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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02
S#1 엘리베이터 안 (밤)
1회와 연결해서...
엘리베이터 문 열린다. 무심히 쳐다보는 지수 눈앞에 마주보고 웃고있는
재민과 세정 나타난다. 둘 보고 놀라서 눈 커지는 지수.
거의 동시에 지수 보고 헉! 놀라며 움찔하는 재민, 끔찍한 상황에 굳어진다.
움찔하는 재민 기척에 지수 보는 세정, 느낌에 얼른 재민 손 놓는다.
지수 여보... (시선 세정 쪽으로 향하는데 엘리베이터 문 닫힌다)
S#2 엘리베이터 앞
닫히는 엘리베이터 얼른 다시 여는 세정.
세정 (반색하는) 어머, 부인이세요?
재민 (놀라 세정 돌아보고)
지수 (의혹 가득한 눈으로 세정 보면)
세정 (웃으며) 저희 엄마가 산책하다 발을 삐셨는데... 남편분이 저희 방까지
업어다 주셨어요.
지수 (아직 의혹 가시지 않는, 재민 보면)
재민 (아직 놀란 가슴 진정 안됐지만) 그게 잘, 잘 못 걸으시길래.
세정 (얼른 지수에게) 몇호에 묵으세요? 엄마가 아침에라도 감사 인사드리고
싶다는데, (웃으며 재민 보는) 선생님이 영 안 알려주시네요.
(다시 지수 보며) 6층, 몇호세요?
지수 (너무 자연스러운 세정 말에) 저희요? (재민 보면)
재민 아냐, 됐어. (얼른 엘리베이터 타고)
세정 할수 없네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버튼에서 손 떼고)
S#3 엘리베이터 안 (밤)
서있는 재민과 지수. 엘리베이터 문 닫힐때까지 보고 있는 세정.
지수 (아! 세정 기억나는, 문 닫히면) 저 여자 노천탕에서 봤던 여자죠?
재민 글쎄...
지수 (영 이상한) 근데 고맙다구 엘리베이터까지 마중 나온거야?
재민 어?... (둘러대는) 아니, 비상약 구하러 간다구. (엘리베이터 선다)
지수 (뒤늦게 허탕친 병원 생각) 근데 당신 지금 어디서 오는거야?
재민 (내리려다 놀라 돌아보는, 안 속았나?) 어디서 오다니?
S#4 지수 방 (밤)
앞서 들어오던 재민, 확 뒤돌아선다.
재민 병원에 갔었다구?
지수 그래요, 응급실에 갔더니 이교수님도 없구 당신도 없구,
재민 (버럭) 당신이 거길 왜 가! 내 말 못믿고 정말인지 아닌지 확인하러
갔단 말야?
지수 (황당한)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멍하니 혼자 있느니, 당신 데리러 가는게
낫겠다 싶어서 갔어. 교수님도 궁금하구,
재민 당신이 아무데나 당신 맘대로 나타나는 사람이야?
지수 (화나는)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재민 결혼기념일이 뭐! (말이 술술 나온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내가 당신 몰래
교수님 핑계 대고 애초에 약속 자리에 갔다 왔다 쳐.
그러게 뭐하러 일정 있는 남편을 따라와! 결혼기념일이 그렇게 중요해?
지수 (화나는) 당신이 같이 오자 그랬잖아. 그럼 왜 같이 오자 그랬어요?
그렇게 먼저 약속이 중요했으면,
재민 처제가 강요했어!
지수 (놀라는) 뭐라구요?
재민 뭐하는 짓이야? 이깟 결혼기념일 갖고 얼마나 법석을
떨었으면 처제가 숙박권까지 구해다 등을 떠밀어!
지수 이깟... 결혼기념일?
재민 (아차싶지만) 답답해서 그래. 결혼기념일, 생일, 꼭 그 날짜 아니면 하늘
두쪽 나는 것처럼 수선 떨면서, 날짜가 무슨 의미가 있어?
지수 당신한텐 의미가 없어? 우리 결혼기념일이?
재민 당신이 기대하는 결혼기념일보다, 내 약속이 더 중요할수 있어.
어린애 같이, 왜 항상 당신이 정한 기준만큼, 당신이 원하는 만큼
나나 다인이가 행복해하길 바라니, 왜!
지수 (눈물 날 듯 서운한, 충격이고) 아무리 민수가 디밀었어도 당신... (떨리는)
그렇게 싫었으면, 그렇게 부담스러웠으면 말하지! 말했어야지!
재민 오죽했으면 말 못했을까!
지수 (충격 받고 멍하니 섰고)
S#5 도연 호텔 방 (밤)
샤워하고 나오는 도연, 스킨 바르려다 이마 상처 본다. 그 위로
지수 (소리) 눈 감아요.
S#6 도로 일각+재민 차 (회상, 밤)
실내등 켜놓고 도연 왼쪽 눈썹 위 상처 소독하고 있는 지수.
아파서 찡그리고 있는 도연.
도연 (찡그린채) 예?
지수 눈감으라구요. 안 보이면 덜 아파요.
도연 (눈감고)
지수 어려서 덜렁대다 잘 다쳤어요. 넘어지고 부딪히고... 항상 아버지가
약 발라주셨는데, 눈감으라구 그래서 눈감고 있으면 덜 아팠어요.
살짝 눈 뜨는 도연. 공들여 면봉으로 약 바르는 지수 얼굴 코앞에 보인다.
도연 아플까봐 자기도 찡그리는 지수. 그 표정 귀엽게 느껴져 씩 웃는 도연.
S#7 도연 호텔 방 (밤)
거의 양쪽 눈 감은채 상처 부위에 밴드 붙이는 도연.
S#8 지수 호텔방 (밤)
혼자 웅크리고 누워있는 지수, 잠들수가 없다.
S#9 호텔 거실 (밤)
소파에 담요 덮고 누워있는 재민, 생각이 복잡하다. 휴... 한숨 내쉬고.
S#10 호텔 로비+엘리베이터 (다음날, 이른 아침)
굳은 얼굴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지수, 현관으로 가다가
운동복 차림으로 들어오는 세정과 마주친다. 지수, 세정 알아보는데
세정 (가볍게 눈인사만하고 프런트로 간다)
지수 (어제와 너무 다른 반응에 벙해서 세정 보면)
세정 ***호 키 주세요. (키 받아서 가고)
지수 (가는 세정 뒷모습 쳐다보며 황당한) 뭐야...
재민 (여행 가방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다 세정 본다. 멈칫)
세정 (순간 서는, 지수 의식해서 목례하고 엘리베이터 탄다)
재민 (이쪽 보고있는 지수 보는, 어색하게 같이 목례하고)
지수 (불쾌한 기분, 다시 몸 돌리려는데)
세정 (묘한 미소로 지수 보고있다)
지수 (기분 이상한, 다시 세정 쪽 보면)
재민 (오다가 덜컥해서 지수 보고)
세정 (여전히 지수 보며 엘리베이터 문 닫힌다)
지수 (뭐야? 확 불쾌해서 몸 돌려 현관 쪽으로 간다)
재민 (지레 찔려서 뒤한번 돌아보고 가고)
S#11 호텔 앞 주차장+재민 차
주차장 빠져나가는 재민 차. 둘다 굳은 얼굴이다.
옆 차창 보던 지수, 화단에서 쑥부쟁이 한송이 꺾어드는 도연 본다.
