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해 금 산
2009년 4월 16일 나무의 날 (목요) 날씨 : 흐림 시계 불량
둥근 모양이어서 한 쌍의 무지개라는 이름을 얻었다함.
무지개 너머 다도해의 섬들은 이마를 맞대고 내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몇 십년 동안 멀미로 인한 고통 때문에 소름 돋도록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볼 수 없었던 내 몸이 산을 알게되므로 지금은 웬만한 곳은 마음만 먹으면 다 갈 수도 있게 되었다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산에 들고 나서 내 몸의 변화는 놀라우리만치 강건해져갔다.
그 결과 오늘도 먼길을 달려와 이곳에서 쌍홍문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늘 새장 속에 갇혀있던 것 같았던 답답함을 탈피해 바깥 세상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제석봉에서 보리암을 훔쳐보다
남해 금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중에 유일한 산악공원이다. 기암괴석의 절경과 남해를 한눈에 굽어보고 있어 전망도 장쾌하다. 한겨울에도 포근하여 겨울 등산 코스로도 좋다. 금산은 삼남 제일의 명산으로 온갖 전설을 담은 38경의 기암괴석이 금강산을 빼어 닮았다 하여 소금강 혹은 남해금강이라 불린다. 주봉인 망대(701m)를중심으로 왼편에 문장봉, 대장봉, 형사암, 오른편에 삼불암, 천구암등 암봉이 솟아 있다. 탑대(고제암)를 중심으로 가사굴, 쌍호문등 명소가 많다. 금산의 절경 38경 중에서 쌍홍문, 사선대, 상사암, 암불암 등이 대표적인 명소다. 쌍홍문은 여인의 눈동자 같기도 하고 커다란 해골에 두 눈이 뻥 뚫린 듯하기도 한 쌍굴로서 높이는 7~8m쯤이다. 굴이 둥근 모양이어서 ‘한 쌍의 무지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굴 속에 들어 뒤로 돌면 다도해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상주해수욕장의 쪽빛 바닷물이 반짝이고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떠 있다. 굴 속에서 내려다보는 산과 바다의 조화도 절경이다. 금산에서 가장 웅장한 높이 80m의 상사암에는 양반집 규수를 짝사랑하던 머슴의 전설이 얽혀 있는데 이 바위에 올라 기원하면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신라 신문왕 3년(683년) 원효대사가 이 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 이름은 보광사였고 산 이름도 보광산이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이 곳에서 약 200m 떨어진 큰 바위 아래에서 기도를 올리고 세상을 얻었다.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그 만큼 큰 비단을 구할 수가 없자 비단이란 이름으로 산을 덮어주었다. 이후 현종은 보광사를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자 보리암으로 개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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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 보리암-쌍홍문-장군암-사선대-도선바위-제석봉-일월봉-흔들바위-정상망대-상사바위-금산산장-제석봉아래-장군암-탐방지원센터(3시간)
* 도선바위는 등로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장군암 부근 이정목 보고 도선바위로 가려했으나 불가능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보리암 주차장에서 내려 느긋한 경사지를 조금 오르면 보리암 매표소가 나타난다. 개인 1인당 천원.
시작이다. 모든 것의 시작 앞에 늘 따라붙는 설레임 속에 안겨드는 해무에 잠긴 풍광이다.
송곳 구두 신은 이, 투박한 등산화 신은 이가 뒤섞여 보리암을 향해 들어간다.
청량산 응진전 위 동풍석보다 더 아슬아슬한 재주를 부리는 바위는 형리암이다.
지나가는 이 1: "누가 저 바위 언제 떨어질지 예언 안하나??" 지나는 이 2 : "그러게 예수 재림하는 날자는 잘도 예언해싸터마는."
스치는 이 나 : "미안하지만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한 절대 안떨어질걸요." 지나는 이 1,2 :"ㅎㅎ 그런가? 맞다 안 떨어지니 아무도 예언 안하지 ㅋㅋㅋ"
보리암 접근
보리암 참으로 멋진 그 곳에서
해수관음상이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상사바위
해수관음상
몸은 바다를 향하고있지만 그 시선 끝은 발아래 티끌같은 군상들에게 멈추어있다.
흰젖제비꽃
쌍홍문 거대한 해골의 눈구멍같은 두 구멍에는 다도해와 장군암이 들어있었다.
