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 3. ‘올레’가 제주도의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굽이굽이 올레길을 걷노라면 마주치게 되는 푸른 제주 바다.
제주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비행기 대신 배를 타고 가는 여행객이 부쩍 눈에 띄는가 하면, 몇 해 전 시작된 제주 올레여행이 전국에 걷기여행 붐을 일으켰다. 제주여행이 해외여행보다 비싸다거나, 한두 번 가봤으니 더는 볼 것 없다고 하는 이야기는 이제 융통성 없는 사람들에게서 들을 법하다.
금요일 저녁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제주행 여객선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에게서는 설렘이 묻어난다. 인천에서 제주까지 배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13시간 정도. 저녁에 배에 올라 하룻밤 묵고, 다음 날 아침을 제주에서 맞는다고 보면 된다. 뱃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선상 불꽃축제, 라이브 공연, 레크리에이션, 댄스파티, 마술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배에서 감상하는 일몰과 일출은 선상여행의 보너스다. 제주공항에 내려 관광버스에 오르거나 예약해둔 렌터카 키를 받아드는 것으로 시작됐던 제주여행이 제주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 위에서, 한층 일찍 시작되는 셈이다.
제주에 내리면 신발 끈을 조여매자. 그렇다고 서두를 건 없다. ‘놀멍 쉬멍 걸으멍(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제주에 몇 번이나 왔어도 보지 못했던 제주의 속살을 파고들 차례다. 올레는 본래 마을의 큰길에서 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을 가리키는 제주 방언이다. 지금은 자동차로부터 되찾은 사람의 길을 폭넓게 일컫는다. 2007년 9월 첫 코스가 탄생한 이래 최근 개장한 추자도 18-1 코스까지 제주 올레길은 모두 21개 코스가 됐다. 코스마다 제주올레사무국에서 정해놓은 난이도가 다르지만, 대체로 네댓 시간에서 대여섯 시간 소요된다.
제주 옛 숲, 엉또폭포, 신비의 바닷길, 테우 낚시…
|
4. 제주 올레길을 사진에 담는 포토 트레커들. 5. 제주 우도 올레길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올레길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해,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길이다. 외돌개를 출발해 법환포구를 경유, 월평포구까지 이어지는 7코스에는 올레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자연생태길인 수봉로가 있다. 2007년 12월, 새 올레코스 개척을 위해 길을 찾아 헤매던 올레지기가 염소가 지나가는 것을 우연히 보고 삽과 곡괭이만으로 만든 길이라고 한다. 같은 7코스에 속한 ‘두머니물~서건도’ 해안구간은 본래 험한 바위밭이었으나 사람 손으로 고만고만한 돌을 옮겨놓고, 길가에 돌조각을 쌓아올려 바다를 낀 제법 아름다운 산책길로 탈바꿈시켰다. 이 밖에 다양한 식물의 보고이자 올레꾼들에게서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저지곶자왈과 무릉곶자왈을 이어주는 14-1 코스는 제주의 오랜 숲을 거닐 수 있는 길이다. 한편 쇠소깍을 출발, 서귀포 시내를 통과해 이중섭미술관과 소정방폭포, 천지연폭포 위를 지나 7코스 시작점인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6코스는 제주 도심과 유명 관광지를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제주 올레길의 가장 큰 매력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는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제주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아는 사람만 알았던 비경이 더 많은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큰비가 내려야 폭포수가 떨어지는 통에 ‘우중천국’으로 불리는 엉또폭포,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새섬과 서건도, 느림의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뗏목 테우 체험이 가능한 쇠소깍과 대평포구 등이다. 대평포구는 바다낚시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손맛을 한번 본 사람들은 제주에 내리자마자 대평포구를 낀 용왕난드르마을(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로 향하기도 한다. 마을 어선을 타고 가까운 바다에 나가 테우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 ‘용왕이 나온 들, 바다로 뻗어나간 들’이라는 의미의 용왕난드르마을에서는 바다낚시 외에 군산(334.5m) 오르기, 소라 잡기, 마늘꿀탕 만들기, 소라양초 만들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군산은 대평리의 대표적 오름으로 정상에 서면 한라산과 중문단지,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인다. 주민들은 군산의 정상이 명당이라 이곳에 오르면 좋은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