어?... 돌아보는 지수의 눈에 쑥부쟁이 향기 맡고 있는 도연 멀어진다.
S#12 선녀집
아래 위 트레이닝 복 입고 편하게 앉아서 압력밥솥 내솥에 밥 비비고 있는 민수.
선녀, 등돌린채 요가복 제대로 차려입고 요가하고 있다.
선녀 (몸 비틀기하며 돌아보다, 기겁하며) 어머, 윤민수! 너 왜 거기다 밥을 비벼!
민수 설거지 거리 덜구 좋지 뭐.
선녀 아니 그게 아니라, 그 밥을 다 비빈거야? (와서 들여다보는) 어머, 어머,
얘좀봐, 얘좀봐!
민수 (익숙한) 두공기도 안돼요, 나물이랑 섞여서 그래. 한공기 반이나 돼나?
엄마랑 나랑, (한입 먹으며) 아우 맛있다.
선녀 누가 엄마랑이야, 난 안 먹어. (배 만지며) 자꾸 뱃살 붙어 안되겠어.
물어나 보구 비비든가.
민수 한여사, 별걱정을 다하셔? 이 정도 못 먹어줄까봐?
선녀 (민수 등짝 팍 때리는)
민수 아야!
선녀 (옆에 놓인 밥그릇에 팍팍 퍼담으며) 그러니 허리가 고무줄 늘어나듯
늘어나지. (밥그릇 옆으로 치우며) 그거만 먹어.
지수 (들어오며) 민수 너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구 그래!... (멈칫)
선녀 어머, 너 왜 벌써 와? (시계 보며) 아직 한시두 안됐는데?
지수 요가원 안갔어요?
민수 근데 언니 나한테 뭐란거야? 내가 뭘 어쨌다구?
지수 (선녀에게 티 안내려는) 어, 아냐...
선녀 (눈치 빠른) 뭐야? 헤헤거리고 결혼기념일 여행가서 정서방하고 투닥댈
너두 아니구, 뭐길래 다 작파하고 뛰어와서 민술 잡어?
지수 (당황해 다시 나가며) 별일 아니예요. (나가고)
선녀 (민수에게) 뭐야, 너?
민수 (모르겠다고 어깨 으쓱하며 갸웃하고)
선녀 그래, 나는 왕따다. 맨날 지들끼리 속닥속닥... (삐졌다, 다시 요가하며)
나 나가기 기다릴 필요 없어. 가는 길에 저 생선 박스나 갔다줘.
S#13 지수집 거실
눈물 젖은 얼굴로 얘기하고 있는 지수와 민수.
민수 그래서 아침도 안먹구 날 새자마자 올라왔단 말야? 형분 소파에서, 언닌
침대에서 그렇게 자구? 결혼 기념일날?
지수 (자존심 상해 타박) 그러니까 누가 너한테 그러래! 나한테 미리 말이나
해주든가.
민수 (황당한) 형분 무슨 언니한테 그런 말까지 하냐?... 아니 그게 화낼 일이야?
자기가 잊어버린 결혼기념일 챙긴게 뭐 어때서!
지수 (눈물나는) 그러게, 결혼기념일을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니? 어떻게 날
놔두고 동창 모임에 갈수가 있니...
민수 (느낌 이상한, 슬쩍) 언니네 부부, 잠자리 원만하니?
지수 (당황) 얘는 별걸 다 묻고 그래.
민수 하긴, 바람 피면 일부러 의무방어전 더 확실하게 하는 남자 반이니까.
지수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바람? 그건 아냐. 너 형부 몰라? 얼마나
보수적이고 도덕적인데. 드라마에서 불륜나오면, 이성이 통제 못하는 감정
없다구, (확신) 바람 피고 그럴 사람은 아냐, 그건 믿어.
민수 어떤 정신과 의사가 그랬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여자가,
내 남편만은 절대 바람 피지 않을 거라고 믿는 여자래.
지수 (절대적인 믿음) 그런건 아냐... 권태긴거 같애.
민수 권태기?...
지수 요새 좀 그랬거든. 별거 아닌데 짜증도 늘구, 내가 챙겨주는 옷도
안입을려구 그러구...
민수 (의혹에) 형부 귀가도 꽤 늦지 않어, 요즘?
지수 그건 논문 땜에 그런거구. 권태기면 어떻게 해야하는거니?
더 잘해줘야하는거니, 내버려둬야 하는거니?
민수 (순수하게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지수 불안한 눈으로 보는데)
지수 (스스로 어처구니 없는듯) 아유 물을 사람한테 물어야지. 결혼도 안한
니가 뭘 알어...
S#14 세정 회사 외경 (다른날, 낮)
S#15 세정 회사 회의실
사장과 세정, 그 외 파티 플래너 두명과 회의하고 있다.
사장 브랜드가 고가 브랜드니까 식재료나 스타일링도 고가 브랜드로 통일해서
가달라는 게 회사 측 요구야.
세정 그럼 다음 회의때까지 PT 아이디어 모아보죠.
사장 그래, 그리고 오실장, 오늘 동서방송 몇시 약속이랬지?
세정 다섯시요.
사장 그래, 잘 해봐. 회의 끝.
모두 (챙겨서 일어서고)
S#16 동서 방송 앞
운전하고 오는 세정,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저만치서 오고 있는 도연, 세정 뒤이어 들어가고.
S#17 방송국 주차장
차 주차하고 내리는 세정, 차 뒷좌석 문 열어 포트폴리오와 자료 파일들 집어든다.
막 주차 공간 찾아오고 있는 도연, 세정 차 옆쪽의 비어있는 공간 향해 오는데
세정, 시계 보며 갑자기 확 뛰어나온다.
기겁한 도연, 세정 피하려고 핸들 확 돌리다가 주차 기둥 쿵 들이받는다.
도연, 아... 뒷목 만지며 차창 보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치었나? 놀라서 급하게 내려서 차 쪽으로 돌아서며 ‘괜찮아(요?)...’ 멈칫한다.
쪼그리고 앉아서 바닥에 떨어진 포트폴리오와 자료들 집어들고 있는 세정.
도연 (기막혀 그런 세정 보다) 이봐요.
세정 (돌아보지 않고 다시 집으며) 잠깐만요.
도연 (더 황당하고)
세정 (집을거 다 집고 챙겨서 일어서는, 마음 급하다) 명함 드릴께요.
도연 뭐요?
세정 (차 힐긋 보며) 수리비 보상해 드린다구요. (명함 꺼내려 가방 뒤적이고)
도연 (화나는) 이봐요, 사람이 먼저야. 자기 때문에 사고 났으면 어디
다친데 없냐 미안하다가 먼저 아뇨?
세정 (뒤늦게) 아... 죄송합니다. (의식적인 미소 지으며 도연 쳐다보는데)
도연 (뭐 이딴게 다 있어? 재수 없어 죽겠다)
세정 (그 시선에 감정 상하는) 저땜에 사고난걸로 생각하시는데, 그쪽도 절반
책임 있어요. 주차장 속도로 너무 빠르지 않았어요?
도연 (확 오르는) 뭐요?
세정 안전속도였으면, (차보며) 저렇게까진 안됐을거 같은데.
도연 (억지에 더 화나는) 아예 피하지 말고 들이받을걸 그랬네.
세정 (황당) 뭐라구요?
도연 사람 없는 주차장에서, 충분히 안전하게 차 댈만한 속도였어요. 그랬으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람 봤어도, 그대로 쳐도 된단 말 아냐, 당신 말이
지금.
