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다.
정환웅
파닥이는 생을 눕혀
꿈벅이는 눈을 보며
껍질을 벗기고
너의 맨살을 얇게 자른다.
저민 너의 살
간장에 냉이 고추
초고추장에 된장
마늘과 풋고추
그리고 상추와 깻잎
내 앞에 놓여 있다.
저민 너의 속살
쫄깃한 식감에
우적우적
소주를 버무려
캬~
쌉쌀 달콤한 목넘김
창 밖에 눈발은 날리고...
나를 위해 몸 보시를 한
광어와 우럭에게
불콰한 얼굴로
미안하다 말한다.
'불쌍한 그대들
인정 없는 나를
절대 용서하지 마라'
2025. 0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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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자인구(膾炙人口)란 사자성어가 있다. '인구에 회자한다'는 말로, '인구회자(人口膾炙)'라고도 한다. 맛있는 음식처럼 시문(詩文) 등이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며 칭찬을 받는 것을 비유한다. 유교(儒敎) 기본경전의 하나인 맹자(猛者)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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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당나라 때 '한약'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했던 그가 10살 무렵에 지은 시들이 그 당시 유행했던 시들을 한 단계 뛰어넘은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이처럼 그의 시가 여러 사람의 입에서 떨어지질 않았다는 데서 '인구에 회자되었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바뀐 뜻:육회와 불고기를 사람들이 좋아하듯이 사람들의 입에 널리 퍼져 오르내리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로 훌륭한 글이나 미담 등이 사람들의 화제에 자주 오르내릴 경우에 쓰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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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양 종교는 유목 사회에서 출발한 종교이다. 유목 사회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해야만 하고, 오직 제일 강한 자(유일신)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종적(縱的)인 체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동물은 인간에게 봉사해야 되고, 인간은 다시 신에게 봉사해야 하는 계급적 사회이기 때문에 살생은 결코 죄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양의 종교인 불교는 농경 사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과 공존을 도모한다. 서로 공존하는 입장으로 횡적(橫的)인 체계를 이루게 된다. 즉 동물과 인간, 그리고 부처님까지도 근본적으로는 평등한 관계인 셈이다. 따라서 당연히 살생은 죄가 된다. 이러한 점을 분명히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하나밖에 없는 생명이 아닐까? 그와 똑같은 마음으로 물고기의 입장이 한번 되어 보자. 왜냐하면 모든 생명체는 서로가 유기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즉 소나 말 등 온갖 동물 내지는 생명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위 생명을 탄생시키고 성장 · 발육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비록 사람은 땅 속 유기질이나 들풀을 소화하여 자양분으로 만들 수 없지만, 땅 속 미생물들과 초식동물들은 그것으로 각기 자기 몸을 쌀찌우며 먹이사슬을 이루어 다른 생명체를 키우고 있다.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그 존재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불결하고 귀찮은 파리조차도 그 유충이 오물을 분해하고 성충으로 자라 노래하는 새들을 먹여 살리는, 먹이 사슬의 아래 고리이자 이동하는 에너지로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 것이다.
단순히 내가 취미로 잡는 그 물고기가 실은 전생의 나와 어떤 유대관계였던가 하는 윤회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본다면 결코 가볍게 낚시를 즐길 수 없지 않을까.
불교는, 죽는다는 것은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이 우주 속에 그대로 남아서 뭇 생명체를 형성시키므로 우주 · 자연과 자신은 하나이지 둘이 아니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죽은 후에도 이 육체는 또다시 우주 대자연 속으로 되돌아간다. 다른 동식물의 경우도 우리 인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이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과 동물을 살생하는 것이 결코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이, 바로 생명에 대한 불교의 가치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