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全屍)
시체를 온전히 보전한다는 말이다.
全 : 완전할 전(入/4)
屍 : 주검 시(尸/6)
한자 尸(시)는 본디 의자에 앉은 모습으로 '걸터앉다'는 뜻이다. 일례로 尿(오줌 뇨)는 걸터앉은 상태에서(尸) 물(水)이 나오는 것이며 屄(비)는 앉은 모습(尸)과 구멍 혈(穴)의 복합어로 여자(女子)의 성기(性器)를 뜻한다. 尸(시)는 또 주검도 뜻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고인을 의자에 앉혀놓고 장례(葬禮)를 지냈다. 그러나 문제가 많아지자 후에는 고인의 친구로 대신했던 데서 유래한다. 여기서 다시 발전된 것이 신주(神主)다. 屍(시)는 尸에 死(사)를 덧붙여 실제로 죽은 고인을 뜻하였다.
유가(儒家)는 육신을 매우 중시하였다. 유가 경전의 하나인 효경(孝經)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우리 몸과 머리카락, 피부 등 모든 것은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것인 만큼 함부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孝)의 첫 걸음이다(身體髮膚, 受諸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이때부터 중국이나 우리 조상들은 몸뚱이를 끔찍이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으며, 중국의 천자(天子)나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은 심지어 손톱조차 자르지 않고 지갑투(指甲套)라는 골무 비슷한 것을 착용하였다.
이 때문에 17세기 중반, 청(淸)나라가 중국을 삼키면서 만주족(滿洲族)의 풍속에 따라 체발령(剃髮令)을 내리자 "목은 자를 수 있어도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頭可斷 髮不斷)"면서 격렬하게 저항했던 것이나, 250년 뒤 우리가 개화기의 단발령에 똑같은 구호로 저항했던 것도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이런 관념은 지금까지도 잔존하여 헌혈을 하지 않으려고 하며 장기 기증을 주저하는가 하면 장애인을 편견으로 대하곤 한다.
몸뚱이 중시 관념은 죽어서도 변치 않았다. 여기서 나온 것이 전시(全屍)다. 시체를 온전히 보전한다는 뜻으로 시신을 파손하는 행위를 죄악시 하였다. 그래서 화장을 기피하는가 하면 이장(移葬)도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았다. 또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족들은 부검을 꺼린다.
전시(全屍)의 또 다른 예가 있다. 옛날 중국에서 환관의 절단된 성기는 방부 처리를 한 다음 가족에게 넘기면 가족은 그것을 김지옥엽(金枝玉葉)처럼 보관했다. 환관이 죽으면 원위치 시켜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은 시체도 상품으로 거래되는 시대다. 매시(賣屍)라고나 할까.
삭발
얇은 사(沙)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조지훈의 명시 '승무(僧舞)'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와 같다. '승무'의 처연한 미학과 깊은 여운은 삭발(削髮)한 여승의 서늘한 자태에서 비롯된다.
삭발은 불교의 상징이다. 과거에는 가톨릭 성직자와 남성 수도자도 한때 삭발을 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불교에서는 삭발이 지금도 출가 수행자의 공식적인 머리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의 파르라니 깎은 삭발은 극히 드물다. 상고머리까지는 단정하게 여기지만, 완전한 삭발은 대체로 기피하는 경향이다. 너무나 강렬하고 자극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짧은 두발 규정을 따라야 했던 지난날의 중고등학생들이나 군대의 병사들조차 박박 밀어 버린 극단적인 삭발은 차라리 반항과 저항을 시사하는 행위였다.
효경(孝經)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몸과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두발을 존엄의 표상으로 삼은 이 유교적 교시는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많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상투를 틀고 망건을 쓰게 했다. 구한말 개화파의 단발령(斷髮令)에 선비들이 '목을 자를지언정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며 결사 항거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그런 구시대적인 사상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 정신문화의 흔적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삭발에 대한 관념이 그것이다.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어 버리는 삭발 행위는 여전히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래서 삭발은 항의나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절박한 심정으로 결행하는 온 마음과 몸의 절규인 것이다.
더구나 여성들의 공개적인 삭발은 사회적 감성적 파장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거나 탄핵을 반대하는 남녀 정치인과 시민들의 삭발이 잇따르고 있다. 하물며 2030 청년들까지 합세한 삭발 투쟁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무엇이 국민들을 이렇게 분열과 극단으로 내몰고 있는가. 정녕 머리를 깎고 역사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해야 할 장본인은 누구인가.
