 7일이 소요되었는데 이는 중재자 제사장은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고 흠이 없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장로’는 나이가 든 덕망이 있는 노인 혹은 백성의 지도자를 말한다. 모세가 이들을 부른 것은 그들이 이스라엘 각 지파의 지도자였으며, 그들로 하여금 아론의 제사장직에 대한 공적 증인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속죄제를 위하여’
위임식을 마친 아론은 이미 제사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으나 제사장 직무를 수행하기 바로 직전에 먼저 자신을 위한 속죄제와 번제를 드려야 했다. 이는 구약 제사 제도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속죄의 제사가 죄를 온전히 없애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속죄와 회개는 어느 한 순간이라도 멈출 수 없는 모든 신앙생활의 시작이며 마침인 것이다. 제사장 취임을 위한 제사의 제물은 아론이 직접 준비하고 가져와야 했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제사장을 위한 제사가 끝난 후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제사를 드려야 하는데 이는 속죄제, 번제, 화목제, 소제를 드려야 했다. 먼저 속죄제를 통해 하나님과 교제를 방해하는 죄의 요인을 말끔히 제거하고, 번제를 드림으로 헌신과 충성을 맹세하며, 화목제를 드림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친목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왜 화목제를 드리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그들의 직무 수행 그 자체가 하나님과 화목을 암시하는 상징적 행위이며, 제사장들이 백성들과 공동 식사를 통해 회중과 화목하기 때문이다.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나타나실 것임이니라.’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제사장의 직무를 처음 수행할 때 여호와께서 나타나겠다고 약속하신 것은 그들의 제사장 취임을 인정하고, 기뻐하시며, 그들이 드리는 첫 제사를 흠향하신다는 의미가 있다.
이 말씀으로 인하여 모든 백성의 관심이 온통 성막 제사에 집중되었고 백성의 대표들은 회막 앞으로 다 나왔다.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하라고 명령하신 것이니’
제사의 방법은 물론 세부적인 지침까지도 하나님께서 규정하신 방법대로 시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헌신과 충성은 바로 하나님의 명령과 뜻에 그대로 전적으로 순종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을 공경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순종은 인간이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자 감사인 것이다.
*삼상15:22-23 사무엘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의 목소리를 청종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이는 거역하는 것은 점치는 죄와 같고 완고한 것은 사신 우상에게 절하는 죄와 같음이라. 왕이 여호와의 말씀을 버렸으므로 여호와께서도 왕을 버려 왕이 되지 못하게 하셨나이다. 하니..
‘여호와의 명령대로 하라.’
아론에게 내려진 첫 제사의 명령이다. 이제 아론은 명실공히 거룩한 대제사장으로서 지금까지 모세가 해 오던 중재자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아론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여호와께서 지시하신 규례대로 제사를 드려야 한다.
이는 제사의 본질이 의식 그 자체보다는 순종의 자세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순종한 가운데 의식에만 치우친 제사는 하나님을 경멸하는 행위인 것이다.
*렘6;19-20 땅이여 들으라. 내가 이 백성에게 재앙을 내리리니 이것이 그들의 생각의 결과라. 그들이 내 말을 듣지 아니하며 내 율법을 거절하였음이니라. 시바에서 유향과 먼 곳에서 향품을 내게로 가져옴은 어찌함이냐 나는 그들의 번제를 받지 아니하며 그들의 희생제물을 달게 여기지 않노라.
2. 대제사장 아론을 위한 제사
아론은 제사장 위임식 기간인 7일 동안 매일 자신을 위한 속죄제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다시 속죄제를 드려야 하는 이유는 3가지이다.
첫째, 하나님은 지극히 거룩하시고 순결하신 분으로 하나님의 얼굴 앞에 나오는 제사장의 부정이나 죄악을 결코 용납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타락한 인간은 비록 대제사장이라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정결하게 하는 노력이 항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동물의 희생제사는 불완전한 모형이며 예표이기 때문에 그 속죄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며 일시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자기를 위한 속죄제 송아지를 잡으매’
희생 제물은 헌제자가 직접 자기 손으로 잡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대제사장의 고귀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속죄제 제사는 자신이 직접 동물을 잡아야 했다. 결국 모든 죄의 문제는 신분 고하에 무관하게 타인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개인의 문제로서 전적으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 피를 찍어 제단 뿔들에 바르고’
제단 뿔은 번제단 네 귀퉁이에 있는 뿔인데 아론은 자신의 속죄를 위해 이 뿔에 피를 발랐다. 제사장이 죄를 범했을 때 드리는 속죄제는 제물의 피를 성소 안에 가지고 들어가서 휘장 앞에 뿌리고, 분향단 뿔에 바르고, 번제단 뿔에 바르거나 뿌렸는데 이 피뿌림 의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취임식 속죄제가 단순한 정결 의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번제단 위에서 화제로 드리는 제물의 기름 부위와 진 밖에서 불태우는 의식은 일반 속죄제와 동일하다.
‘아론이 또 번제물을 잡으매’
제사장 위임식 때의 번제의 규례는 그 절차나 피뿌림 의식에 있어서 일반 번제와 동일하다. 피를 단 주위에 뿌리는 것은 제단을 정결하게 함과 아울러 헌제자의 죄를 사함 받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이 피뿌림 의식은 제사장이 단 주위를 돌며 피가 담긴 그릇을 조심스럽게 흔드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번제를 드릴 때 짐승의 각을 뜨는 것은 제물을 가지런히 놓기 위함과 고기가 빠짐없이 잘 타게 하기 위함이다.
