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가 진정 중시하는 것은 땅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그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취하는 행위와 역사의식일 것이다. 예컨대 삼풍백화점 붕괴는 땅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의 잘못 탓이다.”
대표적인 풍수연구가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가 이른바 ‘9대 불가론’을 펼치며 행정수도 이전을 극력 반대했다. 최씨는 이달 중순 출간되는 계간 ‘황해문화’ 가을호에 기고한 ‘풍수로 본 청와대의 비극과 천도 불가론’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은 말장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부만 옮기면 견제기능이 없으니 입법·사법기관도 같이 옮겨야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천도(遷都)에 해당된다”면서 “명칭이 분명해야 명분도 사는 법이며 이는 시작부터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구려와 백제가 남천을 거듭했다가 망국의 한을 남겼음을 곱씹어봐야 한다”면서 “수도입지에서 중요한 바다와의 인접성을 도외시하고 내륙으로 가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왕위에 오를 때부터 약점을 지녔던 광해군은 왕권강화를 위해 천도라는 정치적 도박을 했지만 결국 요즘 식으로 말하면 탄핵을 받았다는 것이다.
최씨는 “본사를 대통령과 가까이 둘 수밖에 없는 대기업들은 서울과 신수도에서 두집 살림을 꾸려나갈 것이 뻔하며 그에 따른 물류비용과 교통문제를 어떻게 감당할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풍수측면에서도 행정수도 후보지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후보지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고 전제한 그는 “땅을 어머니로 본다면 어머니에게도 어머니의 품성에 따라 다른 자식을 기를 수 있으며 그곳(후보지)은 도시가 될 수 없는 땅이었기에 지금까지 그런 용도로 사람들이 의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대 청와대 주인들의 불행과 북악산을 연결시킨다. 1927년 청와대를 처음 지은 사이토 마코토 총독이 36년 젊은 장교들에 의해 피살되고, 그 이후 주인들이 줄줄이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
“청와대는 서울의 명당이 된다. 명당 터는 절대 훼손시켜서는 안된다. 하지만 일제는 의도적으로 총독관저를 세워 모욕을 가했다. 그런데 청와대 뜰에서 서울의 주산이자 가장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위상을 지닌 북악산을 바라보면 고고하고, 권위있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광화문 네거리에만 나와 멀리서 보면 그저 혼자 잘난 듯 왜소하기 이를 때 없다. 청와대의 주인은 결코 그런 산을 닮아서는 안된다. 나혼자 우뚝하다는 자신감과 고집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결국 그는 “왜 이런 국가적 사업이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일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독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청와대를 일해재단 터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