쌍홍문 밖에서 창공을 올려다보니
쌍홍문에서(왼쪽)
쌍홍문을 통해 바라보는 남해바다.(오른쪽)
쌍홍문 바깥에 선 장군암
장군암 위에는 이파리가 싱싱한 송악이 밧줄같이 질긴 줄기를 뻗어 장군암을 덮고있다.
매화말발도리
사선대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던 해상사호가 이따금 만나 모여서 놀았다는 사선대에도 싱싱한 봄이 얹혀있다.
제석봉에서 내려다보는 금산산장
제석봉에서 상주해수욕장과 목섬을 내려다보다
제석봉에서 바라보는 보리암과 위는 형리암 앞 큰 암릉은 일월봉
제석봉에서
제석봉에서 바라보는 보리암과 해수관음상 앞자락으로 만장대
바다요, 섬이요. 호도와 애도, 떼섬과 밤섬은 해운산 자락 아래에서 떼지어있다.
상사바위는 사천 와룡산에도 있다. 상사바위의 전설들은 하나같이 짝사랑에서 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끝의 죽음이다.
상사바위와 향로봉
보리암 위 암릉인 형리암과 대장봉 그리고 일월봉
아무리 시선을 빼앗긴다한들 억울할 것이 없지 어차피 산을 탐하던 걸음에서 놓여난 걸 아는걸까? 이 바위를 돌아 내다보고, 저 바위를 돌아 또 내다보아도 눈 앞에 차오르는 건 보리암을 중심으로 한 그림이다.
숨바꼭질하듯 낮춘 몸 엎드려서도 보고 술레가 되어 숨은 그림 찾을 듯 서서도 보고 아무리 보아도 거참! 탄성은 내가 작정한 것도 아니다.
그냥 반사적으로 흐르는 침 같은 것, 석류를 바라보는 마음같은 것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을 해도 거 참!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맞춤은 없다. 안성맞춤 방자 유기 그 안성맞춤
내 사는 땅은 안성이다.
향일암에 홀렸던 시선이 또 한 번의 변덕을 부리다. 금산 보리암에 엄지를 치켜들다.
보리암
상주해수욕장 당겨보다
일월봉에서의 보리암 엿보기도 재밋다. 커다란 바위를 에돌아 나가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맛이란 먹어 본 자만이 알것이다.
일월봉에서 바라보는 대장봉
일월봉에서 바라보는 가운데 석문과 좌선대
일월봉에서는 금산을 대표하는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정상에 올라서니 해무가 더욱 기세를 올리며 시선을 흐트린다. 해무에 덮인 길을 걷는 유산객들의 몸짓도 흐트러져있다.
정상에서 보리암 바람이 불어와 탁한 시야를 닦아주기를 기다렸지만 바다안개는 신선이 올라야할 자리를 차지하고 자칫 좌선이라도 할 태세였다.
정상의 망대
남해산악회에서 세운 [錦山 681m] 표석은 정상에서 조금 아래쪽 바위 위에 있다. 정상은 옛 봉수대가 있던 자리에 잔돌탑을 쌓아 놓았다. 오르는 사람들마다 소망이 담긴 돌 하나씩을 올려놓는다. 날로 높이를 더해 가는 저 돌탑 때문에 국립지리원 지형도에 [錦山 701]이라는 수치가 나타나게 된 모양이다.(이향지 지음 산아,산아)
정상 부근에서 해무가 더 심해졌다. 아래로 내려다보기 놀이를 즐기다가 상사바위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상사바위
상사바위
상사바위에서 내려다보니 다랭이 논이 예쁘다 마침 봄이라 색깔 조차 유혹의 빛이다.
???
상사바위에 선 님들
상사바위에서 바라보는 금산 정상부와 보리암
상사바위 부근
이바위, 저바위, 온 동네바위, 잘난바위, 못난바위, 짐승바위, 사람바위 온갖 형상의 바위들이 놀이터에 모인 동네 꼬마들같다.
먼 얘기들이신지?? 내가 좀 전에 흔들바위 흔들어봤는데 꼼짝도 안하던데 그게 먼 흔들바위야? 음~ 그 흔들바위는 말이지 그냥 흔들어서는 흔들림이 안 보이므로 막대기를 기대 놓고 흔들어보라더라 그리고 막대기 끝이 희미하게 까딱거릴 때 내가 바위를 흔들었다고 기뻐하지 마라. 바위란 것도 알고 보면 늘 그만큼은 흔들리는 물건이니까 말이야!
