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기 2568년 8월 4일 8월 첫째주 포살법회 및 정기법회 (법회소식 1493호)
「법성게」의 이타행과 수행방편 및 그 이익
법문: 승원 스님
『삼국유사 』 의 「진정사효선쌍미(眞定師孝善雙美)」조는 의상(義相, 625~702) 조사의 제자였던 진정(眞定) 법사의 수행과 효행을 기록한 글이다. 내용 중에는 ‘의상 조사가 진정 법사의 어머니 천도를 위해서 소백산 추동에서 수십 일 동안 화엄을 강의하였고, 강의가 끝날 즈음 진정 법사의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 자신이 극락에 왕생하였음을 알렸다’는 사실이 들어있다. 그리고 당시 강의는 「추동기(錐洞記)」 또는 『 지통기(智通記) 』 라는 책으로 전해졌으며, 현재 법장(法藏, 643~712)의 저술로 알려진 『 화엄경문답 』 이 그 책이라는 견해가 많다.
의상 조사가 진정 법사 같은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수행은 어떠하였을까. 「화엄일승법계도」의 주석에서 의상 조사는 「법성게」를 자리행, 이타행, 그리고 수행방편과 그 이익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자리행에는 깨달음(제1구~제4구)과 깨달음의 연기(제5구~제18구)를 나타내었고, 이타행(利他行, 제19구~제22행)과 수행방편(修行方便, 제23구~제26구) 및 그 이익(得益, 제27구~제30구)은 따로 구분하였다. 자리행은 스스로가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수행이다. 반면 이타행과 수행방편 및 그 이익은 깨달음을 이룬 사람의 교화와 수행자가 가르침을 받고 행하는 방편과 수행으로 성취되는 궁극의 깨달음을 말한다.
이타행에서는 법을 설하는 부처님과 가르침을 듣는 중생을 말하였다.
「19.해인삼매 그가운데 온갖것을 갈무리고[能仁海印三昧中]
20.불가사의 무진법문 마음대로 드러내며[繁出如意不思議]
21.온갖보배 비내리어 일체중생 이익하니[雨寶益生滿虛空]
22.중생들의 그릇따라 온갖이익 얻음이라[衆生隨器得利益].」 ( 『 동명의범 』 p.119)
이타행은 법을 설하여 깨달음을 나누는 것이다.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은 해인삼매에서 설법하신다. 설법은 부처님 깨달음의 마음 그대로인 부사의법(不思議法)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설법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온 중생에게 차별 없이 설해진다. 하지만 중생들은 근기가 달라서 노력에 따라 깨달음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중생들은 어떻게 수행해야 궁극의 이익을 이룰 수 있는가. 의상 조사는 이렇게 가르친다.
「23.이까닭에 불자들은 근본제에 돌아가서[是故行者還本際]
24.망상집착 못끊으면 얻을것이 전혀없네[叵息妄想必不得]
25.인연없는 방편지어 마음대로 방편쓰니 [無緣善巧捉如意]
26.본래집에 돌아가서 분수따라 양식얻네 [歸家隨分得資糧]」 ( 『 동명의범 』 p.119)
믿음으로 수행하는 불자는 먼저 법성(法性), 진성(眞性)의 본래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수행한다. 법성, 무명의 망상을 없애는 노력이다. 무명망상은 진성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원인이어서 타파하지 않으면 궁극의 깨달음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망상을 없애면 그 순간 부처님의 선교방편인 부사의한 가르침이 자기의 본래 마음과 하나가 된다. 그 순간 본래 부처님의 집으로 돌아가고, 각자의 수행에 따라 깨달음의 양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의상 조사는 마지막으로 이타행으로서의 부처님 가르침과 중생의 깨달음의 이익을 이렇게 노래한다.
「27.이다라니 무진법문 끝이없는 보배이니 [以多羅尼無盡寶]
28.온법계를 장엄하여 보배궁전 이루고서 [莊嚴法界實寶殿]
29.영원토록 참된법의 중도상에 편히앉아 [窮坐實際中道床]
30.억만겁에 부동함을 부처라고 하느니라 [舊來不動名爲佛].」 ( 『 동명의범 』 p.119)
불자가 깨달음을 성취하는 순간, 그 설법은 가없는 다라니의 보배를 사용한 것이며, 온 법계의 진실한 보배 궁전을 장엄한 보배가 된다. 또 이 순간 부처님과 중생은 진실한 깨달음의 자리, 중도 가르침의 자리에 앉게 된다. 중생에게 설법하는 부처님은 깨달음의 해인삼매에서 움직인 적이 없고, 중생들은 법성진여(法性眞如)의 본래 자리를 여읜 적이 없어서 부동(不動)이라고 하였다. 불자는 누구나 본래의 부처님이기 때문이며, 「법성게」를 포함한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은 진실중도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