세정 (발끈해서 뻗대는) 충분히 안전한 속도였다구요?
도연 당신 내 차 오는거 보기나 했어? 어디서 자기 피할려고 엉뚱한데 들이받은
사람한테 억지를 쓰나!
세정 (보상비 때문이라고 생각) 그러니까 보상한다구 했잖아요.
그건 아시죠? 이 사고, 법적으론 내가 책임질 의무 없어요. 그래두 내 실수
있으니까, 병원비도 드리고 차 수리비도 드리죠. (명함 내밀며) 됐죠?
도연 (아우... 누르며) 진짜 싸가지 없네, 이 아가씨.
세정 뭐, 싸가지? 이봐요,
도연 됐어요! (구제불능이구나, 경멸의 시선 던지고 돌아서 자기 차로 가고)
세정 명함 안 가져가요?
도연 (들은척도 안하고 차에 타서 차 빼서 쌩 가버리는)
세정 (벙해서 보고)
S#18 방송국 사무실
조연출과 얘기하고 있는 세정.
조연출 구피디님 아직 안 들어왔는데요.
세정 그래요? (시계 보며) 약속을 했는데...
조연출(소리) 아, 저기 오시네요.
세정 (그 말에 얼른 웃음 짓고 돌아보다 딱 굳어지는)
도연 (들어오다 세정 본다. 확 일그러지고, 그 위로)
세정(소리) 없던 일로 하자뇨?
S#19 로비 휴게실
자판기 커피 두잔 놓고 앉아있는 세정과 도연.
세정, 석주 소개로 온터라 어색함은 있지만 기죽어있지도 않다.
도연 한국말 못 알아들어요?
세정 그냥 돌아가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예요? 창립파티 담당자,
도연 그 창립파티 담당자 소개해주기 싫으니까 돌아가라구요.
세정 (모욕감에) 구피디님, 공사구분해서 말씀하시죠?
도연 공사구분?
세정 저한테 사적으로 기분 상한거하구, 이 일하군 다른거잖아요.
도연 사적으로 신뢰 안가는 사람한테 일 맡기는 경우 있어요?
세정 담당자 소개만 해주면 되잖아요, 그러기로 하고 왔는데.
저 우신석재 강석주 사장 소개로 왔어요. 이러시면 곤란하죠.
도연 강선배한테 내 얘기 못들었어요?
세정 무슨...
도연 내가 원래 성질머리가 좀 드러워서 싫은 사람하곤 일을 못하거든요.
경우 없는 놈, 거짓말하는 놈, 잘난척하는 놈, 이런 놈들하곤 일을 못해요.
특히 제일 싫어하는 놈이, 싸가지 없는 놈이예요.
세정 (모멸감에 굳어지고) 아깐 오해가 있었어요.
도연 아 또 있다. 지 잘났다구 무조건 억지쓰고 덤비는 놈. 일단 뻗대놓고
보는 놈.
세정 (이해 못하겠는) 지금 오바하고 있다는 생각 안드세요?
도연 (끄떡없다) 음식, 손맛인 것처럼, 파티는 파티플래너에 따라서 파티 질이
달라질텐데, 내가 못미더운 사람을 어떻게 소개합니까?
세정 행사 진행하고 클라이언트한테 컴플레인 받은적 없거든요, 저?
도연 우리 회사 창립파티, 다른 회사들하고 달라요. 전 직원 가족들까지
모이는 집안 잔치예요. 일년 동안 수고했다, 고맙다, 격려하고 정 나누는
자리. 맘 따뜻하고 인간다운 플래너가 차려야하지 않겠어요?
세정 (파르르 오르고)
S#20 백화점
무료한 얼굴로 의류 코너 둘러보는 정선, 이미 쇼핑백 몇 개 들고 있다.
핸드폰 울린다. 받는 정선.
정선 어, 세정아.
S#21 백화점 커피숍
열난 얼굴로 정선 앞에 앉아있는 세정.
세정 아니 뭐 그딴 자식이 다 있어? 지가 뭔데 소개를 못해준대?
형부 후배라며, 선배 소개로 간 나한테 그럴수 있어?
정선 너 아주 도연씨한테 단단히 밉보였구나.
세정 형부는 무슨 그렇게 성질 드런 후배를 다 상대한대!
정선 도연씨 성질 안드러워. 얼마나 따뜻하고 유쾌하고 사람 기분좋게
하는데? 멋있어.
세정 (말도 안된다는) 언니.
정선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데, 그러면서 자기 선 분명하구.
도연씨가 그렇게 퍼부었다면, 니가 잘못했을걸, 아마?
(웃으며) 가끔 너 위태위태한데 있잖아.
세정 그래, 내가 말실수를 좀 하긴 했어. 그래두 형부 소개로 간 사람 아냐.
(혹시) 나한테 작업거는거 아냐?
정선 (막 웃는) 오세정, 그건 정말 착각이다. 도연씨가 그랬으면 그거,
너 굉장히 싫은거야.
세정 (자존심 상하는) 하- 그렇게 잘났단 말이지... (생각하고)
정선 암튼 너 잘못 걸렸어. 너무 맘상하지 말구, 그 일 포기해.
아님 딴 선을 찾던가.
세정 언니 나 오세정이야. 소개로 너무 쉽게 일 따는것도 재미없었는데
잘됐다. 그 쫌팽이 같은 녀석 맘 확 풀어서 담당자 소개 받고,
일 따낼거야.
정선 도전정신 또 나온다, 오세정.
세정 (큰소리는 쳤지만 자존심 구겨진) ...
S#22 정선집 거실 (저녁)
들어오는 정선, 휑하니 큰집 둘러본다. 쇼핑백들 아무렇게나 놓고 쓸쓸한 얼굴로
무겁게 침실로 간다.
S#23 석주 회사 외경 (저녁)
S#24 사장실 (저녁)
‘대표이사 강석주’ 명패 앞에 앉아서 김비서 보고받고 있는 석주.
김비서 내일 오전 11시 도착으로 바꼈답니다.
석주 뭐야 자식들! 그럼 진작 연락을 해주든가... 호텔 예약까지 다 해놨더니.
김비서 내일 체크인하는 걸로 변경했습니다.
석주 (일어서며) 차 대기 시켜.
김비서 예, 행선지는... 댁이라고,
석주 모처럼 저녁 시간 벌었는데 행선지가 댁이겠냐? 청담동.
김비서 ...예. (나가고)
석주 (양복 윗도리 걸쳐 입고 거울 보는)
S#25 정선 안방 파우더룸 (저녁)
외출복 차림으로 망연히 화장대 거울 보고있는 정선.
세정(소리) 근데 언니 밖에서 보니까 얼굴 상했네? 늙었다.
세정(소리) 써마지 리프트 한번 해야겠다, 아님 보톡스 맞던가.
언니처럼 세상 부러울거 없는 여자가 왜 늙어보여?
정선 (씁쓸하게 얼굴 보는)
S#26 지수집 침실 (밤)
재민이 씻고 있는 욕실 물소리.
욕실 문 앞에 놓인 셔츠 집어들고 나갈려던 지수, 멈춘다.
민수(소리)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여자가, 내 남편만은 절대 바람 피지
않을 거라고 믿는 여자래.
지수, 조심스레 셔츠 냄새 맡는다. 별 냄새 안나자 그런 자신이 머쓱하다.
