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속으로 소풍간 아이들
김성규
모든 웃음 덩어리를 가방에 담아
언젠가 바다 속으로 소풍 간 아이들
아이들은 물결을 타며 영원히 웃고 있으리
지느러미 같은 팔을 벌리고
향유고래가 되고, 다랑어가 되고, 날치가 되어
높은 산과 그만큼 깊은 골짜기가 있듯
슬픔과 기쁨의 총량이 비례한다면
우리가 지상에서 울고 있는 동안
너희들은 바다 속에서 영원히 웃고 있으리
교복을 입고 맨발로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발자국을 싣고
파도가 다른 대륙으로 밀려간다
해안을 떠다니는 발자국들이
향유고래를 따라, 다랑어를 따라, 날치를 따라 헤엄치면
조류에 빨려 들어간 모든 웃음이
물속 기포처럼 터져 파도에 밀려오리
파도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너희들의 목소리를 세상으로 실어 보내기 위해서지
해변에 밀려오는 꽃송이를 보며 혼자 서 있는 사람
구름에도 바람에도 뒤집히는 나뭇잎에도 우는 사람
우리가 지상에서 사라진 이름을 부르며
울음을 멈추지 않는 한
아이들은 바다 속에서 영원히 웃고 있으리
우리가 지상에서 사라진 이름을 부르며
웃음을 멈추지 않는 한
아이들은 바다 속에서 영원히 울고 있으리
바다가 싱거워질 수 없는 이유는
너희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기 때문이지
너희들이 가져간 웃음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지
―『시산맥』 (2014.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