화장(火葬)
새로운 장묘문화(葬墓文化)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전통적인 방식, 그러니까 시신(屍身)을 매장(埋葬)하고 봉분(封墳)을 쓰는 방식으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첫째,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어렵게 한다. 매년 서울 여의도 크기만한 땅이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땅덩어리인데 죽은 사람 때문에 산 사람이 설 땅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분초를 다투며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 화장(火葬)을 하여 납골당에 모셔두면 여러 가지로 편리한 점이 많다. 요즘은 산림이 무척 우거져 산소를 찾기도 여간 성가시지 않다. 매년 해야 하는 성묘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화징(火葬)의 장점(長點)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실천(實踐)은 별개의 문제다. 술 담배 딱 끊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 쯤이야 다 알지만 쉬이 못 끊는다.
공자(孔子)로 대표되는 유가의 여러 사상 중에 ‘몸뚱아리’ 중시관념이 있다. 한마디로 제 몸 하나는 무척 중시한다. 이 같은 관념을 총집대성한 것이 효경(孝經)의 다음 구절이다. "신체발부(身體髮膚), 수제부모(受諸父母), 불감훼상(不敢毁傷), 효지시야(孝之始也)." 한마디로 '우리 몸뚱아리 어느 하나 부모로부터 받지 않은 것이 없으니 털끝 하나라도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이 孝의 첫걸음'이라는 내용이다.
지금부터 100여년 전 갑오경장(甲午更張) 때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 조정(朝廷)은 고이 틀어올렸던 상투를 싹둑 자르고 대신 서양식 헤어스타일로 바꿀 것을 결정했다. 단발령(斷髮令)이다. 솔선수범을 보이기 위해 고종(高宗)이 친히 상투를 잘라버렸다. 전국이 벌집 쑤신 듯 들끓기 시작했다. "목을 잘라도 머리카락은 못자른다(頭可斷 髮不斷 두가단 발부단)."
이때 죽음을 선택한 선비들이 많았다. 경북 안동의 한 선비는 개화물을 먹은 아들이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자 충격을 받아 자살하고 말았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이렇게 손톱도 함부로 자르지 않는 것을 효(孝)의 첫걸음으로 알았던 시대였으니 성기(性器)를 잘린 내시들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중국의 경우, 잘린 옥근(玉根)은 항아리에 오동나무 기름을 채워 평생 신주 모시듯 보관하다 죽으면 원 위치에 고이 붙여준다. 이른바 전시관념(全屍觀念; 시체를 온전하게 해 줌)이다.
이 정도였으니 시체를 불에 태우는 화장(火葬)은 천지개벽(天地開闢)을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렷다. 참고로 화장(火葬)은 불교(佛敎) 의식(儀式)임을 밝힌다.
▶️ 全(온전할 전)은 ❶회의문자로 㒰(전)은 본자(本字)이다. 많이 모은(入) 구슬(王, 玉) 중에서 가장 빼어나고 예쁜 구슬로 온전하다, 완전하다를 뜻한다. 여기서 모은(入)은 完(완)의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같아서 모든 것을 덮는 일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全자는 ‘온전하다’나 ‘갖추어지다’, ‘흠이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全자는 入(들 입)자와 玉(옥 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入자는 무언가를 끼워 맞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들이다’라는 뜻이 있다. 全자는 이렇게 ‘들이다’라는 뜻을 가진 入자에 玉자를 결합한 것으로 옥을 매입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값비싼 옥을 사들일 때는 제품의 상태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全자에서 말하는 ‘온전하다’라는 것은 ‘흠이 없다’라는 뜻이다. 全자는 옥에 흠집이 전혀 없다는 의미에서 ‘완전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全(전)은 (1)한자(漢字)로 된 명사(名詞) 앞에 붙어 온 모든 전체(全體)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온전(穩全)하다 ②순전(純全)하다 ③무사(無事)하다 ④상처(傷處)가 없다, 흠이 없다 ⑤갖추다, 갖추어지다 ⑥온전(穩全)하게 하다 ⑦병이 낫다 ⑧완전히, 모두, 다 ⑨흠이 없는 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온몸 또는 전신을 전체(全體), 통틀어 모두를 전반(全般), 한 나라의 전체를 전국(全國), 어떤 범위의 전체를 전면(全面), 전체의 모양이나 형편을 전모(全貌), 사물의 모두를 전부(全部), 전체의 인원을 전원(全員), 액수의 전부를 전액(全額), 어떤 일의 전부를 맡는 것을 전담(全擔), 위임된 어떤 일을 처리하는 일체의 권한을 전권(全權), 편안하여 탈이나 위험성이 없음을 안전(安全), 본바탕대로 고스란히 있음을 온전(穩全), 부족이나 흠이 없음을 완전(完全), 건강하고 온전함 또는 튼튼하고 착실함을 건전(健全), 보호하여 유지함을 보전(保全), 완전하여 조금도 빠진 것이 없는 것 또는 아주 안전한 것을 만전(萬全), 온 마음과 온 힘을 다 기울임을 전심전력(全心全力), 어떤 일이나 다 알아 행하는 신불의 절대 지능을 전지전능(全知全能), 어떤 일에 모든 힘을 다 기울임을 전력투구(全力投球), 몸과 정신의 모든 것을 전신전령(全身全靈), 아주 돌보아 주지 아니함을 전불고견(全不顧見), 한 떼의 군사가 죄다 결단난다는 전군함몰(全軍陷沒) 등에 쓰인다.
