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되지 않는 전화번호가 뜨면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응답을 하자 중년쯤 됨직한 남자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드를 배달하려고 하는데 우선 신상을 확인하겠다는 전화였다. 무슨 카드냐고 물었더니 ‘롯*카드’라고 하였다. 내가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답하자 그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이 이상하다고 하며 ‘그럼 신상이라도 확인하겠다’고 하였다. 내가 직접 롯*카드에 전화하여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다고 하자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는 끊어졌다. 이 일을 물어보기 위하여 해당 카드 고객상담에 전화를 걸었더니 먼저 녹음이 나왔다. 요새 롯*카드를 빙자한 피싱문자나 전화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녹음안내였다. 응답하는 직원에게 “전화번호 알려 드릴까요?“라고 물었더니 그 번호는 한 번 쓰고 다른 번호로 바꾸기 때문에 소용없다며 조심하라는 대답이었다. 이 일을 내가 속한 단톡방에 올렸다. 롯*뿐만 아니고 다른 카드를 빙자한 피싱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전화기의 번호차단 단추를 꾹 눌렀다.
요새 여론조사를 한다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이 여론 조사는 휴대전화보다는 집에 있는 유선전화에 더 많이 걸려온다.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하는 녹음전화다. 휴대전화에는 차단기능이 있어 이런 전화는 차단하지만 집에 있는 유선전화는 전화기 자체에 그런 기능이 없기 때문에 부가요금을 내고 통신사에 차단신청을 해야 하는 제도와 유선전화는 휴대전화와는 달리 집에서 노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을 악용하는 것 같았다. 지방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요새는 선거를 빙자한 이런 전화가 더 심해졌다. 아마 피싱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전화기 액정에 모르는 번호가 새겨지거나 수화기를 들고도 ‘안’이라는 목소리만 나오면 바로 끊어버린다. 그런데 선거용 조사보다도 더 심한 게 있다. 휴일이나 밤중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다. 031-8038-791*. 국*건강보험의 여론조사를 빙자한 전화번호다. 이 번호를 구*에 입력하였더니 많은 분들이 피싱 전화번호라고 적어 놓으셨다. 물론 해당 기관에서는 지금 여론조사 같은 것을 하지도 않거니와 모르는 번호라 하였다.
휴대전화에 내가 사는 지역의 구청장 예비후보라는 사람들의 문자가 들어온다. 생음성으로 “안녕하십니까? 00구청장 예비후보 000입니다””라고 하기에 정식 후보도 아니고 예비후보와 내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전화를 하냐고 응대를 하였더니 그 분에게서 음성전화는 더 이상 걸려오지 않지만 문자를 보내오는 것이다. 다른 분들도 문자를 보낸다. 그 문자 중에는 유선전화 000번호로 여론조사가 가면 응답을 해 달라는 요구사항도 있다. 내가 유권자이기는 해도 정식 후보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예비후보분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할까? 모두 차단 단추를 눌렀다. 선거법에 어찌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비후보라는 분들이 어디서 내 번호를 알고 전화를 하고 문자를 넣는 것일까? 랜덤은 아닐 것 같다. 어디 홈페이지나 기관에 뭘 알아보려면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고 전화번호 등 기본 신상을 입력해야 한다. 그 중에는 필수사항으로 등록한 신상정보를 제 3자에게 제공하는데 동의해야 회원으로의 가입을 받아준다. 이런 제도가 낳은 부작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1년여쯤 전에 동네에서 모든 동네 주민을 상대로 한 스마트폰 교육이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1달 이상 지속되었다. 구청에서 전문교육기관에 위탁하여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공공교육이었다. 특히 나이 먹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기본 사용법에서부터 필요한 어플 및 업소의 키오스크 사용법까지 가르치고 복습시키는 교육으로 어르신이라고 불리는 분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지만 수강자는 강의 시간마다 10명이 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라면 예산이 낭비되는 것 같았다. 동사무소에 우리 동네 노인인구가 얼마나 많은데 왜 수강자가 이리 적으냐고 물었더니 홍보가 어려워 그렇다고 하였다. 동사무소에는 대부분 노인들을 포함하여 주민들의 휴대전화번호가 있을 것 같은데 문자라도 보내면 안 되냐고 되물었더니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정치인들의 홍보 문자나 선거용 마구집이 문자 같은 것은 개인정보보호법과는 무관한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