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왕국에 닥친 재앙을 바라보면서 슬픔 속에 탄식하며 기도하는 예레미야에게 하나님께서 임하셔서 말씀하십니다(26절). 유다 왕국이 이러한 재앙을 겪게 되는 것은 유다 백성이 지은 죄악들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을 말씀해 주십니다. 하나님께서 굳이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되겠지만, 기도하는 예레미야에게 친절히 유다 백성에게 임할 재앙의 이유를 설명해 주십니다. 물론 유다 왕국에게 임할 재앙의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의 입술을 통해 유다 백성에게 선포되었었습니다. 그러니 예레미야가 그 이유를 모를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 모든 이유를 알면서도 자기의 민족과 나라가 당할 재앙을 바라보면서 마음 아파하는 예레미야에게 하나님은 다시 그 이유를 설명하시면서 예레미야를 다독거리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 이후의 말씀에서는 하나님께서 유다 백성에게 혹독한 재앙을 내리시지만 다시 회복시키실 것이라는 것도 말씀해 주시면서 예레미야를 위로하시고, 유다 백성에게 희망을 전하십니다. 오늘 본문을 묵상하면서 하나님께서는 참 자상(仔詳)하신 분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하나님은 죄를 용납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며, 전능하신 절대자이심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에게 자상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예레미야가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며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분이심을 고백하며 하나님께 기도하였었는데(17절~19절), 하나님께서도 그것을 인정하십니다(27절). 그러면서 전능하신 하나님이시기에 갈대아인(바벨론 사람들을 의미)의 손에 예루살렘 성을 넘길 것이며(28절), 그들이 와서 예루살렘 성을 초토화(焦土化)시킬 것임을 예고하십니다(29절). 예루살렘 성 안에 살면서 자기 집에 우상인 바알(Baal)의 신상을 만들어 놓고 섬겼던 집들을 불사르게 할 것이라고 예고하십니다(29절). 유다 백성은 심지어 하나님의 성전에 온갖 우상들의 형상이나 우상을 섬기는 데 사용하는 물건들을 가져다 놓았고(34절), 힌놈(הִנֹּם, Hinnom)의 골짜기(Gehennom, Valley of Hinnom)에 바알의 산당(山堂)을 만들어서 바알을 섬겼고(35절) 자기들의 아들들과 딸들을 몰렉(מֹלֶךְ, Molek)에게 바치는 인신제사(人身祭祀)를 드리는 참혹한 일들까지 행했었습니다(35절). 힌놈의 골짜기는 나중에 게헨나(גֵי־הִנֹּם, Γέεννα, Gehenna)라고 불리게 됩니다. 그리고 몰렉은 암몬 족속이 섬기던 신으로 몰렉을 섬기는 자들은 자기의 자식을 몰렉 앞에 불에 태워드리는 어처구니없는 의식(儀式)을 행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악한 행위들은 하나님께서 전혀 원하시지 않으셨던 것인데 그들을 그러한 악을 행하였다는 것을 지적합니다(35절).
유다 백성은 이러한 악을 행하여 하나님을 격노(激怒)하게 하였고(30절), 하나님은 끊임없이 선지자들을 통해 경고하고 가르쳤는데도 그들은 전혀 듣지 않고 하나님을 거역했습니다(33절). 그리고 이러한 악행은 총체적(總體的)이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악을 행하였고(31절), 왕들과 제사장, 선지자, 고관(高官)들부터 시작하여 주민들까지 모두 이러한 악을 행하였습니다(32절). 그러니 하나님께서 진노하시지 않을 수 없었고, 심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재앙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유다 왕국이 멸망할 수밖에 없는 타당성(妥當性)에 대해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악행은 이스라엘이나 유다에만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도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가 가장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들을 따로 두고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상들입니다. 하나님의 성전 안에 온갖 우상의 형상들과 우상을 섬기는 데 사용하는 물건을 두었던 죄악처럼, 이 시대에도 교회 안에 성경적 본질에서 어긋난 것들이 버젓이 들어와서 신앙을 혼탁하게 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교회 안에 세상적 요소들이 슬그머니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고, 성경적 근거나 기독교적 역사 속에서 온전한 통로를 통해 들어온 것이 아닌 의식(儀式)들과 전통들이 마치 원래부터 기독교적인 요소인 양 행세하는 것들도 참 많습니다. 이제 그러한 것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명령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마음에 둔 것도 아닌 것들을 버리고, 하나님의 마음에 둔 것들을 헤아려 하나님께 온전하게 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믿음과 신앙, 그리고 제대로 된 신앙의 요소들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 안에, 우리 교회공동체 안에, 우리 기독교 안에 불순물(不純物)처럼 들어와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아 제거하며 그 믿음의 순수함을 회복하는 삶과 신앙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