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별을 보고 달을 보고
시121:1-2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는 아름다운 계절 가을입니다. 용혜원 시인은 “가을을 느끼려면 가슴에 젖어드는 가을바람 속을 걸어 들어가라”고 합니다. 그렇듯 가을은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 숲처럼 눈에 띄는 모습만이 아니라, 쉽게 알 수 없도록 조용히 변하는 세상의 모든 변화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 보며, 때로는 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는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헤르만 헤세는 구름을 바라보며 꿈꾸는 소년들을 그의 작품에서 그려냈고, 작가 한수산은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꿈을 꾸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해야 파란 가을 하늘을 담을 수 있고, 흘러가는 구름도 머무르게 할 수 있으며, 지혜의 풀꽃도 자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말대로 가을에 익는 것은 열매뿐만이 아닙니다. 가을햇살은 우리의 마음까지 성숙시켜 줍니다. 그래서 뜨락에 내리는 가을햇살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가을은 감성이 살아 있는 계절입니다. 가을에 고독한 것은 삶을 마음 깊이 느끼며 더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고, 가을에 낭만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생을 아름답게 채색해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가을에는 풍성하게 맺어가는 열매나 아름다운 단풍만이 아니라 가끔은 해와 바람과 별을 마음껏 바라보며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천지창조의 오묘함을 알려고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바람결이 살랑거리는 코스모스 꽃길을 걸으며, 다정하게 손짓하는 갈대가 무성한 언덕 너머에서 바람결처럼 부드럽게 만나 서로 사랑을 속삭이듯 붉게 물들어 가는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우리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붉게 물들어가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이번 가을에는 시인이 되고, 수필가가 되고, 가수가 되어 저며오는 가슴을 요동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고도 우리의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의 마음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지 모릅니다. 추석 한가위 보름달은 지나갔지만 이제라도 하늘의 별과 달을 보며 가을을 누려보면 어떨까요?
가을 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보는 것은 그리움을 익히는 것입니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아름다운 추억과 낭만을 그리는 것입니다. 윤동주 시인이 ‘하늘과 바람과 별’을 바라보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고 별을 노래하며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듯이 하늘과 땅의 아름다운 색채와 빛에 물들어 가는 것입니다.
때로 지치고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어 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고 가슴을 채우는 것입니다. 영혼의 오솔길을 걸으며 나무처럼 팔을 벌려 기도로 뉘우치고, 초월에의 의지와 염원을 북돋우는 고독과 외로움을 곱씹으며 절대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가끔 달과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오묘한 세상을 충분히 측량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