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든 생각은 '뭐여, 이 미친갱이 같은 뮤비는?'이었더랍니다. 근데 정말 바로 본 거였어요. 이 노래의 제목은 크레용. 크레이지 지용의 줄인말이라고 합니다. 본인이 그린 본인의 광기에 대한 분석보고서 같은 노래에요. 그래서 곰곰 뜯어보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답니다.
우선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노래를 들으시는 것을 추천해요. 뮤비가 선, 노래가 후 라고 생각될 정도로 뮤직비디오 영상에 담긴 의미가 크거든요. 함께 리뷰를 공동작업하시는 음악자문님도 이 노래는 OST의 개념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네요. 그만큼 영상과 음악이 몹시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자, 그럼 권지용씨가 소개하는 미친 지용군을 만나러 떠나볼까요?

자, 우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권지용군입니다. 얜 그냥 권지용이에요. 심리학용어로 굳이 푼다면 '에고ego'에 해당하겠네요. 평화롭게 단잠을 자고 있는 그냥 권지용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티비가 켜지고 두 번째 권지용이 등장해요. 이 친구는 수퍼에고(super ego)에 해당합니다. 일종의 초자아인 셈인데요. 도덕적 잣대에 따라 에고를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멋지게 박사님 복장을 하고 등장해요. 이 친구가 텔레비전 속에서 나왔다는 사실 역시 굉장히 중요한데요. '미디어에 비친 권지용'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미디어 혹은 타인의 시선 앞에 서는 점잔떠는 권지용이란 의미가 되겠죠.

암튼간에 슈퍼에고인 권박사님은 잠자고 있는 '그냥 권지용'을 분석하기로 결심합니다. 잠든 그에게 뇌파측정기를 들이대고 그의 무의식을 파고들죠. 그리고 그 결과보고서가 바로 크레용이란 노래입니다.
자, 이제 사운드가 시작됩니다. 띠띠띠 하는 뇌파측정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해요.

보고서를 읽는 권박사님이 깜짝 놀라는군요. 환자의 차트에는 쥐대골이라고 크게 써 있습니다. 쥐대골은 지디를 비아냥거리는 별명 중 하나에요. 예전에 라디오스타에서 김국진이 지디를 '지대골'이라고 잘못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쭉 그렇게 굳어졌다고 하네요. 암튼간에 수퍼에고인 권박사님은 속칭 지대골이라 불리는 인간이 세간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다 깜짝 놀라게 돼요.

자, 그런 가운데 카메라는 점점 더 권지용군의 심층심리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갑니다. 음악가니까 귀를 통해서 들어가는 군요. 쿠데타에도 이 비슷한 비유가 나오는데 그때는 심장을 통해 들어갔었거든요. 이번에는 귀를 통해 뇌로 들어가는거에요. 쿠테타는 감성적인, 크레용은 이성적인 자기성찰을 비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쑥쑥 들어가보니 세번째 권지용이 나오는군요. 음악에 미친 작곡가 권지용씨에요. 이 친구의 세계엔 아무것도 없죠. 그냥 음악에 미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괴짜 작곡가에요.

좀더 들어가봅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무의식의 세계가 펼쳐 지려나 봐요. 이 현란한 세계는 음악이 주는 희열의 세계입니다. 권지용이 자신의 음악에서 느끼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멋들어진 세계에요. 미친작곡가가가 되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화려한 리듬과 비트와 암튼 그 외의 모든 것들이 반짝이는 세계요. 여기까지 도달했을 땐 현실에서 잠자던 그냥 권지용도 헤헤~ 웃음을 짓습니다. 어쨌든 그에게 희열을 주는 세계니까요.
암튼 이 부분에서 노래가 시작됩니다. 가사는 단순해요. get your crayon 입니다. 크레용으로 상징되는 미친 뭔가를 가져보라는 선동적 가사가 되는 셈이죠. '미친 권지용의 노래를 들어봐요~!! '라는 뜻도 될 수 있고, '당신안의 광기를 깨워보세요~!! '라는 뜻도 될 수 있겠죠. 무채색의 일상을 선명하게 칠해줄 색색의 크레용을 손에 넣은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그걸 평가하는 권박사님의 평가는 '미친놈'이라는 군요. 세간의 평가도 엉망진창이고, 뇌파는 또라이같은 놈이라며 본인에 대해 몹시 박한 평가를 내리는 군요.