나가려다 침대 위에 걸쳐있는 재민의 바지와 자켓 본다.
망설이다가 가서 자켓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는 지수, 욕실 한번 보고 열어본다.
통화목록 확인하려는데 잠겨있다. 놀라서 욕실 쳐다보는 지수.
<시간경과>
샤워하고 머리 털며 나오는 재민. 지수, 재민 핸드폰 쥐고 침대에 걸터 앉아있다.
재민 뭐해.
지수 (핸드폰 내밀며) 당신... 핸드폰에 비밀번호 걸어놨대?
재민 (멈칫했다가, 낮게) 무슨 짓이야! 교양없게, 부부간에도 프라이버시가 있어.
지수 (열받는) 그래요, 당신 핸드폰 본건 미안한데, 당신 핸드폰에
왜 프라이버시가 필요한지 말해줄래요?
재민 교수실에 핸드폰 두고 수업 들어가. 엊그제 수업 일찍 끝나 들어오는데
조교 녀석이 핸드폰 보고 있드라구.
지수 (석연치 않은) 그래서 잠궜다구요?
재민 (지수 손에서 핸드폰 탁 나꿔채는, 비밀번호 탁탁탁탁 눌러서 내미는) 봐!
지수 (기세에 밀려 당황하는) 아니 보자는게 아니라,
재민 (일부러 화안내고 누르는) 봐, 보라구! 이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기다린거 아냐? (기막힌듯) 당신한테 이런 면이 있는줄 몰랐다.
지수 (차마 못보고... 일어서며) 미안해요... (시무룩해서 나가고)
재민 (침대에 털썩 앉아 핸드폰 본다. 자기 한짓이 가증스럽고) ...
S#27 지수집 거실 (다음날, 낮)
거실 구석 구석 걸레질하고 있는 지수.
재민, 세정이 사준 니트에 캐주얼한 자켓과 바지 입고 침실에서 나온다.
지수 (보고 놀라 일어서는) 당신 나가요? 오늘 수업 없는 날이잖아.
재민 ...약속 있어.
지수 (다급한) 무슨 약속인데? 오늘 석주씨 후배, 동서방송에서 촬영하러 온단
말야. 떨려서 어제 한숨도 못잤어요. 당신이 같이 좀 있어주면 안돼?
재민 약속 있는걸 어떡하나. 미리 말을 하든가.
지수 일부러 당신 수업 없는 날 골라 촬영날 잡았단말야.
약속 취소하면 안되나?
재민 (생각하다) 긴급 교수회의 소집이야. 빠질 자리가 아니잖아.
지수 (낭패, 두려움에) 어떡해... (울상 짓고)
재민 (찔린다. 얼른 나가고)
S#28 지수집 앞
쓰레기봉투와 재활용 봉투 양손에 들고 나오는 지수, 한쪽에 놓는데
미숙모 (지나가다 보고 오는) 다인엄마.
지수 (보는) 안녕하세요? 미숙 어머니.
미숙모 오늘 모임인거 알지? 있다 내 차 타고 같이 가자.
지수 저 오늘 참석 못한다고 용성이 어머니한테 전화 드렸어요.
미숙모 아니 왜? 모처럼 엄마들끼리 바람 쐬러 가기로 했는데.
지수 집에 일이 좀 있어서요.
미숙모 (혀차며) 아유 자기 너무 박혀살지마. 나중에 배로 허무하다.
지수 (웃으며) 담엔 꼭 갈께요. (인사하고 들어가고)
S#29 도연 사무실
자판기 커피 들고 들어오는 도연, 자기 책상으로 가다 다른 책상에서 들국화 꽂힌
화병 본다. 멈춰서 보다가 꽃한송이 들고 창가로 가는데
조연출 (문 열고 들어와서) 선배님! 출발 준비 다 됐어요!
S#30 지수집 뜰
작가, ENG카메라 든 촬영감독과 조명, 도연 등 현관 향해 가고 있다.
도연, 꽃들 심어놓은 소여물통에 눈길 간다. 멈춰서 살펴보고.
S#31 지수집 거실
현관 앞에 단정한 차림새에 머리도 깔끔하게 묶고 서있는 지수.
작가, ENG카메라 든 촬영감독과 조명, 들어선다.
지수 어서 오세요.
작가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저희 뷰티플 하우스 팀이예요.
촬영, 조명 (안녕하세요, 적당히 인사하며 들어서고)
도연 (뒤이어 들어오는데)
작가 여기 저희 PD님, (도연 돌아본다)
지수 (미소로 인사하려다가 깜짝 놀란다) 어머.
도연 (역시 지수보고 어? 놀라고) 저기,
지수 그러게요. (멋쩍게 웃는) 이렇게 뵙네요.
도연 (믿기지 않는) 여기... 여기가 댁이예요?
지수 네.
도연 (지수가 유부녀인걸 확인하고 쿵하는 느낌)
작가 우리 감독님하구 아시는 사이세요?
지수 아 그게요... (어색하게 웃는) 예, 뭐 좀...
도연, 자기 마음 배신당한 느낌으로 집안 둘러보는데 강릉에서 지수가 꺾은 쑥부쟁이 꽂힌 놋요강 놓여있다. 놋요강의 변신에 놀라는 도연, 지수 돌아본다.
일행 소파로 안내하고 있는 지수, 여행 때와 다른 단정한 스타일이 다른 사람 같다.
S#32 몽타주
-거실 촬영하는 촬영 감독, ENG어깨에 메고 움직이고 도연, 뒤에서 그 모습 찬찬히 보고 있다. 지수의 솜씨 담긴 소품, 액자 장식벽, 커튼 등 거실 모습 담기고.
지수, 한쪽에서 다소곳이 서서 촬영 지켜보고 있다.
-침실 들어오는 일행. 도연, 마지막으로 들어와서 침실 본다. 기분 묘하고.
침실 공개가 쑥스러운 지수. 협탁에 미꾸라지 어항 놓여있다.
작가 이게 뭐예요?
지수 (멋쩍은) 딸아이가 저희 결혼기념일 선물로 준거예요.
-마당. 집 옆에 심어놓은 배추와 장독대 촬영하는 일행.
지수, 옆에서 설명하고 있다.
S#33 미사리 정도에 위치한 예쁜 레스토랑
통유리창 밖으로 예쁜 뜰이 있는 레스토랑.
마주 앉아서 식사하고 있는 세정과 재민. 유리창 밖으로 지수 또래 주부 서너명,
승용차에서 우르르 내려 레스토랑으로 들어온다.
그중 미숙모, 창가로 보이는 재민 보고 멈춘다. 갸웃하며 자세히 본다.
재민 새우 좋아하지? (새우 집어서 주면)
세정 (쏙 받아먹고) 오는데 시간은 걸려도 음식 괜찮다.
재민 인터넷 뒤져서 찾은 집이야. 소문난 집이드라구.
세정 자신있게 데리고 오더니 인터넷 서핑까지 했어요?
재민 스테이크 좋아하니까.
세정 (보다가) 당신,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데.
재민 응?
세정 (그때 기분) 당신 너무 좋아하게 만들지 마요.
그럼 그때부터 행복 끝, 불행 시작이야.
재민 벌써 사랑한다면서 뭘 좋아하게 만들지 말래? LIKE 다음이 LOVE 아냐?
세정 (별 생각없이) 그런가? (먹고)
재민 (보다가, 심각한) 세정아.