내 남자가 잘 아는 그 남자 그리고 나에게 상냥한 미소를 건네던 그 여자
내가 좋아하는 부류들 1. 사람답고 1. 부지런하고 1. 봉사정신 투철하고 1. 나를 드림으로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들.
내 머리 위에 태양이 눈부시게 내리 앉았더라면 어쩌면 저 환상에 가까운 빛에 끌려 뒹굴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다행이야! 아직은 내가 살아있으니까.
연두바람에 머리 감고 연두바람에 눈썹을 빗고 삐줄이도 빼줄이도 덜렁이도 딸랑이도 연두불 등성이로 오른다
조팝나무꽃 왁자하니 핀 언덕으로 따라 오른다.
지는 진달래, 피는 철쭉들 뜬 사랑 도진다 바람에 섞인 희나리 가락에도 칼등 같은 어깻죽지 들썩거린다. (이향지님 글)
석문
석문에서
쌍홍문과 장군암
장군암 상단부에 송악이 장군암을 부등켜 안고
하산한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금산 능선
달리는 버스 안에서 화력발전소쪽 바다풍경
귀가길 버스 안에서
하루종일 종적을 감춰 그 빛 찾느라 헤맸는데 무주를 지나서야 간간 모습을 보이더라 금산을 지나면서 붉은 여운을 남기며 게으른 하루를 마감하더라. 사람도 이처럼 게으르면 많은 사람을 괴롭게하는데 만인의 태양이 게으르면 명퇴 시킬 수도 없고.
햇살이 뿌리는 조명 없어 어두운 봄산비탈에 왁자지껄 진한 냄새 풍기며 조팝나무 무더기로 피어있다. 하얀 옷을 무질서하게 펼치며 봄산을 가로챈다.
부지런한 손길이 뿌려 논 유채밭 노오란 꽃대궁이들 햇살을 대신하면 차창에 기댄 시선들은 어머! 어머! 입에 거품 물며 차 세워요!! 봄산은, 봄빛은, 그대 누운 마음들 일으켜 세우며 삶에 단물을 뒤집어 씌워 아! 정말 봄은 아름다워! 잔인한 사월인데 왜 아름다울까? 봄같은 인생 아름다워? 아직은 봄이다. 늘 인생이 봄만 같다면야 살 만하지 않은가?
아름다운 봄에 벌떡 일어나 봄 산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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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부지런히 다닙니다. "나를 드림으로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들" 이대목은 산행기보다 캬 죽입니다.
남해 금산의 사진을 실물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해 주셨네요. 좋은 그림, 아름다운 글, 즐감하고 갑니다.
지금은 이름은 잊었지만 서울에 사는 어느 네티즌으로부터 남해 금산 산행기 한 편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2004년 1월 1일 아내와 함께 올랐던 것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걸어서 올라가는 바람에 차에서 내뿜는 매연을 마시며 올랐던 순진(?)했던 그날이 생각나는군요. 산행기 한 편 써달라고 신정부터 그 산에 갔던 자체가 순진했기도 했지만요. 늘 아름다운 글과 사진 즐감하옵고 왕성하게 줄산이어가시는 모습이 산딸이 틀림없는듯 합니다. ^^
남해금산의 멋진 바위와 쌍홍문에서 내다보기,,아,,,저는 왜 쌍홍문에서 밖을 안쳐다 봤을까,,,,,다시 가고 싶어 집니다,,,구석 구석 누비고 다니기의 진수를 또 보여주셨습니다^^
방장님이 매연을 마시며 오르셨던 시멘트 포장 코스가 아닌 것은... 네비에 의존하지 않은 산행계획을 잘 짜심으로 보이고, 줌으로 당기신 상주해수욕장 참 멋있습니다. 상사바위에서 내려다 보신 다랭이논 아래는 서포 김만중선생의 유배지를 건너 가는 서포항으로 특히 정을 느낍니다. 남해 금산에 얽힌 돌산 남자의 전설은.. 남해 남서 건너편이 여수 돌산섬이라서 여수에 사는 저희는 마치 전설 속의 주인공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어디서 이런 문재가 나옵니까 우리카페에는 천재성을 가진분들이 제법있네요. 세벗님 그리고 남테님 있지요. 남테님은 요즘 바쁜지 통 소식은 없지만 우리카페의 문재들입니다. 허여사님은 여문재시고요.^^ 산과함께 좋은산기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