결국 이러한 행위는 어느 한 지체도 빠짐없이 온 몸을 온전히 하나님께 헌신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3. 이스라엘 전체 회중을 위한 제사
대제사장의 임무를 시작하는 첫 날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위해 희생 제사를 드린 것은 언약의 백성들과 하나님 사이에 정상적인 친교의 관계를 출발시키기 위한 것이다.
속죄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의식, 무의식중에 지은 죄를 사함받기 위한 것으로 예수님의 속죄 사역을 의미한다. 번제는 하나님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헌신을 나타낸다.
소제는 하나님의 성별에 대한 감사와 충성을 나타내는 것이며, 화목제는 하나님과 경배자 사이에 친교를 위한 것이다.
‘백성을 위한 속죄제의 염소를 가져다가’
이스라엘 백성이 범죄할 경우 속죄제 희생 제물은 수송아지를 드려야 하는데 여기서는 염소를 드리고 있다. 이는 범죄한 제사가 아니라 백성들의 정결을 유지하기 위한 제사이기 때문이다. 백성을 위한 속죄제의 방법은 제사장의 속죄제와 동일한 방법으로 드린다.
‘번제물을 드리되’
제사장의 임직식 때나 일반 번제나 동일하게 드렸는데 이스라엘 회중을 위한 번제 역시 동일하다.
‘소제를 드리되’
소제는 보통 화목제나 번제와 함께 드렸는데 그 제물은 보통 곡식 가루이다. 이 소제는 상번제와 함께 드려졌다.
‘화목제물의 수소와 수양을 잡으매’
화목제를 맨 나중에 드리는 이유는 백성들이 진심으로 회개한 후에 하나님과 진정한 화목이 이루어진다는 것과, 하나님과 참 된 화목은 그리스도의 중재 사역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가 여호와 앞에 요제로 흔드니’
화목제물의 가슴 부분은 요제로 드렸고, 뒷다리는 거제로 드렸다. 요제로 드린 가슴 부분은 모든 제사장들의 공동 몫으로 돌려졌고, 거제로 드린 우편 뒷다리는 제사를 담당한 제사장의 몫이 되었다.
4. 모세와 아론의 축복과 여호와의 불
아론이 드린 희생 제사에 대하여 여호와께서는 초자연적인 불로 응답하셨다. 아론이 제사를 필한 후 모세와 함께 회막에 들어갔다가 나와 이스라엘 백성들을 축복하였을 때 여호와의 불이 나와 단 위의 번제물과 기름을 불살라버리는 이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초자연적 역사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제사장들을 대표해서 아론이 드린 제사를 하나님이 얼마나 기쁘게 열납하셨는가를 나타내는 징조이다. 동시에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과 영적 친교를 나누는 것을 크게 기뻐하시고 원하신다는 것을 나타낸다.
성경에서 이적의 불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도 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단 위에 내리신 불은 희생 제물을 열납하셨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그 성격이 다르다.
기드온이 드린 제물에 나타나신 불이나, 엘리야가 드린 제물을 태운 불은 하나님만이 참 된 신이시며 헛된 우상과 구별시키는 것이었다.
‘손을 들어 축복함으로’
대제사장 아론의 첫 번째 축복이다. 아론이 손을 들고 축복한 것은 백성들의 머리에 일일이 안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축복은 제사장 취임식의 모든 제사가 왼료되었음을 선포하며, 이제 여호와와 화목하고 죄에서 정결하게 되었음을 선포한 것이다.
이는 인류의 구원을 위한 구속 사역을 모두 마치고 승천하기에 앞서 베다니에서 무리들 앞에서 손을 들어 축복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모세와 아론이 회막에 들어갔다가’
이들이 회막에 들어간 것은 약속된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간구하기 위함이며, 회막을 통해 여호와의 영광이 영원토록 나타나기를 소원했을 것이다. 예수님도 부활하신 후 자신을 만지려는 막달라 마리아를 향해 ‘나를 붙들지 말라. 내가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아니하였노라.’고 하셨다.
모세는 이스라엘 영도자요 입법자로서 마지막으로 성소에 들어갔으며, 아론은 대제사장으로 임명 받고 처음으로 여호와 앞에 나아간 것이다. 이들은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음을 고하고 앞으로도 거룩한 제사장의 임무를 잘 감당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모세와 아론은 회막에서 나온 후에 다시 백성들을 향해 축복했는데 이는 두 번째 축복으로 하나님의 응답을 받은 후에 한 것이다. 바로 그때 여호와의 영광이 온 백성에게 나타났다. 그 영광은 아마 회막 안과 밖에는 구름으로, 번제단 위의 제물에는 불로 나타났을 것이다.
‘불이 여호와 앞에서 나와’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약속을 이행하셨고, 모든 회중의 헌신과 아론이 드린 제물을 기쁘게 열납하셨다는 것과 그들을 제사장으로 성별한다는 응답을 불로 주신 것이다. 이 불은 번제단의 불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불로 ‘여호와의 불’이다.
지성소의 구름으로부터 쏟아진 맹렬한 여호와의 불이 번제단 위에 쌓여 있는 제물을 순식간에 삼켜버린 것이다. 만약 이 불이 내리지 않았다면 그 많은 제물이 언제 다 탈 수 있었을까. 아마 상번제 위에 있는 제물이 다 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놀랄만한 신의 현현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려움과 놀라움, 그리고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뒤섞여 크게 소리 지르며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이는 왕의 출현에 행하는 예법이었다.
*시41:12-13 주께서 나를 온전한 중에 붙드시고 영원히 주 앞에 세우시나이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영원부터 영원까지 송축할지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