세정 (웃으며) 무게 잡고 불러요?
재민 너... 이대로 괜찮니? 너 나 사랑한다 그랬잖아.
세정 (애잔하게) 전에 얘기했잖아요. 사랑하는 걸로 족하다구. 당신 가정에
해끼치고 싶은 생각 없어요.
재민 힘들잖아.
세정 (사실은 아니지만) 그 정돈 당연히 감수해야죠. 사랑하고 싶은 사람
사랑할수 있는것만으로 충분하다니까?
재민 (복잡하게 보다가 세정 손잡는) 그러면서 속이 오죽하겠어...
저만치 재민네 옆으로 보이는 자리에서 둘 유심히 보는 여자.
S#34 지수집 주방
소박하고 정갈한 식사용 식기들 세팅되어있는 식탁 옆에 서있는 지수.
식탁에 호박 화기 센터피스로 놓여있고. 촬영 위한 조명 설치되어 있다.
작가 아까처럼 자연스럽게 하시면 되요. 질문할게요.
평소 식사하실 때도 이런 식탁 세팅을 하세요?
지수 아침엔 안하구요, 주로 저녁에요. 힘들게 하루 보낸 가족들...
식탁이 예쁘면 밥맛이 더 좋아지잖아요.
작가 센터피스가 참 특이한데, 따로 배우셨어요?
지수 (멋쩍게 웃는) 아뇨, 그냥 가을이니까, 가을 분위기 낼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단호박 생각이 났어요. 이렇게 한번 하구, 호박죽 끓이면 되겠다 싶어서요.
카메라 얹은 삼각대 뒤에 서 있던 도연, 행복한 주부의 얼굴로 서있는 지수를 본다. 허탈하고 씁쓸한 기분인데 싱크대 서랍에서 울리는 지수의 핸드폰 음악 소리.
지수 (멈칫하면)
도연 받으세요, 다 끝났어요. (거실로)
일행 (거실로 나가고)
지수 (싱크대 서랍에서 핸드폰 꺼낸다. 발신표시 보고 받는, 작게)
저 지금 바빠서 통화 못하거든요,
미숙모(휠) 다인엄마, 이거 보다 더 바쁜 일 없어.
지수 (주방 구석으로 가며) 무슨 일인데요? 집에 중요한 손님 오셔서,
미숙모(휠) 지금 자기 남편 바람난줄도 모르고 손님 타령이야!
지수 (놀라는) 뭐라구요?
미숙모(휠) 여기 미사린데, 자기 남편 아주 가관이다. 여자랑 왔어, 정교수.
지수 (말도 안된다는) 아우 아니예요, 잘못 보셨어요. 다인 아빠 지금
(시계 보며) 학교에 있어요, 교수 회의, (하는데)
친구(휠) (다다다 말하는) ** 바지에 **색 니트, ** 자켓, 이래두 정교수 아냐?
지수 (경악하는)
S#35 거실
소파에 앉아서 지수가 놓아둔 음료수 마시는 도연과 스텝들.
촬영 사모님이 아주 미인이드만. 디자인 전공했나? 돈 처바른 다른 집들하고
좀 달라.
작가 전공 안했어요, 전에 답사 왔을때 물어봤는데, 사대 나왔대요.
도연 (팔짱 끼고 푹 소파에 기대 앉아 얘기만 듣고있고)
작가 타고난 감각 있는거 같애요.
도연 (듣기 불편한) 선경씨, 찍을건 다 찍었나?
작가 네, 윤지수씨 주방 인터뷰 마무리만 하면 돼요.
도연 이름이... 윤지수야?
지수 (핸드폰 식탁에 놓고 파리한 얼굴로 나오며) 죄송합니다.
도연 (일어서는데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 빠져 소파 밑으로 떨어진다)
작가 저기 주방 인터뷰,
도연 됐어, 선경씨. 그 정도면 충분해. 그만 정리하고 철수하지.
작가 (약간 의아하지만) 네. (일어나서 지수에게) 수고하셨어요.
지수 (정신 없다) 네...
모두 (일어서고)
도연 선경씨, 테잎 좀 챙겨줘요. (현관 쪽으로 가고)
작가 네. (주방으로 가서 작업대에 놓인 테입 챙기다 핸드폰 보고 집어드는)
구피디님! 핸드폰이요. (현관으로 가는 도연에게 주고)
도연 고마워. (바지주머니에 넣고, 지수에게) 감사합니다, 촬영 잘하고 갑니다.
지수 (창백하다, 겨우) 안녕히 가세요...
도연 (왜 저러지? 보고)
S#36 방송국 주차장
와서 서는 차. 도연과 스텝들 내린다.
촬영 구감독, 오늘 좀 이상해? 촬영 너무 빨리 끝냈어.
도연 휴가 갔다왔드니 편집이 밀려서요. (핸드폰 꺼내 시간 보는데, 핸드폰
고리가 다르다. 열어보면 지수와 다인 사진 들어있다. 황당하고. 일행에게)
먼저들 들어가세요. (핸드폰 열어 자기 전화번호 누른다)
S#37 지수집 주방 (이른 저녁)
어둑어둑해지는 실내. 충격 받고 식탁에 멍하니 앉아있는 지수.
소파 밑에서 도연 핸드폰 진동으로 울리지만 듣지 못한다.
S#38 마실 외경 (저녁)
2,3층 주택이고 1층 상가인 건물. <마실> 이라는 간판 붙어있다.
S#39 마실 (저녁)
여성스런 차림에 곱게 화장한 선녀, 손님 나간 테이블 찻잔 등 치우고 있다.
두세 테이블에 손님 있고 그중 잠바에 알록달록 티 받쳐입은 노인 둘,
선녀에게 수작 걸고 있다. 들어오는 지수.
노1 어이, 한여사. 이리 와서 좀 앉으시라니까.
선녀 (치우다 보고 생긋하며) 유사장님, 여기는 다방이 아니라니까요.
노1 코 맞대고 장사하는 처진데 너무하는거 아뇨?
선녀 (모른척 쟁반 들고 여유작작 주방 쪽으로 가다가 지수 보는)
너 웬일이야?
지수 (둘러보며) 손님 많네...
선녀 웬일이시냐구! 고상한 따님이 물장사 엄마 가게에 행찰 다 하시구?
지수 ...아니예요, 갈께요... (힘없이 돌아가고)
선녀 쟤가 왜 저래? (다시 손님 자리로 가다가 이상한 듯 돌아보고)
S#40 편집실 (밤)
편집하던 도연, 9시 가리키는 시계 보고 지수 핸드폰 집어든다.
자기 번호 재발신 누르는 도연, 전원이 꺼있다는 안내 나온다.
황당한 듯 핸드폰 보는 도연.
S#41 지수집 침실 (밤)
들어오는 재민. 지수, 뒤따라 들어온다. 재민 옷차림 다시 보는 지수.
재민 (말없이 자켓 벗고)
지수 (받으며, 침착) 오늘 교수 회의 어땠어요?
재민 뭐가. (돌아서 넥타이 풀고 셔츠 단추 끄르고)
지수 긴급 교수회의 있다고 나갔었잖아.
재민 걱정만 하다 왔지 뭐. 경기가 그런데 교수들 모였다구 뾰족한 수 있나.
지수 (거짓말 확인하고 굳어서 재민 뒷모습 바라보고)
S#42 주차장+재민 차 (밤)
실내등 켜진 재민 차. 지수, 운전석에 앉아서 차 안 뒤지고 있다.
