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화를 관람할 때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다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영화 관람을 좋아하기에 여타의 여가활동을 제치고 영화를 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체로 이런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는 이야기가 흥미를 일으킬 것이기에 봅니다. 둘째는 출연배우가 좋아서 택합니다. 셋째는 볼거리를 구경하려고 봅니다. 넷째는 첫째의 이유와 관련이 되겠지만 다른 세계나 인생을 간접경험하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단순히 시간 때우기입니다. 별다르게 할 일은 없고 시간을 무료하게 보낼 수도 없고 해서 그다지 비싸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들이 꼭 하나씩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복합적으로 적용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관람객에게는 유익이겠지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입니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 관객에게 매우 친숙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외국 배우들 가운데서도 유독 한국 방문을 꽤 자주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관객들과의 대면은 화제를 일으킵니다. 매우 적극적이고 다정하고 친절하며 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정성스럽게 해줍니다. 어쩌면 우리의 그런 태도와 맞닿아 있는 일이기도 하다고 여겨집니다. 처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명인이든 아니든 외국 손님을 친절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서 대해주는 태도에 반했는지도 모릅니다. 외국에서 흔히 일어난다는 좀 무례한 접근이라든지 강압적 요구라든지 하는 태도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파파라치도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보다는 매우 편안하게 다닐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를 ‘톰 아저씨’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친근하게 대한다는 뜻이지요. 본인도 좋아하고 그래서 자주 방문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큰 이유는 그의 주연영화가 신나고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고난도 위험한 장면도 웬만하면 대리 배역을 쓰지 않고 본인이 직접 감행합니다.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위험한 장면도 자신이 직접 촬영에 임한답니다. 오토바이, 헬리콥터 그리고 제트기까지 직접 운전하며 촬영합니다. 정말 대단하지요. 그만큼 실력과 재능도 갖추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볼거리도 있고 재미도 있고 이야기도 있습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두 시간을 몰입하고 나서는 기분 좋게 나올 수 있습니다.
3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진급은 대령까지만 되었습니다. 동료들은 이미 장군이 되고 제독이 되었는데 말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한다면 쪽 팔려서 군대에 남아있겠습니까?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장군이 파일럿으로 직접 전투기를 타고 훈련이나 전장에 투입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매버릭이 군에 남아있는 목적은 파일럿으로 직접 하늘을 누비고 다니려는 것입니다. 푸른 창공을 맘껏 날아다닌다는 것이 그의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도 날로 진보하고 실력도 계속 발전합니다. 그것이 조합하여 더 빠르게 기록을 경신하면서 성장해왔습니다. 더구나 공중전의 탁월한 실력자입니다. 아무튼 물러설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군에서는 더 이상 사람을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기계가 훨씬 편하고 저렴합니다. 어쩌면 더 빠르고 정확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진급도 하지 않은 ‘노짱’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대시키려 합니다. 다행히 왕년의 동료가 제독으로 있기에 그 힘을 의지하여 퇴출은 면했는데 비행훈련단의 교관으로 옮깁니다. 남아있는 목적이 하늘을 나는 것인데 후배 양성이라니 있을 수 없습니다. 마침 중요한 작전이 하달됩니다. 그런데 직접 나가지 말고 가르쳐서 보내라는 지시입니다. 일단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작전입니다. 매버릭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기계보다 나은 실력을 입증합니다. 그리고 직접 그 작전의 팀장으로 합류합니다.
훈련학교에 내노라하는 파이롯들이 선발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 그렇게 파이롯의 길을 막으려고 애썼던 옛 동료의 아들 ‘루스터’가 동참합니다. 매버릭이 루스터를 말려야 했던 사연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루스터는 매버릭을 자기 앞길을 막으려는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훈련을 해야 하고 전투에 함께 나아가야 하는데 감정의 골은 매우 위험한 요소입니다. 작잔 준비 기간이 단축됩니다.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여건들 속에서 훈련을 마쳐야 하고 실전에 임해야 합니다. 이 감정적인 요인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도 숙제입니다. 고민이 깊어지는데 훈련학교로 오면서 근처 바에서 오랜 만에 만난 연인의 조언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줍니다.
사람은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사람과 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어떤 일인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 각자 인생의 재료입니다. 그리고 일을 만들고 성취하는데 사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볼거리 영화라고 해도 숨어있는 이야기가 없으면 그냥 단순한 오락일 뿐입니다. 매버릭이 만나고 상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실감나는 공중전, 거기에 걸맞는 음악이 아주 잘 조합되어 있습니다. 영화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