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구의 대표적인 산으로 팔공산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대구 시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산이 있으니, 바로 앞산(660.3m)이다. 앞산이라는 명칭은 예전에 ‘경상감영공원 앞에 있는 산’이란 뜻으로 불 렸다는 설과 ‘경상감영공원의 안산(案山)’이란 말이 앞산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1832년 편찬된 대구읍지에는 성불산(成佛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앞산공원은 도심에서 4.5km 이내에 위치해 접근이 쉽고 각종 체육시설, 케이블카, 낙동강 승전기념관, 충혼탑, 청소년수련원, 궁도장, 승마장, 남부도서관, 수영장 등의 스포츠 위락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도시자연공원으 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또 옛 이름인 성불산에 걸맞게 은적사, 안일사, 임휴사, 법장사 등 18개 사찰과 대덕산성, 삼층석탑, 왕굴, 석정 등의 유적지가 볼거리를 더한다.
앞산 등산로는 앞산 정상, 산성산, 대덕산, 청룡산 등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내린 산줄기와 골짜기로 연결되 는 산길로 이루어져 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에서부터 한 사람씩 지나가기에 딱 맞는 좁은 오솔길 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길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산행 목적이나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코스를 구성할 할 수 있다.
산행은 달비골, 큰골, 고산골 등 여덟 개 골짜기의 끝자락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번 산행은 고산골을 따라 산성산~앞산~대덕산을 거쳐 달비골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심신수련장 입구에 서 버스를 내려 10여 분 오르면 고산골 입구 등산로를 만나게 된다. 고산골은 앞산 동부에 자리 잡은 가늘고 긴 골짜기로 산세가 아늑하고, 심신수련장과 약수터가 있어서 대구 시민들이 일상 공간처럼 드나드는 곳이다.
고산골 지명은 옛날 이곳에 있었던 고산사(高山寺)에서 유래한다.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다. 창건설화에 따르면, 신라 말에 한 왕이 있었는데 뒤를 이을 왕자가 없어 고민하던 중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서쪽으로 수백 리 되는 곳에 절을 짓고 정성을 다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왕이 신하를 시켜 그곳을 찾은 뒤 고산사라는 절을 짓고 왕비를 보내 백일기도를 올리자 과연 아들이 태어났다. 왕비가 이듬해에 아들을 또 낳으니 왕은 이 절에 삼층석탑을 세우게 했다고 한다.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모두 불에 탔고, 현재의 법장사는 1961년에 지은 것이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웅 전, 산신각, 요사채가 있고, 유물로는 창건설화와 관련된 삼층석탑이 전한다. 삼층석탑은 절을 지을 때 인근에 흩어져 있던 탑재를 모아 복원한 것으로, 1975년 2월5일 대구시 문화재자료 제5호로 지정됐다.
▲고산골 입구에서 산성산을 오르는 코스는 크게 입구서부터 계곡을 따라 법장사와 심신수련장을 지나 산성산 서쪽 능선을 따라 오르는 코스와, 입구에서 능선만 따라 산성산 정상을 오르는 두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입구의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을 선택해 산행을 시작한다.
콘크리트 포장길은 경사는 완만한 편이지만 산행의 운치는 조금 떨어진다. 왼쪽으로 보이는 심신수련장은 15,000평 면적에 외줄타기, 통나무 걷기 등의 모험시설과 씨름장 등의 운동시설로 이루어져 아이들과 함께 찾아도 좋다.
도로를 따라 20분쯤 올라가면 고산골 제4약수터에 도착한다. 약수터에는 휴식처와 운동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앞산 11지점 표지판쪽으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곧게 열을 지어선 잣나무숲을 지난다. 능선에 올라서면 산성산 네거리(앞산 1.7km, 청룡산 4.2km, 고산골 2.9km).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산성산(山城山·653m) 정상에 올라보지만 다른 여느 산에서 볼 수 있는 정상표석을 찾을 수 없다. 한 산악회에서 비닐을 씌워 붙여놓은 표지만이 산성산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산성산 정상에서 내려와 앞산 정상으로 발길을 돌린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통신대 정상이라 불리는 대구항공무선표지소까지 포장된 도로는 산악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이 찾는 코스다. 10분쯤 걸어 포장도로와 정상 갈림길(산성산 0.9km, 앞산 정상 1.3km)이 나타난다. 정상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샘터와 대덕쉼터를 지나 앞산공원 관리사무소 방향 으로 내려설 수 있다.
유난히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라 옷깃을 여미고 정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앞산 정상에는 송신탑이 설치되어 있어 헬기장을 정상으로 여기고 산행하는 경우가 많다. 헬기장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헬기장에서는 대구시내를 두루 조망할 수 있고, 야경 또한 멋지다. 정상 남쪽으로는 원기사를 거쳐 달비골로 내려가는 코스(1.2km)가 있고, 북쪽으로는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앞산 정상 송신탑 주위에는 철조망과 접근금지 표지판으로 정상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대덕산으로 향하는 길은 산성산 길에 비해 굴곡이 있어 재미있는 편이다. 대덕산(大德山·546m) 정상에도 역시 정상표시는 되어 있지 않다. 등산객에 따라 정상을 다르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 조금 난감했다. 정상에서부터 안지랑골, 무당골, 매자골로 하산하는 표지판은 잘 세워져 있는 편이다. 크지 않더라도 정상 표지판을 세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산길 옆으로 큰 나무가 많지 않아 상인동 일대를 내려다보며 산행할 수 있어 좋다. 조금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 왼쪽으로 하산하면 임휴사 옆길로 빠져나와 달비골 등산안내소 앞으로 도착한다. 등산안내소에서 10분 정도 걸어 내려와 상인 장미아파트 건너편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
#교통 자가용 이용시 앞산 순환도로를 이용하면 되고, 큰골, 고산골, 안지랑골은 유료주차장이 있으나 나머지 골은 주차장소가 없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시내버스 이용은 물론 지하철과 연계도 쉬운 편이다. 열차 이용시 대구역 또는 동대구역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할 수 있다.
앞산공원 주차장행 시내버스는 300, 410, 410-1, 750, 달서4, 달서4-1번이 약 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심신수련장을 출발기점으로 삼을 경우 지하철 현충로역에서 410-1번, 달비골에서 출발할 경우 지하철 대곡역에서 달서3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맛집 앞산 순환도로 주변으로 앞산 먹거리마을이 조성돼 있을 정도로 각종 식당이 많이 들어서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대덕식당(053-656-8111)의 선지국밥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또, 옛날짜장용진(053-656-0087), 현풍할매곰탕 앞산점(053-624-9500) 등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