콘솔 박스 살피고 이어 옆좌석 주위 살핀다.
친구(소리) 먹여주고 쓰다듬고 난리가 아니드라.
친구(소리) 긴 파마머리에 이쁘장하게 생겼어.
지수(소리) 아닐거야, 그럴리 없어, 그럴리 없어, 아닐거야... (하다가 굳어지고)
운전석 의자 옆 바닥에서 외곽순환도로 영수증 집어든다. 오늘 날짜, 낮 시간
찍혀있는 영수증 확인하고 쿵... 하는 지수, 울컥 울음 올라온다.
S#43 지수집 침실 (밤)
곤히 잠들어 있는 재민. 지수는 없다.
S#44 도연 원룸 (밤)
침대에 기대앉아서 지수 핸드폰 보고 있는 도연. 카메라 폰의 사진들이다.
남애항에서의 셀카들 보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 짓는 도연.
S#45 지수집 서재 (밤-새벽)
책상에 앉아서 재민 핸드폰 비밀번호 풀고 있는 지수.
종이에 갖가지 번호 빼곡하게 수십가지 적혀있다.
하나씩 해보고 안되는 숫자에 ×표 치는 지수.
<시간경과>
어느새 희붐하게 밝아진 실내.
네자리 숫자 몇 개 안 남겨놓고 열리는 핸드폰.
지수, 잠금장치 풀리며 통화목록 나타나자 자기도 모르게 눈감는다.
잠시... 눈뜨고 목록 보는 지수. ‘세정’ 이란 이름 연이어 보인다.
믿기지 않는 사실에 눈물 어리는 지수, 떨리는 손으로 사진함 열어본다.
활짝 웃고 있는 세정 사진 보고 경악하는 지수. 재민과 함께, 재민 뺨에 입맞추는, 등등 여러장의 사진 연이어 사진 연이어 확인하다 어느 순간 딱 굳어진다.
프래쉬컷-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재민과 서있던 세정.
현재- 설마... 하며 다시 핸드폰 속 세정 가까이 들여다보는 지수, 손이 떨린다.
프래쉬컷- 노천탕에서의 세정, 사색 되서 굳어있던 재민, 세정이 노천탕에서 나간뒤
뒤따라 나가던 재민...
현재- 도저히 믿을수 없는 상황에 벌어진 입 손으로 막는 지수, 문쪽 돌아본다.
프래쉬컷- 씬 10에서... 엘리베이터에서의 세정의 묘한 미소.
현재- 아!... 너무 큰 충격에 통증 느껴지는 지수, 가슴 부여잡는데 눈물 솟구친다.
S#46 지수집 거실 (아침)
싱크대 앞에 서있는 지수의 뒷모습.
방에서 나오는 재민, 힐긋 지수 보고 소파로 가서 신문 집어 들고 앉는데...
다인 (하품하며 나오다 재민 보고 쪼르르 가며) 아빠!
재민 (돌아보는) 어, 우리 꼬맹이 잘 잤어?
다인 (팔짱 탁끼며) 아빠 요새 진짜루 딸한테 너무 소홀한 경향이 있어?
재민 (찔려서 딴청) 아빠가 그랬나...
다인 맨날 늦게 오구 말야, 같이 책두 안읽구, 아침 운동두 빼먹구 말야.
재민 (미안한) 아빠 학교에 갑자기 바쁜 일이 많아져서 그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홱 돌아보는 지수, 기막히고 가증스럽다는...
S#47 지수집 앞
와서 서는 도연 차. 도연, 차에서 내려서 대문벨 누른다.
S#48 지수집 거실
소파에 무릎 올리고 기대앉아있는 지수, 밤새 못잔 파리한 얼굴이다.
울리는 현관벨.
S#49 지수집 앞
서있는 도연.
지수 (안에서, 힘없는) 누구세요?
도연 구도연입니다. 핸드폰 찾으러 왔어요!
지수 (안에서, 힘없는) 무슨... 핸드폰이요.
도연 (황당) 핸드폰 바꼈잖아요. (하다가) 바뀐거 몰랐어요?
S#50 지수집 거실
현관에 난감한 얼굴로 서있는 도연. 안방에서 나오는 지수, 주방으로 간다.
비척비척 힘없이 핸드폰 찾고 다니는 지수.
도연, 그런 지수 이상한 듯 보는데
주방에서 나와 거실 여기저기 기웃대고 살피는 지수, 소파 쪽으로 와서
탁자 밑 보다가 소파 밑에 반쯤 들어가있는 도연 핸드폰 보고 집어든다.
지수 (비칠비칠 걸어오며) 여기요... (그대로 풀썩 쓰러지고)
도연 (놀라서 달려들어가는)
S#51 지수집 앞
정신 잃은 지수 업고 나오는 도연, 자기 차로 간다.
이게 무슨 일인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
S#52 응급실
병상에 누워있는 지수, 링거 꼽고 있고 도연, 그 옆에서 지수 보고 있다.
의사(소리) 갑작스런 큰 충격이나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 같습니다.
도연 (혼잣말) 탈진... (하다가 멈칫)
지수 (힘없이 눈뜬다)
도연 (반가운, 다가가서) 괜찮아요?
지수 (어떻게 된건가, 멍해서 도연 보는)
도연 갑자기 쓰러졌어요, 내 핸드폰 찾다가... 기억 안나요?
지수 (아... 생각나는) ...
도연 누구... 남편한테 전화해요?
남편이란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 젓는 지수, 순식간에 눈에 눈물 가득 어린다.
도연, 놀라는데 얼른 눈감는 지수, 눈꼬리에 눈물 흐른다.
눈감은채 울음 삭이고 있는 지수 모습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도연.
S#53 여성의 전화 사무실
상담하느라고 정신없는 민수.
민수 그럼 남편이 외도를 들킨 후부터 폭행을 하신거예요? (진동으로 핸드폰
울린다. 상대 말 들으며 보는데 모르는 번호다. 안받고) 울지 마시구요...
S#54 병실
누워있는 지수. 도연, 들어온다.
도연 동생분이 전화를 안 받아요.
지수 네... (일어나 앉으려는)
도연 왜 일어나요? 누워있어요.
지수 (그래도 힙겹게 일어나 기대고)
도연 (못참고) 대체 무슨 일이예요?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지수 (석주 후배란걸 의식, 애써) 아니예요, 제가 좀 피곤해서... 폐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만 가보세요. 그리고... 강사장님한테는,
도연 (말 자르며) 내가 강선배 후배라서 그렇게 불편해하는겁니까?
눕지도 못하구, 그래요?
지수 (뭐라 대답 못하고) ...
도연 강선배 후배라구 생각 말구, 그냥 여행지에서 알게된 친구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요. 강선배한테 암말 안해요. (하다가) 어제 멀쩡했던
사람이 하룻밤새 왜 이래요?
지수 ...가보세요. (병상으로 발 내리고 링거 빼려는)
도연 왜 이래요? (지수 말리고)
지수 잠을 못자서 그런거예요. 집에 가 자면 돼요.
도연 맞고 가요, 일단 맞읍시다. 의사가 탈진 상태래요.
지수 제가 알아서 할께요... 그만 가보세요.
