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례
오늘은 연중 제11주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마음에 진리와 은총의 씨앗을 가득 심어 주셨습니다. 이 씨앗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복음의 희망으로 가꾸어,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며 아버지 말씀이 우리 안에서 열매를 맺게 합시다.
제1독서
<낮은 나무는 높이리라.>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17,22-24
22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손수 높은 향백나무의 꼭대기 순을 따서 심으리라.
가장 높은 가지들에서 연한 것을 하나 꺾어
내가 손수 높고 우뚝한 산 위에 심으리라.
23 이스라엘의 드높은 산 위에 그것을 심어 놓으면
햇가지가 나고 열매를 맺으며 훌륭한 향백나무가 되리라.
온갖 새들이 그 아래 깃들이고 온갖 날짐승이 그 가지 그늘에 깃들이리라.
24 그제야 들의 모든 나무가 알게 되리라.
높은 나무는 낮추고 낮은 나무는 높이며 푸른 나무는 시들게 하고
시든 나무는 무성하게 하는 이가 나 주님임을 알게 되리라.
나 주님은 말하고 그대로 실천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함께 살든지 떠나 살든지 우리는 주님 마음에 들고자 애를 씁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5,6-10
형제 여러분, 6 우리가 이 몸 안에 사는 동안에는
주님에게서 떠나 살고 있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확신에 차 있습니다.
7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8 우리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몸을 떠나 주님 곁에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9 그러므로 함께 살든지 떠나 살든지
우리는 주님 마음에 들고자 애를 씁니다.
10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저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 몸으로 한 일에 따라 갚음을 받게 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4,26-34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26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27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28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줄기가, 다음에는 이삭이 나오고 그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영근다.
29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곧 낫을 댄다.
수확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30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무슨 비유로 그것을 나타낼까?
31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32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처럼 많은 비유로 말씀을 하셨다.
34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당신의 제자들에게는 따로 모든 것을 풀이해 주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신경>
영성체송
시편 27(26),4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사는 것이라네.
<또는>
요한 17,11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가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소서.
영성체 후 묵상
주님께서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은 겨자씨와 같은 우리를 세상에 손수 뿌리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그리되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풀보다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습니다. 우리를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는 큰 나무가 되게 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한 잔치에서 성체를 받아 모셨으니
저희가 주님의 사랑으로 친교를 이루어
주님의 교회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2021년 11월부터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요청으로 오늘의 묵상 제공을 중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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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6일 연중 제11주일
♡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사회 안에서 높은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이들은 의사, 선생님, 운동선수, 정치인, 판사, 변호사 등 자기 분야에서 그래도 꽤 알려진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얼마나 성공했다고 답변했을까요? 대부분이 성공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성공은 아주 먼 미래에 있다’라는 식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성공을 갈망하고 있고, 아직도 이 성공을 좇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함으로 인해 불행한 사람으로 살 수도 있습니다. 즉,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누리고 있는 것에 관한 감사함이 있어야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께서 제가 있는 본당을 방문하셨습니다. 본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한 각종 성물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신 것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 십자가의 길 등을 보시면서 계속 감탄하셨습니다. 1시간 정도만 머무르신다고 했는데, 2시간 넘게 머무시면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곳 본당 신자들은 너무 좋겠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성물이 있고, 또 멋진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니까요.”
이 말씀을 들으면서, 이런 마음으로 신앙생활 하는 분이 얼마나 많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미사 끝나기도 전에 성당 문을 나서며 돌아가시는 분들이 떠올려지면서, 누군가는 부러워하며 오래 머무는 곳이 누군가에게는 빨리 떠나고 싶은 장소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의 내용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보기보다는 불평불만의 마음으로 보기에 만족하지도 또 감사하지도 못했던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하십니다. 이 나라는 인간의 활동이 아니라 하느님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싹이 터서 자랍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합니다. 씨는 마치 저절로 자라는 것처럼 싹이 트고 줄기가 생기고 잎이 자라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습니다. 또 이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시면서 풍요로움을 말씀하십니다. 작은 겨자씨가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새들이 그늘을 찾아올 정도입니다.
이런 하느님 나라가 우리 마음 안에 이미 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완벽한 하느님 나라가 이미 우리 안에 뿌려졌는데,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세히 보지 못하고 오래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상에 묻혀 바쁘게 사느라 하느님 나라를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활동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 만족과 감사함을 갖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현자는 삶에 대해 생각하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스피노자).
사진설명: 제가 있는 성김대건성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