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와 공매의 동시 진행

[파딩 김정규]

경매 사건을 검색하다 보면 아래와 같이 왼쪽 상단에 조그맣게 공매 진행이라는 문구와 함께 공매사건 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가끔 보게 됩니다.

경매와 공매를 동시에 진행하는 물건이지요. 한 물건 가지고 두군데서 팔아먹는 경우 입니다.
매각의 당사자(법원·온비드)들은 서로 독립된 기관이라  각자의 진행 사항에 대해서 간섭할 수도 없고 양자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법률 같은 것도 없습니다.
같은 물건을 경쟁해서 팔아먹을 뿐 어떠한 연결점도 없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종종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는 이들에게는 간단한것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어요.

서로 연결점이 없으므로 한 물건을 두고 경매는 경매대로 팔리고 공매는 공매대로 팔렸을때 과연 어찌 될까 하는 것이 궁금증의 내용입니다.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어떤 놈이든 먼저 팔아봐라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경합 한다는 것이 되지요.
절차의 경합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절차의 경합만 인정하고 결과의 경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경합은 의미가 없을 겁니다.
따라서 이럴때는 먼저 잔금을 치루는 놈이 임자가 됩니다.

경매 절차중에 경합하는 공매 물건이 낙찰되어 잔금을 납입하면 공매 낙찰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그런데 민사집행법에는 권리를 이전할 수 없는 사정이 명백하게 된때에 경매절차는 취소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공매 낙찰자가 소유권을 취득했으니 경매 입찰자는 권리를 이전할수 없겠지요. 따라서 위 규정에 의해 경매절차는 취소됩니다. 


자... 여기까지는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을듯이 보이고...이왕 말 나온 김에.... 위에 뻔한 한가지만 말하면 싱겁잖아요.


그래서.

경합과 관련하여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할까 라는 의문을 한번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개의 사건번호에 물건이 여러개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건번호가 여러개 있는 경우말고 부동산이 여러개가 있는 일괄매각물건인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물건 말입니다.

물건번호에 주목하지 말고 동그라미 친 빨간부분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7호와 9호 합해서 일괄매각한다고 되어있지요. 밑에 다시 그런 글이 또나옵니다.
2필지를 일괄매각하는 임의경매사건이라는 문구도 보입니다. 필지 두개를  하나의 경매사건으로  묶어 한꺼번에 팔아먹는다는 말입니다.

암튼. 이렇게 해서 경매로 매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후일 매각허가 결정까지 떨어졌다 가정합시다.
그런데 이 두 필지 중에 505-7번지 하나만  여차 저차 뜻모를 사정으로 공매로도 진행이 되었다 하자고요.
그리고 이 물건이 경매로 매각되기 전에 공매로 팔리고 그 낙찰자가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쳐버렸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일괄매각 대상 부동산 중 하나의 부동산에 소유관계 변동이 생긴것이죠. 경매 진행중에 하나만 공매로 팔렸잖아요. 이런 경우는 민사집행법 제 96조 권리를 이전할수 없는 사정이 명백하게 된 때에 속하게  됩니다.

이때 매각허가 결정을 모두 취소하고 공매로 날아간 것만 빼고 505-9번지만 매각 절차를 새로 진행 할까요?

아니면 팔린것만 집행 취소하고 505-7의 가액에 상응하는 금액만 빼고 대금을 받아서 처리할까요? 


이에 관하여 판례가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여러개의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하여 매각불허가 사유가 있으면 전체에 대하여 매각불허를 하여야 하고, 일부만 매각허가 할수 없다고 합니다. 즉 경매로 진행되는 두필지중 한필지가 공매로 팔렸을 경우에는 일부 매각 불허가 사유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전체를 매각불허가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결국, 일부만 공매로 팔려도 전체 경매 절차는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부동산경락허가 결정
                     대법원 1985.2.8, 자, 84마카31, 결정]
 
                                                  【판시사항】
사. 수개의 부동산  일괄경매의 경우, 일부의 경락불허사유가 전부에 미치는 영향

                                                    【판결요지】

사. 수개의 부동산을 일괄하여 경매하는  경우 그 중 일부에 경락불허가사유가 있다면 그 전부를 불허가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경매 물건 전체를 불허가하고 공매로 팔린것만 빼고 505-9번지를 새로 진행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경매 낙찰자에게 505-9번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공매로 팔린 505-7는 있으나 마나 한 쓰레기같은 땅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즉, 낙찰자가 예를 들자면, 20억이 넘는 금액에 입찰한 이유가 505-9번지 때문이라면...별 필요도 없다고 생각되는  505-7때문에 불허가 결정이 떨어진다면 경매 낙찰자의 권익 이라든지... 어떤 그와 비슷한것이 침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그 낙찰자라면 무지하게 열받을것 같습니다.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인데 나하고 상관없는 다른 절차때문에 다시 입찰해야하고 그때 어떤 놈이 받아가버릴수도 있잖아요. 난 닭쫓던 개가 되는거예요.

아 거듭 생각해도 열받네,,,

이에 관해 열받아 하고 있는 차에...


방 앞으로 실력있는 법무사님이 지나가네요...
목소리 높여 잡아세운 후 궁금증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았더니...
안경을 고쳐 올린후.
84마카31 과 같은 것도 있지만 다른것도 있다고 하면서 두꺼운 책을 뒤적거려 줍니다.

93마 480 결정이라고 합니다.


그  요지는.


경락인이 잔존 부분만을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하여 경락을 불허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뒤집어 보면 잔존 부분 매수할 의사가 있으면 잔존부분에 대하여 매각 허가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낙찰자가 505-9번지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한다면 매각허가 결정을 내려줘도 된다는거예요.

그 결정에  덧붙여 실무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네요.


실무에서는 낙찰자에게 이래도 살것이냐고 간을 본다네요. 사겠다고 하면 공매로 날라간 부분만큼 감액해서 매각대금을 받아 준다고 합니다.


결론은 경매의 일괄매각 물건중 일부가 공매 절차에서 매각되어 소유권이전까지 마쳐진 경우, 원칙적으로는 전체 물건에 대하여 매각불허가 결정이 이루어 진 후 공매로 안팔린 물건을 다시 진행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했을때 억울한 경매낙찰자가 생길수도 있으므로 그 사람의 의사를 타진하여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이 역시도 간단한 것이었네요.


참으로...


아름다운 결론이라 아니 할수 없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시나브롱]

좋은 내용이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마술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