자, 이제 노래가 시작되고 또다른 권지용이 등장합니다. 상자를 열어 만화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뭔가 엄청난 아이템을 획득해서 목에 거네요. 이 부분의 가사는 swag check의 반복입니다. 우선 swag 라는 건 '멋지다, 뻐기다'라는 뜻인데, 힙합에서는 '으스대는 기분, 자기만족' 뭐 이런 느낌을 뜻해요.
그러니까 여기서 등장한 저 이상한 물건은 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음악적 희열이 응축된 무언가.... 그러니까 일종의 힙합스웨그인 셈이죠. 자신감 만땅의 으쓱으쓱 힙합보이가 바로 새로운 권지용입니다. 가사에서는 '프리티 보이'와 '날라리보이'라는 표현을 모두 이 친구가 말하고 있답니다. 저는 아이돌이자 가수인 지드래곤에 대한 비유가 바로 이 친구라고 생각해요. 직접 음악을 공연하는 당사자 말이에요.

자, 다시 일상의 그냥 권지용으로 돌아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들어진 스웨그로 꽉 차 있음을 체크한 후, 면도를 하고 하루를 준비합니다. 월화수목금 바쁜 남자라며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 친구의 또다른 버전은 이런 모습이에요. 현실의 권지용군은 그저 면도를 하고 있을 뿐이지만, 내면에서는 이런 자신감 넘치는 필로 충만한 상태인 게지요.

한편으로는 이런 모습이기도 하구요. 아까 말했죠? 음악적 희열을 맡고 있는 친구라고. 암튼 이 세버전으로 표현되고 있는 가사는 이런 내용입니다. 프리티 보이이자, 날라리보이이자, 배드보이이자, 다이아몬드 보이인 지드래곤이요. ㅎㅎ 중간에 U know I beez that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그게 나란 거 알지?'란 뜻입니다. beez는 저도 익숙하지 않아서 찾아봤는데, am이나 are를 저렇게 표현하기도 한다는 군요.
아직도 꿀리지 않아 yes I’m a pretty boy
난 날아다녀 so fly 날라리 boy
월화수목금토일 난 바빠 오빠 나빠 Baaaad boy
I’m a G to the D Gold N Diamonds boy
누가 아니래 U know I beez that
오늘의 DJ 나는 철이 너는 미애

자,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변화가 생깁니다. 우선 단조롭게 반복되던 뇌파에 변동이 생깁니다. 전자음이 갑자기 높고 빨라지면서 '아가씨~아가씨~' 라는 가사가 시작되죠. 이제부터 더 깊은 무의식의 세계에 돌입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를테면, 이드의 세계랄까요. 원색적이고 무의식적인 욕망이 가득한 공간. 더이상 스스로가 아닌 무언가로 존재하는 그런 공간이요. 가사에는 순결한 지용씨라고 표현되지만, 사실은 뻥이에요. 그냥 아가씨를 유혹하려는 멘트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군요. 아이처럼 순진해보이지만, 실은 거짓말중인 피노키오로 이를 상징했네요.

이 뮤직비디오의 가장 재미있는 유머중 하나랍니다. 여기까지는 무의식 속에 내재된 성적 욕망, 뭐 이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 늘씬한 아가씨가 돌아보는 순간 확 깨고 말아요. 그건 권지용 본인이거든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난장판의 시작입니다. why so serious라는 질문과 함께, 그냥 다같이 크레용의 세계로 빠지는 거에요.

