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진석 추기경 추모미사가 금일(3일) 명동대성당과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성직자 묘역에서 각각 염수정 추기경, 총대리 손희송 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가톨릭교회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관습을 따라 삼우제 격인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3일 오전 10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정진석 추기경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염 추기경이 강론하고 있는 모습.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10시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추모미사 강론을 통해 “정 추기경님께서 떠나면서 남기신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크고 긴 울림을 남겼다”면서 “이 말씀은 우리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 사랑과 나눔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셨다”고 전했다.
또 “우리 모두 정 추기경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모습과, 생명을 존중하고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끌어안는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 추기경님께서 그러하셨듯이 김대건, 최양업 신부님의 삶을 돌아보고 배우고 우리도 그렇게 열심한 신앙인으로 살고자 노력해야 할 것”을 강조하며 정 추기경이 생전 최양업 신부의 시복을 간절히 바랐음을 설명했다.
명동대성당에서의 미사는 코로나 19 방역수칙으로 인해 250명으로 제한됐고 염수정 추기경, 교구 보좌 유경촌, 구요비 주교, 사제단, 신자들이 함께했다.
△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성직자 묘역에서 3일 오전 11시, 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의 주례로 정진석 추기경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한편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성직자 묘역에서는 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의 주례로 추모미사가 거행됐다. 미사에는 손희송 주교, 정순택 주교, 꽃동네 오웅진 신부 등 사제단과 신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손희송 주교는 추모미사 강론을 통해 “추기경님의 90 평생을 삶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오늘 복음의 말씀을 빌려서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면서 “‘그분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애쓰고 노력하였다’, 그런 분이기에 분명히 하늘 아버지의 집에 안전하게 도착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실제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주고 떠났다. 손 주교는 “당신은 바지 하나를 18년 입으시면서 절약하고 아끼셨지만, 그렇게 해서 모은 돈을 부지런히 나누어주셨다”면서 “죽음을 준비하시면서 가진 바를 모두 가난한 이들을 위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내어놓으셨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각막까지 기증하셨다. 돌아가신 다음에 통장 잔고 800만원은 비서진을 통해 신세 진 곳, 필요한 곳에 모두 보내셨다”며 정 추기경을 추억했다.
이어 “코로나 19 사태로 기도와 신앙생활에서 느슨해진 신자들이 두 달여 동안 정 추기경님을 위한 기도를 통해 다시 활기를 찾았다”고 느꼈다면서 “정 추기경님은 당신의 투병과 죽음을 통해서도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도와주신 것”이라며 정 추기경님께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음을 고백했다.
명동대성당과 성직자 묘역에서의 미사 후 정 추기경의 생전 육성이 울려퍼졌다.
“하느님의 풍성한 사랑 받으시면서 행복하게 사시고,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시는 데 다소간에 도움이 되시기를 기원하면서 성가 하나 할게요.” (고(故) 정진석 추기경)
정 추기경이 2004년 가을, 명동대성당에서 평협 주최 강의를 할 때 불렀던 가톨릭성가 463번 ‘순례자의 노래’였다. 성가 후에는 “평생 행복하게 사세요”라는 정 추기경의 말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눈물을 훔치며 박수를 쳤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구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