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감세 정책을 쏟아내고 있나 봅니다. 전 정부처럼 ‘퍼주기 재정’은 없다던 공약은 온데간데없고, 재정이 부족해 나눠줄 돈이 없으니, 거둬들이는 돈을 줄여주는 식이라고 합니다.
나라 곳간은 뒷전으로 밀렸고, 재정준칙 법제화도 먼 이야기가 돼버렸다는데 총선이 다가오면서 경제정책은 정치의 종속변수로 전락했다는 탄식들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91개 부담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부담금이란 특정 공익사업의 이해관계자에게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거두는 것으로 ‘준조세’ 성격이 강하지만 국민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부담하게 되는 형태입니다.
개발 이익에 따른 개발 부담금부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 담배에 매기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영화 티켓에 부과되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껌에 포함된 폐기물 부담금 등이 해당됩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 같은 법정부담금이 기업에 부담을 준다며 폐지돼야 한다고 요구해왔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특유의 화법으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1961년 도입된 부담금 제도는 3년마다 개별부담금의 존치 필요성을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존재 이유가 없다면 폐지나 정비하도록 하고 있지만, 20년 넘은 부담금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부담금 재검토와 관련해서 한 경제관료는 “관계 부처와 논의는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인데, ‘저성장 늪’ 앞에 서 있는 우리 경제에 정치가 또 다른 ‘하방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걱정입니다.
<“잠재성장률을 현 2%에서 4%로 2배로 올리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놓았던 거시경제의 핵심공약이다.
경제 책사였던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당시 “규제혁신과 노동개혁, 공정경쟁 등을 통해 시장에서 민간 창의와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겠다”며 재정 퍼주기나 선심성 정책이 최대한 자제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 초기 규제혁신과 노동, 연금, 교육개혁 의지가 강렬해 보였다. 그는 ‘문재인 케어’, ‘탈원전정책’을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포퓰리즘이라며 폐기했고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같은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보수정권이 가야 할 정도를 걷는 듯했다.
윤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성장잠재력은 악화일로이고 저성장의 그늘도 짙어만 간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잠재성장률이 2011년 3.8%에서 올해 2.0%까지 한 번의 반등 없이 추락한 유일한 국가다. 2030년 이후에는 미국과 일본에도 미치지 못하는 0%대 성장시대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프리드리히 니체)고 했던가. 4월 총선이 다가오자 윤 정부가 돌변했다. 개혁은 뒷전이고 사흘이 멀다 하고 선심성 정책과 사업이 쏟아진다.
금융시장의 골간인 신용 질서를 흔들고 도덕적 해이까지 조장하는 일도 다반사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압박해 자영업자 187만 명에게 평균 85만원, 최대 300만원의 이자를 돌려주고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소상공인 40만 명도 최대 150만원의 이자를 덜어주기로 했다. 이도 모자라 290만 명의 소상공인·서민의 금융권 대출 연체 기록도 삭제하기로 했다.
어디 이뿐이랴. 윤 대통령은 공매도 전면금지,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에 이어 올 초 증시개장식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선언했다. 어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1400만 명 개미투자자의 표심을 의식한 것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이나 글로벌 스탠더드는 안중에 없다.
새해 경제정책 방향에도 세금감면·면제, 취약계층 전기요금 할인, 노인 일자리, 생계급여 인상처럼 선심성 짙은 대책이 수두룩하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확 풀어 지은 지 30년밖에 안 된 아파트도 안전진단을 사실상 폐지했다. 기획재정부도 올 상반기 중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65%를 푼다.
땜질식 처방은 잠깐 통증을 멈추는 진통제에 불과하고 외려 시장왜곡과 경제 고통을 심화시킨다. 더욱이 이런 대책의 상당수는 법안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반발로 흐지부지되거나 혼란을 가중시킬 게 뻔하다. ‘아니면 말고’ 식 대책은 정부신뢰에도 큰 상처를 낼 것이다.
가뜩이나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줄곧 30%대를 맴돌고 부정평가도 60% 안팎이다. ‘타키투스의 함정’이 떠오를 정도다. 로마 역사가 코르넬리우스 타키투스는 폭군 황제를 평가하며 “황제가 시민들에게 신뢰를 잃으면 그가 하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시민의 혐오를 가져 온다”고 했다.
포퓰리즘은 나라 재정과 경제를 파탄 내는 망국병이 틀림없다. 한때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과 호주에 필적했던 ‘풍요의 나라’ 아르헨티나는 좌파 포퓰리즘인 페론주의의 현금성 복지 중독에 빠져 1세기 만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9차례나 국가부도사태가 벌어졌고 서민들은 살인적인 고물가와 극도의 궁핍에 신음한 지 오래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두 지도자는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으로 쇠락하는 나라를 번영의 길로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구조개혁은 고통을 수반하고 저항도 거세다.
레이건은 ‘위대한 소통가’라 불릴 정도로 설득력이 탁월했고 호감도도 높았다. ‘철의 여인’ 대처도 굳은 신념과 놀라운 화술로 정평이 나 있고 국민 신뢰가 깊었다. 두 지도자는 이런 정치자산을 밑거름 삼아 개혁의 당위성을 설득해 국민적 공감대를 넓혔다.
윤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레이건과 대처의 리더십을 새겨보기 바란다.>세계일보. 주춘렬 논설위원
출처 : 세계일보. 오피니언 세계포럼, 포퓰리즘에 멍드는 한국경제
그동안 야당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추진하려고 한 선심성 정책은 지역사랑상품권, 대학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청년수당 도입 등 셀 수조차 없을 것입니다.
세수펑크로 텅 비어가는 나라 곳간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전임 정부가 집권 5년간 국가부채를 400조원 넘게 폭증시킨 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모를 리가 없을 겁니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가 보수 정권이라면 전 정권과 달라야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윤석열 대통령 정신 바짝 차리기 바랍니다. 지금 그들을 따라가면서 그들을 탓한다면 그게 바로 ‘내로남불’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