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공항면세점에서.
외국여행을 하는데 다른 하나의 매력이라면 면세점에서 평소 생각했던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는 사고자 하는 물건이 별로 없어서 기념이 될 만한 것 몇 개를 구입했다.
도자기가 유명하다기에 이탈라라는 상표의 컵 두 개, 주발 두 개, 아기용품으로 알려진 무민 수저세트, 나무로 만든 인형 속에 또 인형이 나오는(5~10개) 마트로시카 인형, 그리고 어린이 장난감으로 유명한 레고의 본산지 덴마크에서 간단한 조립세트 2개, 스웨덴에서 자일리톨 껌이다.
자작나무로 만든 행주는 실용성이나 선물용으로 좋다는데, 기회를 갖지 못했다.
러시아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보드카다.
추운지방에서 이를 이겨내려고 마시기 시작했다는 술 보드카. 이것을 본토에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소주가 여러 가지가 있듯이 보드카도 종류가 많다고 했다.
보드카의 특징은 무색, 무취, 무향이라며 대개 비슷하다고 하면서 그래도 철갑상어 상표가 붙은 BELUGA 브랜드를 추천해줬다.
기회가 있을 때 사면 좋겠지만, 유리병이라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어야 가지고 다녀야하기에 마지막 날 공항에서 사면 저렴하기도 하려니와 품질을 믿을 수 있고 기내에 들고 들어갈 수 있기에 공항에서 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귀국하는 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 면세점을 둘러보니 과연 보드카는 워낙 종류가 많았다.
그 가운데 BELUGA상표의 제품 코너에 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같은 용량이라도 포장방식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달라 4~5배 차이가 나는 것도 있었다.
마침 러시아 유학생이 있어 물으니, 선물용이 아니라면 굳이 비싼 것을 살 필요가 없다며,
공항면세점이라고 하지만 시내 슈퍼마켓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말을 덧붙였다.
얼마 후, 러시아에 일하러 왔다는 사람도 같은 말을 해주었다.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기념으로 사는 것이라 생각하고 할인가격으로 26유로짜리 500ml 두 병을 집어 들고 계산대에 가서 계산하는데 50유로는 현금으로 내고 2유로는 카드로 결제해달라고 했다.
마지막 일정이라 잔돈을 동전으로 받으면 쓸 곳이 마땅치 않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계산하고 나서 돌아와 아무리 생각해도 아귀가 맞지 않았지만, 국제공항인데 착오가 있을까 싶어 그냥 나왔다.
하지만 현금으로 준 50유로는 잊고 전체 금액을 카드로 계산한 것으로 보였다.
아직 카드명세서가 오지 않아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으나, 궁금하기 그지없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의 착오가 없다면 다행이겠다.
달러, 유로화 러시아의 루불화와, 세 나라가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크로네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의 환율이 각각 달라서 혼동된 데다 한화까지 대입하여 환산하다보니 나름 계산이 빠르다고 자부한 나의 허술함을 보게 되었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받았던 동전을 가이드에게 주지 않고 이때에 썼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남는다.
참고로 이 나라들이 사용하는 화폐와 환율을 여기 적는다.
<러시아> : 루불(한화 21원), <핀란드. 에스토니아> : 유로(한화 1,250원)
<노르웨이> : 크로네(한화 135원), <스웨덴> : 크로네(한화 140원),
<덴마크> : 크로네(한화 170원)
유로는 모든 나라에서 통용되지만, 작은 단위는 해당 국가의 화폐를 써야했다.
9. 반자동식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보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엘리베이터 앞에서면 “열려라 참깨”라고 하곤 했다.
버튼을 누르면 잠시 후에 올라오거나 내려와서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서, 가고자 하는 층의 버튼을 누르면 도착한 뒤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는 통상 이렇게 운행된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반자동식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에서 버튼을 누르면 1층에 있거나, 위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는데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방문처럼 생긴 갈색 칠을 한 출입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문이 열리고 타고나서 가고자하는 층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해당 층으로 올라가서 멈추는데 이때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탁’소리가 나면 손잡이를 돌려야 문이 열렸다.
이를 ‘반자동식 엘리베이터라’명명했다.
언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인지 몰라도 신형은 아닐 것이니, 어쩌면 195·60년 대 쯤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를 2010년 대 에 타보는 경험을 해본 셈이다.
10. 유료화장실 사용하는 요령
중학교 3학년 때, 대전에 처음 와봤다.
도시의 모습은 시골의 읍인 서산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눈이 휘둥거려지고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를 데리며 설명해주던 집안 형이 “오줌이 마려우면 은행으로 들어가라”고 일러주었다.
도시에서 화장실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형은 용변 때문에 곤혹을 치룬 경험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국내에서도 쉽게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어려운데, 낯설고 길 설은 외국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낯선 외국에서 물을 갈아먹다보면 설사를 하거나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 화장실 사용은 관광객에게 불편하거나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유럽의 화장실은 대개 유료인데다, 그 나라의 잔돈이 있어야 하는 관계로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러다 보니, 이동 중에는 휴게소에 들르고, 관람시설이나 식당에서도 기회만 있으면 화장실에 가곤 한다.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화장실을 찾으니 무인 유료화장실이 눈에 띄었다.
화장실 입구에 유료화장실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니 문마다 ‘현금은 안 되고 카드만 사용가능하다’는 표지와 함께, 카드 체크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카드를 대었는데 어쩐 영문인지 작동이 되지 않고, 죽 둘러가며 해보니 두 곳만이 가능했다.
이 때 누구인가의 입에서 말이 나왔다.
한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면서 문을 완전히 닫기 전에 들어가면 카드를 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 일행가운데 몇은 두 곳의 화장실을 번갈아 이용했다.
한 번 이용에 10크로네이니 1,350원 쯤 된다.
여행 중 하나의 치기로 보아야 할까?
국내에서는 어떤 경우든 ‘돈을 내고’ 화장실을 써 본 경험이 없기에 ‘유료’라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이 이유이었을까?
첫댓글 아~ 가고싶은 북유럽. 나- 호주가이니 보드카 이야기 나오니 목이 마릅니다.
나의 양주장에서 보드카 꺼내어 두 모금 마실렵니다. 관광지 소개도 좋지만 실황중계
후배 관광객을 위한 배려입니다. 감사합니다.