도연 (답답한) 가족한테 연락도 안하고, 그래놓고 탈진해 쓰러진 사람 두고
가라면 어떡합니까? 무슨 일로, 왜 탈진했는지 말 안할거죠? 알았어요,
아무것도 안 물을 테니까 링거 맞고 있어요. (나가고)
지수 (그대로 고개 숙이고 있고)
도연 (나가다 돌아본다. 병상 아래 춥게 나와있는 지수의 맨발)
S#55 원무과
병원비 계산하는 도연, 영수증 받아들고 돌아서다 멈춘다.
프래쉬컷- 지수의 맨발.
S#56 거리+도연 차
운전하면서 신발 가게 찾는 도연. 신발 가게 발견하고 차 세우고 들어간다.
S#57 병동 앞 + 택시 승강장
차 몰고 오던 도연, 저만치 병동에서 걸어나오는 지수 본다.
집에서 입던 얇은 윗옷에 헐렁한 환자용 슬리퍼 끌고 나오는 지수, 갈곳 모르는
사람처럼 멈춰서 주위 둘러본다. 그러다 택시 승강장 앞 의자에 힘겹게 앉는다.
프래쉬컷- 세정과 재민의 사진.
순식간에 눈물 차오르는 지수, 후두둑 떨어진다.
고개 숙이고 울음소리 손으로 막고 어깨 들썩이며 우는 지수.
쇼핑백 들고 저만치서 우는 지수 보고 있는 도연, 맘 아프게 본다.
천천히 다가와 지수 앞에 서는 도연.
앞에 선 발 보고 올려다보는 지수, 얼른 눈물 훔치고.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 도연, 쇼핑백에서 신발(슬리퍼 말고, 앞뒤 다 막히고 편한 느낌의) 꺼낸다. 지수 슬리퍼 벗기려면 흠칫 놀라 발 빼는 지수.
도연 (따뜻하고 정감어린) 있어봐요. (다시 발 잡고)
지수, 너무 진지한 도연 분위기에 거절 못하고 그대로 있다.
감싸주고 싶은 마음으로 환자용 슬리퍼 벗기고 신발 신겨주는 도연.
S#58 거리+차안
운전하는 도연, 옆좌석의 지수 힐긋 본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앞만 보고 있는 지수.
S#59 지수집 거실 (밤)
뛰어나가서 현관문 열어주는 다인. 재민, 들어온다.
다인 (급한) 아빠, 엄마 아퍼.
재민 엄마가 아퍼?
다인 아까부터 계속 누워있어. 어디가 아픈지 말두 안하고, 병원은 갔다왔다
그러고, 아빠한텐 전화도 못하게 하고 누워만 있어.
재민 (침실 보는)
S#60 침실 (밤)
들어오는 재민. 지수, 등 돌리고 누워있다.
재민 (다가가서 앉는) 어디가... 아퍼?
지수 (눈 질끈 감는)
재민 낮에 병원 갔었다면서? 어디가 어떻게 아픈건데. (기웃하려면)
지수 (벌떡 일어나 앉는, 충혈된 눈으로 보고)
재민 (그 눈에 멈칫하는) 왜 그래?
지수 (터뜨리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
S#61 도연 원룸 (밤)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로 디카 연결해서 여행 사진 보고있는 도연.
그중에서 도연이 찍었던 지수 사진 컴퓨터 화면에 크게 띄운다.
생기 있고 밝았던 지수의 모습.
<프래쉬백>
응급실 병상에서 눈물 흘리던 지수.
도연, 답답한 숨 푹 내쉬고.
S#62 지수집 인근 (다음날, 낮)
걸어오는 민수, 막 자기 빌라 쪽으로 가다가 택시 타고 나오는 지수 본다.
민수, 어? 하고 보는데 가버리는 택시.
S#63 방송국 사무실
들어서는 도연.
조연출 형! (다가와 쪽지 내밀며) 어제 왔던 그 여자분이 형 오시면 드리래요.
도연 (받아서 펴보는)
S#64 방송국 인근 까페
밖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있는 세정, 어제의 커리어우먼 복장과 달리
자신의 몸매 한껏 돋보이는 옷차림과 화장으로 곱게 단장했다.
한손 주머니에 넣고 귀찮은 듯 터덜터덜 걸어와서 두리번거리는 도연.
유리 통해 도연 보고있던 세정, 일어선다. 세정 보고 무표정으로 와서 앉는 도연.
세정 (앉으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연 용건 말씀하시죠.
세정 차부터 시키시죠.
도연 (다가온 종업원에게) 커피요.
세정 저두요. (종업원 가고 나면) 예전에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서
왔어요.
도연 (보면)
세정 사람 살다보면 언제 어디서 또 부딪힐지 모른다구, 경솔하게 얼굴 붉힐 일
만들지 말구 살라셨거든요.
도연 아버님 말씀 새겨듣지 그랬어요, 좋은 말씀이신데.
세정 그러게요, 그래서 왔어요.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분명 제 실수였어요.
그거 사과드리고, 또 사고 보상도 해드려야 할거 같아서요.
도연 (비아냥은 아니지만 세정 의도 파악) 그거 하러 왔어요? 사과?
세정 네. 제 사과 받아주실거죠?
도연 어제 사고는 그쪽 잘못으로 생긴거니까 당연히 받아야죠.
됐습니까?
세정 (만만치 않네) 그럼 차 수리비는, 차 고치시면 연락주실래요? 제가,
도연 안낼 사고 내게 만든 책임으로 주시겠다니까, (펜과 수첩 꺼내 수첩에
계좌번호 적으며) 그것도 받죠.
세정 (뭐하는거야? 황당해서 보고)
도연 (다 적은 종이 찢어서 내미는)
세정 (자존심 상하는)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도연 사과하러 왔다면서요? 사과 받아주고 주겠다는 수리비 받겠다는데,
뭐 문제 있습니까?
세정 (굳어지고)
도연 오늘 그쪽 스타일 썩 좋아요. 오면서 보니까 다리 참 이쁘게 잘빠졌구,
가슴도 패들 넣어서, 그날보다 더 육감적이고. (얼굴 살피며) 화장도,
무슨 기술을 사용했는진 잘 모르겠지만, 화장도 확실히 섹시해요.
세정 (붉으락푸르락)
도연 아마 이 정도 차리고 슬쩍 웃으면 남자들 대개 넘어가죠?
세정 (말 못하고 바들바들 떠는)
도연 근데 난, 워낙에 이렇게 튀는 스타일을 싫어해서...
세정 구도연씨.
도연 일어납시다. (일어나서 성큼 나가고)
세정 (생전 첨 당하는 모멸감에 울 것 같고)
S#65 택시 안
모아쥔 두손 쥐었다 폈다하며 앉아있는 지수, 떨리는 가슴 진정하려 애쓴다.
S#66 교수실
책상에 앉아서 학생들 리포트 읽고 있는 재민, 채점표에 체크하는데
노크소리 들린다.
재민 (여전히 읽으며) 들어와요...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 드는데)
세정 (들어오고)
재민 (너무 놀라 벌떡 일어서는) 세정아!
세정 너무 놀라면 오히려 섭섭한데.
재민 (다가오며) 반가워서 그런거야. 너 여기 올줄 생각도 못했다가.
(세정 차림 훑어보는) 와-
세정 (재민에게 안기는)
재민 (뜨끔해서 문쪽 보지만 안아주며) 무슨 일 있구나?
세정 (끄덕이며) 위로가 필요해요.
