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退 바람'
6년 만에 명예퇴직을 실시한 KT에 6000명 가까운 명퇴(名退) 신청자들이 몰리고, 신한은행·삼성화재 등 금융회사들도 속속 명퇴 신청을 받는 등 '명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작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정부의 잡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맞춰 감원(減員)을 자제해왔던 금융회사와 민간 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명퇴제도를 통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아직까지 명퇴는 통신이나 금융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를 겪고 있는 일부 내수(內需) 업종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경우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25일 "15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9일부터 24일까지 특별 명예퇴직 신청을 마감한 결과 6000명 가까운 직원들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만일 KT가 신청자 모두에 대해 명퇴를 받아줄 경우, 단일 기업 역대 최대 규모였던 KT의 2003년 명퇴 수준(5500명 퇴사)을 웃돌게 된다. KT는 이번 명퇴자들에게 약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특별명퇴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명퇴는 이달 초 KT노조가 사측에 먼저 제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지난 6월 KT·KTF 간 합병 이후 중복 인력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국내 통신시장의 포화에 따른 과열경쟁으로 KT 영업이익은 2006년 1조7371억원에서 지난해 1조1134억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KT노조는 앞으로 대규모 인력 조정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전에 직원들에게 보다 나은 퇴직 기회를 마련해주자는 차원에서 회사측에 특별 명퇴 제도 시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2007년 이후 2년 만에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퇴직 신청자에게는 24개월치 급여를 기본으로 지급하고, 연령에 따라 최대 6개월분 급여를 특별위로금으로 줄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006년 말과 2007년 말에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작년에는 잡셰어링 정책 때문에 명퇴를 받지 못했다"면서 "내년 은행업종 전망이 별로 밝지 않아 미리 군살을 빼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도 명퇴를 통해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
모그룹인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을 위해 매각대상으로 시장에 나온 금호생명은 지난 10월 10년차 이상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전 직원 893명 중 135명을 퇴사시켰다.
금융위기 이후 신규 선박주문이 뚝 끊겨 고전하고 있는 조선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이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올해 명퇴는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직원이 대상이던 과거와 달리 명퇴 신청 연령이 30~40대로 대폭 낮춰졌다. 삼성화재는 지난 7일부터 이달 말까지 근속연수 14년 이상인 대졸 일반직군과 12년 이상인 사무 전문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군대를 안 갔다 온 대졸 여직원의 경우 30대 중반부터 명퇴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22일 만 40세 이상 평직원(근속연수 10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농협의 명퇴에는 390명이 신청했다. 농협 관계자는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새로운 인생계획을 갖고 있는 40대들이 상당수 명퇴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으로 신규 충원이 제대로 안 돼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령화돼 있다"면서 "해고가 자유롭지 않은 국내 현실 때문에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고령 인력 해소를 위해 명퇴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첫댓글 에고...... 휴... 명퇴 권고받고 안나가면 눈치 주겠죠? 진짜 이래서 공무원이 최고라는건지..
공무원도 줄인답니다~
이것, 참 씁쓸하구먼....
공무원도 7000명인가 줄인다는데 기업은 더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