▶️ 屍(시)는 회의문자로 尸(시)는 동자(同字)이다. 尸(주검 시)와 死(죽을 사)의 합자(合字)이다. 屍(시)는 주검, 시체를 뜻한다. 용례로는 죽은 사람의 몸을 이르는 말을 시신(屍身), 사람이나 생물의 죽은 몸뚱이를 시체(屍體), 사람의 죽은 몸뚱이를 시구(屍軀), 시체를 간음함을 시간(屍姦), 시체가 있는 방을 시실(屍室), 살해를 당한 사람의 친척을 시친(屍親), 사람이 죽은 뒤 6~12시간이 지나서 피부 조직에 생기는 자줏빛 얼룩점을 시반(屍斑), 입관하기 전에 시체를 얹어 놓는 평상을 시상(屍床), 땔 나무와 마실 물을 시수(屍水), 시체가 박테리아의 작용으로 분해될 때 생기는 유독물을 시독(屍毒), 시체를 검안한 증명서를 시장(屍帳), 시체에서 나는 썩는 냄새를 시취(屍臭), 자기 자신을 죽여서까지 임금에게 간언함을 시간(屍諫), 시체를 넣는 관을 시구(屍柩), 얼어 죽은 송장을 동시(凍屍), 추워서 얼어 죽은 송장을 강시(僵屍), 변사자의 죽은 원인을 알기 위해 시체를 검사함을 검시(檢屍), 지난날 죽은 사람의 목을 베던 일 또는 그 형벌을 육시(戮屍), 집터를 가릴 때 흉살이 든다고 하여 꺼리는 자리의 하나를 강시(扛屍), 시체를 내다 버림 또는 그 내다 버린 시체를 기시(棄屍), 태 안에서 죽은 태아의 시체를 태시(胎屍), 피가 아직 식지 않은 갓 죽은 시체를 혈시(血屍), 예수의 시체를 일컫는 말을 성시(聖屍), 송장의 머리와 팔다리를 바로잡음을 수시(收屍), 유기된 시체를 유시(遺屍), 시체를 해부함을 해시(解屍), 송장을 무서워함을 외시(畏屍), 겹겹이 쌓인 시체를 적시(積屍), 말의 가죽으로 자기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전사한 장수의 시체는 말가죽으로 쌌으므로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을 말함을 일컫는 말을 마혁과시(馬革裹屍), 가죽에 싼 시체라는 뜻으로 전쟁에서 싸우다 죽은 시체를 이르는 말을 과혁지시(裹革之屍), 죽은 뒤에 큰 죄가 드러난 사람에게 극형을 추시하던 일을 일컫는 말을 부관참시(剖棺斬屍), 집안이 몹시 가난하여 죽은 사람은 장사지내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적시재상(積屍在床), 묘를 파헤쳐 시체에 매질을 한다는 뜻으로 통쾌한 복수나 지나친 행동을 일컫는 말을 굴묘편시(掘墓鞭屍), 전쟁터에서 먹고 마실 식량과 물이 떨어져서 죽은 사람의 시체를 먹고 자기의 오줌을 받아 마심을 이르는 말을 식시음뇨(食屍飮尿)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