S#67 대학 교문 앞
택시에서 내리는 지수, 학교 바라보며 숨 고르고 교문으로 들어가려는데
막 나오는 빨간 뉴비틀, 좌회전 신호 받으려고 멈춘다.
무심히 차 보던 지수, 운전석에 앉아있는 재민 보고 깜짝 놀란다.
운전석 옆의 세정 옆모습 본다. 세정 확인하고 경악한 지수, 다시 재민 보는데
무심히 지수 쪽 보던 재민과 시선 만난다. 순간 기겁하는 재민.
지수, 하얗게 질려서 재민 보는데
그런 지수 시선 피하지 않고 보면서 짧은 순간 갈등하는 재민의 눈.
순간 신호 바뀐다.
지수에게 시선 거두며 그대로 가는 재민.
믿기지 않는 상황에 하얗게 변하는 지수 시야.
S#68 재민 차안
심각한 얼굴로 운전하는 재민. 세정, 자기 생각에 빠져 음악 듣고 있다.
재민, 마음 속으로 큰 산을 넘었다. 결심은 했지만... 눈가가 뻐근해진다.
S#69 학교 앞
모든 예상, 짐작을 벗어난 뜻밖의 재민 태도에 충격받고 그대로 서있는 지수.
생각도 정지해버린 듯한 충격...
횡단보도 건너려 뛰어가던 학생이 지수를 툭 치고 지나가자 그때야 움찔한다.
무작정 발걸음 옮기지만 떨려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몇걸음 가다가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는 지수, 후두둑 눈물 떨어진다.
S#70 살사바 (저녁)
파트너와 열정적이고 섹시한 살사댄스 추고 있는 세정.
바에서 그런 세정 바라보는 재민, 복잡한 마음이다.
도연에게서 받은 모멸감을 잊기 위해 춤에 몰두하는 세정, 추다가 한번씩 재민을 본다. 그때마다 세정을 보고 있는 재민.
<시간경과>
땀흘리며 자리로 오는 세정. 재민, 손수건 꺼내 세정 땀 닦아준다.
세정 (맥주병 들어 시원하게 들이키고) 무슨 생각했어요?
재민 (보면) 춤추는거 보고 있었어.
세정 그냥 보는게 아니던데? 뚫어지게 나만 보면서 했던 생각이 뭐냐구요.
재민 비겁하기 싫단 생각... 너랑 헤어지기 싫단 생각... 너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
세정 나랑 같이 춤추고 싶단 생각은 안했어요?
재민 (심각한) 너... 나랑 살고 싶니?
세정 (슬쩍 피하는) 그런 생각한적 없어요. 해서는 안되는 생각이잖아.
재민 (맘 급한) 살고는 싶은데?
세정 (절묘하게 피해가는) ...당신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요, 됐어요?
재민 (세정 보고) ...
S#71 지수집 안방 (밤)
방을 왔다갔다 했다가, 침대에 걸터앉아 핸드폰 만지작거리는 지수, 플립 연다.
통화 버튼 누르면, ‘다인 아빠, 다인 아빠....’ 화면에 꽉 찬 수신 표시 나타난다.
시계 본다. 11시 30분... 인내심의 한계 느낀 지수, 음성 메시지 남긴다.
지수 (모욕감에) 당신 뭐야! 뭐야! 뭐냐구!
S#72 지수집 앞+재민 차안 (밤)
차 안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재민, 모든 마음의 준비 끝났다.
재민, 내리는데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막 대문 나서는 지수.
지수, 재민 보고 뚝 멈추는데 다가오는 재민.
지수 (막상 보자 떨리는) 당신... 아까 나 못봤어? (못봤다고 하기를)
재민 (담담한) 봤어.
지수 (쿵해서 보는데)
재민 들어가자. (앞서 간다)
지수 (너무 담담한 재민 태도에 더럭 겁나고)
S#73 지수집 서재 (밤)
책상 의자에 앉아있는 재민. 지수, 소파에 앉아있다. 두손 있는대로 힘주고 있는데도 떨리는 손. 재민, 마음 결정한 뒤라 아주 차분하고 담담하다.
재민 당신 나한테 듣고 싶은 말이 있을거야.
지수 (터져 나오는) 어떻게 그냥 갈수가 있어? 날 봐놓고, 내가 봤는데!
재민 (낮게) 그러니까 내 말 들어!
지수 (멈칫해서 보면)
재민 당신 봤어! 봐놓고 왜 그냥 갔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얘기할테니까 들어. 다 듣고, 내 얘기 다 듣고나서 얘기하자.
지수 (냉정하고 차가운 분위기에 눌리는... 떨리는) ...해요.
재민 당신,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난... 더 이상 당신 기만하고,
나 자신 기만하면서 살기 싫어.
지수 (굳어지는) 무슨 말이야, 그게.
재민 이렇게 사는건 옳지 못해. 옳지 못한걸 알면서 계속 이렇게 사는건
비겁한 짓이라걸 깨달았어.
지수 (잘못했다는 얘기겠지... 보는데)
재민 그래서... 결정했어. 나, 당신하고 이혼해야겠어.
지수 (경악해서 보는)
재민 그 여자... (지수 똑바로 보며) 내가... 사랑하는 여자야.
지수 (분노로) 내가 당신 그럴줄 알았어.
재민 (멈칫하고)
지수 (화내는) 나한테 정통으로 들키고 그냥 가버리는 당신 봤을때 그럴줄
알았다구요. 당신이 누군데, 그동안 세상에서 제일 가는 도덕군자처럼
굴었는데 그러다 바람피다 들켰으니, 당신 대단한 자존심에 체면에, 제대로
수습할 방법 생각이나 났겠어? (서운함에 떨리는) 아무리 그래두 당신,
이러는건 아니지. 어떻게 나한테, 어떻게 들켰다고 뻗대냐?
용서해달라고 빌어야지! 그래야 되는거 아냐?
재민 (단호한) 용서 빌 생각없어!
지수 (흠칫해서 보는)
재민 (답답한) 제발 다 아는척, 매사 당신 식으로 해석하고 판단하지마. 당신이
날 알아? 나도 몰랐던 날 알아? (감정 격해지는) 그 여자 만나 첨으로 내가
남자구나, 이렇게 뜨거운 피가 있었구나, 이렇게 펄떡거리는 심장이 나한테
있었구나, 내가 살아있는걸 느껴! 당신이... (어쩔 수 없는 조소 담긴) 이런
날 알아?
지수 (그제야 서늘해지는) 여보...
재민 들켜서 뻗대는거 아냐. 그 여자랑 살고 싶어. 한 침대에서 자고, 같이
눈뜨고 싶어. 이런 맘으로 당신하고 결혼생활 지속하는거 자체가
위선이야. 그래서 결정한거야.
지수 (뒤통수 한대 쾅... 충격 받는) 잠깐만, 당신 지금, 지금 뭐라는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당신 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라, 나!
재민 (차분하게 계속하는)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당신 사랑한적 없어.
지수 (뒤통수 두 번... 놀라서 쳐다보면)
재민 결혼할 때도 사랑은 아니었고, 살면서도 그랬어. 물론 당신 잘못은 아냐.
당신 좋은 사람이야. 착하고 좋은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아온 12년,
고맙게 생각해. 근데... 그 12년 동안, 난 항상 지루하고 답답했어.
당신 앞에서는... 남자 정재민은 없었어.
지수 (잔인한 재민 말에 확 굳어서 보는데서 엔딩)
<2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