이를 테면 뭐 이런 세계랄까요? 원색의 이 환상적 공간은 말 그대로 크레용으로 색칠한 것같은 독특한 색감으로 채워져 있어요. 어린아이의 단순하고도 즐거운 상상만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이랍니다. 장난감 오리, 발레리나, 왜곡된 근육질의 영웅, 미니자동차.. 사실 이곳을 채우는 건 뭐든 상관없어요. 그저 신나고 즐거우면 그뿐인 공간이니까요. 그리고... 이 장면과 동시에 현실의 권지용은 친구들과 함께 잔뜩 신이나서 파티를 즐기고, 괴짜 음악가는 열정적으로 음악에 심취합니다. 이 모든 것은 그에게 동일한 행위를 나타내는 것이니까요.

이제 중간 브릿지가 시작되는 부분이에요. 이부분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내 카드는 BLACK 무한대로 싹 긁어버려
이 노랜 CRACK 무한궤도 확 돌려버려
저는 이 부분이 살짝 어두워보였던게, 친구들 앞에 무한대의 카드를 긁으며 자랑하는 권지용군이 등장하는데, 카드에 눈이 쏠려있는 주변의 사람들이 과연 그의 진짜 친구들인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랬답니다.

실제로 원색의 크레용 컬러로 가득찬 무의식 속 세계가, 이 대목부터 흑백처리가 되어 있거든요. 그가 지금 부르짖고 있는 미친 지용은, 꼭 행복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문득 해 봤어요.
아, 이건 그냥 제 아주 개인적인 생각입니다.그냥 무한대로 돌아가는 노래로 무채색의 세상을 크레용의 원색으로 칠해버리겠다~ 로도 해석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자, 암큰 크레용의 효능 첫번째는 감떨어진 사람에게 감나무가 될 수 있는 거래요. 맞아요. '예능감'할때의 그 '감'이에요. 권지용군의 이 노래를 부르면 감성이 메마른 사람도 팍팍 필이 충만해 질 수 있다고 하는군요. 이 부분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감 떨어진 분들께 난 한 그루 감나무
콧대 높은 분들께 기죽지 않는 깡다구

그 다음부터는 모두가 함께 하는 크레용의 세계에요. 이제 뇌파로 상징되는 전자음은 따라갈 수 없을만큼 빠른 속도로 삑삑대고, 뮤비속에 등장했던 모든 권지용이 미친듯 즐거워합니다. come on을 외치는 권지용의 권유에 따라 점점 더 파티의 참가자는 늘어나고, 파티는 더욱 더 신이 나지요. 그저 다같이 모여서 get your crayon을 외치는 겁니다.

이 부분은 가사도 없어요. 그저 아~~아~~ 즐거움의 탄성만 있을 뿐입니다. 파티는 그렇게 최고조로 치닫습니다.
음.... 근데요.. 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디는 진짜로 이 파티가 즐거운걸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왠지 삐딱하게에서 나온 파티장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마도 권박사가 읽은 그에 관한 파일에는 엄청난 악플들이 가득할 거에요. 세간의 오해와 편견, 적의들. 그 가운데서 난 멋지고 근사한 놈이야~!! 를 외치면서 즐거운듯 미친듯 놀고 있기는 한데.... 너, 그거 진심이야?? 라고 문득 묻고 싶어져요. 너의 파티에 참가한 사람들 중 진짜 친구가..... 있긴 한거니?

자, 이제 파티도 노래도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은 권박사님으로 돌아오셨어요. 크레용의 미친파티를 경험해보신 권박사님의 평가는 '이거 꽤 괜찮은데?'입니다. 그러니 지금 권지용군을 날카로운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그 누군가가 있다면, 함께 해 보면 어떨까요? 라고 권유하고 있는 거랍니다. 그냥 다 비우고 함께 해보면 생각보다 꽤 멋지다니깐요~ 하고 말이죠.
자, 그럼 문제의 뮤직비디오를 한 번 감상해 볼까요? 역시나 서현승 감독님의 작품이랍니다.
참고로 이 뮤비는 美 버즈피드(미 음악전문 웹진) 2012년 최고의 뮤비 17위에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아참 그전에!!!! 다음 곡은 one of kind로 정해봤답니다~!!! 미리미리 들어두면 더욱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